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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춘수 원장 |
ⓒ N군위신문 |
봄은 아름답다. 가야금 거문고 해금 소리도 아름답다. 새소리, 새싹이 움트는 소리, 깊은 산골짜기에 쌓였던 눈과 얼음이 녹아내리는 청아한 소리도 아름답다. 화려한 옷 차려입고 봄을 반기는 모습은 더 멋있고 아름답다.
온다고 약속한 봄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거짓말이라도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려고 약간 하는 것은 그리 나쁜 것 아니다. 봄이 온다는 소식에 겨우 내내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펴고 따뜻한 봄을 마중한다. 찬바람 심술에 봄나들이 아가씨들 허겁지겁 코트 깃 세우고 종종걸음으로 걷는다. 봄은 모르는 척 새침 때고 아무 일 없었듯이 태연스러운 모습으로 반긴다.
나는 이맘때가 되면 국악 콘서트가 생각난다. 거기에 가면 가야금 소리도 들을 수 있고 거문고 소리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해금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상모 돌리고 꽹과리 치는 소리에 어깨가 절로 들썩이는 사물놀이도 볼 수 있다.
우수·경칩이 지난 어떤 목요일 아침 방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는 신문을 뒤적거렸다. 대구 시민들의 휴식처가 된 성당동 못 바로 옆 베르사유 궁정 못지않게 화려하고 웅장한 대구광역시문화예술회관이 있다.
거기에서 대구시립국악관현악단이 봄맞이 국악 콘서트를 갖는다는 노티스를 보았다. 문뜩 가보고 싶은 생각에 서둘러 떠날 채비를 하였다. 아직도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하고 추웠다. 해가 지고 어둑 사리가 내리자 더욱 쌀쌀했다. 콧등이 시큰거리고 콧물이 연신 바짝 마른 입술을 타고 흘러내렸다. 네온사인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휘황찬란한 도시 봄을 재촉하며 콘서트 보고 싶은 설렘을 더 설레게 했다.
입장권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한 줄 아닌 두 줄 있었다. 내 차례가 되려면 아직도 아득했다. 혹시나 시간이 늦으면 어떡하지 초조한 마음으로 불안했다. 내 차례가 되었다. 표가 매진되지 않았을까 걱정했다. 매표소 직원에게 특별 좌석표가 있느냐고 물었다. 한 장 남았다 하기에 불안했던 마음이 금세 풀렸다.
가까스로 좋은 자리에서 연주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해설자가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연주하기 전 프로그램에 실린 곡 내용을 짧게 설명했다. 국악을 이해하고 친숙해지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설명이 끝나고 음악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악관이 박을 한 번 치자 제1부 화려한 전통 궁중음악 연주가 시작되었다. 숨을 죽이고 연주자들의 연주하는 모습을 쳐다본다.
보허자步虛子 멜로디가 아름다운 음률을 타고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고려 때 송나라에서 들어왔던 이 곡은 임금 행차, 왕세자의 출궁악으로 궁중 연례악이며 장춘불로지곡長春不老之曲이라고도한다. 피리 대금 해금 아쟁 당적 북 장구 편종 편경 등으로 편성되었으며 궁중무용의 반주 음악으로도 많이 사용했다한다.
가야금산조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악 독주곡이다. 가야금 연주자와 장구 반주자로만 연주하는 형태로 연주자의 기량을 가늠하며 엿 볼 수 있었다. 농현弄絃에서 가장 깊은 맛이 들어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인터미션 다음 제2부 관현악곡이 연주 되었다. 관현악단 단복이 오케스트라 형식으로 바뀌었던지 지휘자는 연미복 연주자들은 정장 차림이었다. 관객 등(燈)이 꺼지고 무대 조명등이 밝히자 연미복 차림에 헌칠한 키와 멋스러워 보이는 지휘자가 지휘봉을 잡고 소낙비 같은 박수 소리를 맞으며 걸어 나왔다. 단원들과의 호흡을 맞추는 듯 짧은 눈 맞춤을 하며 잠시 멈칫했다.
지휘자 지휘봉이 허공을 힘차게 가르자 남도 민요 흥타령이 그윽한 봄 냄새를 풍기며 관중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한다. 중모리장단에 육자배기토리로 구성된 이 곡은 애절한 느낌을 지닌 ‘그리움’을 주제로 한 민요이다. 처량하고 구슬픈 음악에 숙연해진다. 멀리 떠난 임을 그리워하며 밤새도록 슬피 울고 있는 소쩍새의 모습, 짝 잃은 기러기 짝을 찾으려 축 처진 날개로 허공을 저으며 나르는 모습이 너무 애처롭고 불쌍히 보인다. 내 마음도 따라 슬퍼진다.
사물놀이 협주곡은 태평소와 사물놀이 등 신명난 가락이 들어 있다. 3개의 거리로 구성되어있으며 3악장 ‘놀이’가 사물놀이협주곡의 대표적인 곡이다. 사물놀이가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축 늘어진 어깨를 들썩이며 국악과 혼연일체 된 모습으로 즐거움을 만끽한다.
음악에 문외 했던 지난날을 생각하며 해설자 설명에 또 다른 역사를 쓴다. 365일 기다려 왔다. 이를 위해 또 기다려야 했다. 맑고 우아한 소리, 깊고 묵직한 소리, 새싹들이 땅을 헤집고 올라오는 봄의 소리 언제나 들어도 신비롭고 아름답다. 대구 시립국악관현악단 사물놀이 협주곡 제3악장은 무지개와도 같이 아름답다.
대구가축병원 원장 권춘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