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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사계 그리고 일상

admin 기자 입력 2020.04.05 21:41 수정 2020.04.05 09:41

허름한 옷 한벌을 가지고 일 할 때 입으려고 작은 물건들을 넣고 아침일찍 시골로 간다.
팔공산 터널, 산가로 피어나는 핑크색 참꽃과 노란 개나리들이 나의 마음까지 연분홍과 노랑으로 막 색칠을 끝내니 벌써 시골집이다.

혹독했던 추위를 꿋꿋이 버텨낸 저 자두나무들, 저 나무 아래 흐트러진 잔가지들을 나는 줍고 있다.

이 나무들처럼 혹독한 시련의 시간이 지나면 나도 이 봄날에 저 예쁜 꽃들과 같이 내 인생의 봄날은 분명히 오겠지? 혼자 중얼거린다.

어디에 선가 고향의 냄새, 봄바람을 타고 진한 향기가 확 들어온다. 당연하다 여긴 나의 고향 아닌가? 밭 옆 실개천에는 물소리가 쪼르륵 들려온다.

작은 웅덩이에 다정히 노니는 버들치가 마냥 친근감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살아있는 생명력에 나도 충분히 젖어 들고 싶어 진다.

구름의 한쪽 귀퉁이에 햇볕이 얼굴을 내민다. 자연이 주는 행복감을 만끽하는데 그만 눈물이 핑 돈다.

봄 내음, 도랑물소리 버들치, 구름, 햇볕 이렇게 좋은 환경들을 보존해야 하고 내 몸의 그것도 깨끗이 사라지게 하리라. 꼭 보존하고 이겨내야 하지 않겠는가? 밭 옆을 지나는 동네사람, 지난해 그 뜨거운 뙤약볕을 이겨냈다며 홍화차 한 사발을 내민다.

주전자에 가득 데운 홍화 물을 잔에 부어서 옆에 핀 자두 꽃잎 네·닷 잎을 띄워 연분홍 자두꽃과 하늘의 햇볕, 그리고 이웃사촌의 인정이 가득 담긴 홍화차 한 사발에 눈이 호강하고 입이 호강하네. 동네 사람들의 인심으로 마냥 행복한 순간을 만끽 한다. 두분이 심어놓은 홍화를 나도 올해는 덕어서 시골인심을 나누어 볼까나?

도우의 시간은 이럭저럭 흐른다. 뭉게구름이 바람에 떠밀려서 산 능선에 걸린 듯 지나서 흘러가네. 도우의 사월 어느 날 오후는 흘러서 벌써 저녁식사 시간이다. 솔잎물로 지은 밥에 자두 꽃잎 몇장 놓은 간장밥 한 그릇이다. 두부 송송 된장찌개에 반찬 없이 곤짠지 작은접시, 소박한 저녁밥상, 착한밥상 한 그릇이 나의 병을 이겨내는 최고의 선택이지 않을까?
이제 곧 봄꽃들은 다 사라진다.

벚꽃, 진달래, 개나리, 복사꽃, 자두꽃 등 삼사월의 봄은 가고 곧 여름꽃들이 피겠지?

사랑의흥, 도우의 일상 소리도 없이, 아니 요란한 무더위, 여름이 오면 풋고추에 보리밥 한 그릇, 풋사과의 상큼함을 입안 가득 머금고 새콤한 매실 하나 내 입에 머금고 주렁주렁 달린 매실을 훑어본다. 의흥의 어느 집안 우물가에 포도가 주렁주렁, 참으로 신기했다. 이제는 여기저기 많이도 열린다. 넉넉함이 내 맘에도 주렁주렁, 내 손에는 새까맣게 물이 들었고 주둥이에도 어느새.

밀사리, 콩사리 멀리서 하얀 연기 모락모락 올라온다.
분명 주변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홍옥이 익는 여름이 지나 국광능금이 익는 가을과 초겨울, 동네 앞 개울가에 얼음 썰매 지치고 모닥불 피워서 호호거리며 손 녹이는 겨울이 좋다.

오늘 도우의 하루는 봄꽃피는 아침부터 노을 붉게 물든 황혼의 저녁식사와 함께 사계를 만끽한다 모두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면서 내몸에 기생하는 나쁜 놈도 사랑하며 살자고 한다.

다가올 황혼을 준비한다. 한잔의 차를 마시며 웃고 떠들며 사는 좋은 동네사람이 있으면 나는 매우 행복하다. 웃고 사는 거룩한 황혼, 예쁜 사월의 노을 미리 되어본다.

ㅡ 도우 이원만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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