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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년 황구(黃狗)의 해를 맞은 감회

admin 기자 입력 2018.02.11 18:21 수정 2018.02.11 06:21

↑↑ 홍영선 자문위원
ⓒ N군위신문
인간이 개를 바라보면 개도 인간을 바라보고 눈을 맞춘다. 이것은 단순히 반려동물과 감정을 나누는 행동이 아니라 오늘날의 인류를 만든 중요한 사건의 하나라는 주장이 최근 제기됐다.

십이지의 11번째 동물인 개는 시간으로는 오후 7시-9시, 방향으로는 서북서, 달로는 음력 9월에 해당 방위 신이자, 시간 신으로 사기(邪氣)를 막는 동물신이다. 한자어 구(狗), 견(犬)도 우리말 “개”와 어원이 같을 개연성이 있다. 개는 “가, 이”의 준말로 이리(狼)의 고어도 개의 뜻을 지니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예부터 개는 잡귀를 물리치는 벽사(辟邪)의 능력뿐만 아니라 집안의 좋은 일인 상서(祥瑞)와 재난을 예방하도록 경고도 해 준다고 믿어오고 있다. 농가에서 황구(黃狗)를 많이 기른 까닭도 노란색이 풍년과 다산(多産)을 상징하고, 원기회복의 보신(補身)으로의 약효도 좋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개는 인간과 함께 생활해 오는 동안 개의 행위는 충성과 의리를 갖춘 우호적이며 희생적인 행동을 한다. 전설의 유형을 보면 1) 위험에 빠진 주인을 개가 지켜준다.(守主解難型), 2) 주인이 억울하게 죽자 관청에 가 짖어서 알린 후 범인을 찾아 원수를 갚는다.(吠官報主型), 3) 눈먼 주인에게 길을 인도하여 동정을 사게 한다.(盲人引導型), 4) 산길을 내어 길 잃은 사람을 인도한다.(山路開拓型), 5) 중요한 문서를 전달한다.(遠路傳書型), 6) 주인을 해치려는 동물을 물리치고 주인을 구한다.(鬪身除去型)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에게 헌신하는 충복(忠僕)의 상징이다. 18세기 영국 시인 포프(pope, A)sms “인간론”에서 소박한 인디언의 꿈은 죽어서 충실한 개를 동반하고 공평한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동양에서는 개가 하는 일은 집을 지키는 일이다. 개가 그려진 그림을 보면 나무아래에 있는 것이 많다. 이는 술수수수(戌戍守樹) 즉 도둑맞지 않게 잘 지킨다는 주술적인 뜻이 된다. 이와 같이 개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늘 인간의 주위에서 존재해 왔다. 그래서 개는 우리의 고전문학에서도 인간의 주위를 구성하는 풍경(風景)처럼 존재한다.

고려 때 문신 최자(崔滋:1188-1260)의 보한집(補閑集)에 의구(義狗)란 시에 보면,
사람은 짐승이라 불리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만<人恥呼爲畜>
공공연히 큰 은혜를 저버린다만<公然負大恩>
주인이 위태로울 때 주인위해 죽지 않는다면<主危身不死>
어찌 족히 개와 한가지로 논 할 수 있겠는가<安足犬同論> 라고 하였다.
또한 조선후기 문신 홍직필(洪直弼:1776-1852)은 선산 해평면 낙산리에 있는 의구총을 지나면서 읊은 시가 있다.

의로운 개가 목숨을 바친 곳<義狗損生地> 발길을 멈추고서 비석을 보니.<停鞭覽碣文>
술 취해 잠든 주인 깨지를 않아<醉眠人不起>, 바람에 불이 번져 태우려하자.<風猛火將焚>
주인의 목숨구해 온전케 하니 <救主由全性>, 공을 바래 목숨을 바친 것이랴<殉身豈要勳>
세상에 구차하게 사는 사람들,<革間偸活輩>, 이 무덤을 본다면 부끄럽겠지. <寧不愧斯墳>
조선 성종 때 문신 이승소(李承召:1422-1484)의 동경견(東京犬)이란 시에서는

누가 길에서 죽어 산기슭에 묻힌 이를 가여워 하랴, <誰憐道死委山阿>
개가 홀로 돌아와 주인집에 알리고, <犬獨還歸報主家>
아들과 함께 와서는 짖어대다가 죽었기에, <與子偕來仍喝死>
언덕 위 쌍분이 자랑스레 세상에 전 하네 <隴頭雙塚世傳誇>

여기서 동경 견은 한국의 토종개인 경주 동경이(東京狗, 천년기념물 제540호 지정)는 『동경잡기』와 『증보문헌비고』 등 옛 문헌을 통해 널리 사육되던 개로 알려졌고, 신라고분에서 토우(土偶)로 발굴되는 등 역사와 문화적 가치가 큰 것으로 꼬리가 없거나 짧다. 올해 황금개의 무술년도 지나온 격랑의 역사 속에 전 세계가 전쟁이 종식되고, 우리나라는 인구가 증가하여 세계 최저 출생률을 벗어나고, 분단의 민족이기에 평화로운 한해가 되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한국국학진흥원 자문위원 홍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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