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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이윤기 문학비 제막식 후기

admin 기자 입력 2024.07.18 16:26 수정 2024.07.18 04:26

↑↑ 김명숙 작가
ⓒ N군위신문
초대장을 받았다. 낮달 같던 그 이름을 듣는 순간 가슴이 풀쩍거렸다. 세무사이자 군위 문인협회장인 이전호 시인이 통영 문학 기행 다녀오는 길에 28일, 이윤기 문학비 제막식을 할 거라고 했다.

이윤기 소설가, 번역가, 신화학자를 엄청 좋아한 문학소녀다. 2010년 이후 선생님은 꿈에서라도 볼 수 없는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두류도서관 주부독서토론회 시간에 이윤기 소설가의 책을 두 차례 토론할 만큼 인기가 좋았다.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두물머리,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숨은그림찾기, 토론할 내용이 옹골찼던 것으로 기억된다. 뇌리에서 사라진 이윤기 소설가의 문학비를 세운다는 말이 얼마나 고맙고 반가웠는지 모른다.

시나브로 후기 써 주는 여자로 초대되는 행운이 잦다. 존경했던 작가의 문학비를 건립한 현장에 초대되어 간다는 사실에 한 달 동안 설레었다.

마음 밭 넉넉한 이윤기 소설가의 넋이 뽀송뽀송한 날씨를 부조한다. 전국에서 유명한 처용 아내 정숙 시인과 너나들이지수 높은 시인이자 신문기자인 유정자 언니. 호동왕자로 분장할 안자숙 낭송가 차를 타고 군위군 우보면 두북리로 갔다.

선비의 고장이자 삼국유사를 쓴 일연스님의 문학혼이 깃든 군위는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카리스마를 동시에 안긴다.

10시! 군위의 문화 해설사인 류미옥 추진위원이 마중물을 붓는다. 작은 거인이다. 목소리도 우렁차고 유머지수도 높고 몽돌처럼 진행을 시작했다.

식전공연은 대구에서 참석한 열린 시 낭송회 이경숙 회장님이 이윤기 소설가의 글에서 좋은 문장을 발췌하여 낭독했다. 개망초가 흐드러지고 초록바람은 달콤하고 이경숙 회장님의 낭독은 기가 막히게 조화롭다.

개회식 선포 후 내빈 소개를 일일이 하여 박수 릴레이가 길었다. 김진열 군위군수, 이전호 군위 문인협회장 대구에서 참석한 귀빈으로는 처용 아내 정숙 시인, 김용락 시인, 오철환 시인 등 이윤기 선생을 좋아한 문학소녀 몇 명이 참석했다. 아주 특별한 내빈을 소개했다. 사위와 딸을 앞세운 가슴이 얼마나 타들어 갔을까.

이윤기 선생의 94세 장모와 처남이 참석하여 기립박수를 보냈다. 자리를 빛내 준 내빈을 일일이 소개 후 서성호 추진위원의 경과보고 및 작가 소개가 있었다.

문학비 추진은 2년 전에 꿈 씨 한 톨을 심었다. 문단에서도 성실하고 인간성 좋기로 호평이 자자한 이전호 군위 문인협회장님이 군수실을 찾았다고 한다.

김진열 군위 군수님의 축사를 듣고 감동 늪에 빠졌다. 호남에다 점잖은 얼굴빛, 기운이 서린 목소리, 인문학적인 어록들, 이전호 추진위원장의 모습과 흡사하니 줄탁동시가 되었던 것 같다.

믿음이 듬뿍 느껴지는 김진열 군수님, 이전호 추진위원장님, 이윤기 선생의 유년 시절과 학창 시절 친구들, 동네 주민들이 합심하여 세워진 문학비다.

일찍 도착하여 동네 주민들과 부녀회장님과 이윤기 선생에 대한 이야기도 쏠쏠하게 나누었다. 주황 웃음을 흘리며 조롱조롱 매달린 살구도 실컷 따 먹으라는 배려심에 감탄사를 연발하면 살구 배부터 채웠다. 살구 스승이 조곤조곤 말한다.

이윤기 소설가 잊지 말고 살구! 군위 두복리의 인심도 기억하구 살구! 이윤기 문학비가 있다는 것을 꼭 알리며 살구! 바지런히 글 쓰고 독서하여 이윤기 선생의 넋이라도 기쁘게 해주면서 살구! 이전호 추진위원장의 기념사는 압권이었다. 원고 없이도 청산유수에다 뜻도 깊다.

이윤기 선생이 하늘나라에서 한없이 기뻐하실 것 같다. 김진열 군위군수님의 명예도로 선포도 인상적이었다.

선곡리와 두북리까지 십 리란다. 언젠가 다시 와서 문우들과 십 리 길을 걸으며 그분의 작품을 토론해 보리라.

문학비 제막은 참석한 내빈들이 좌우로 서서 밝은 분위기에서 거행되었다. 다들 한껏 고무되어 사진 촬영도 하고 덕담 방아를 돌렸다. 축가는 작곡가 진우 가수가 불렀다.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숨은그림찾기, 소설 중. 직선과 곡선의 백미에 곡을 붙였다.

우리가 직선이라고 여기는 것이 과연 직선이겠는가. 혹시 곡선의 한 부분을 우리가 자네 말마따나 대롱 시각으로 보고는 직선이라고 하는 것은 아닐 것인가?.

오래전 이윤기 소설가의 책으로 토론을 펼쳤던 시간이 자빠질 듯 다가온다. 유종의 미는 안자숙 낭송가, 이경순 낭송가가 거두었다. 연출에도 탁월한 열린 시 낭송 이경숙 회장님의 아이디어로 호동왕자와 낙랑공주를 낭독했다.

호동왕자로 분장한 안자숙 낭송가는 조선시대 선비가 환생한 듯 멋들어져 두북리 부녀회장님이 반하여 사진을 찍자고 했다. 낙랑공주 이경순 낭송가도 어찌나 청순하고 예쁜지 눈이 호강했다.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낭독으로 감상하니 아득한 시대로 돌아간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이윤기 문학비 제막식은 옥에 티는 커녕 모두가 흡족한 표정이라 이전호 추진위원장의 얼굴에 기쁨 꽃이 만개했다.

김진열 군위 군수님과 봉사와 문학 단체의 화합 지수가 꽃등이다.
다과와 수건까지 준비하여 옹골찬 문학비 제막식을 갈무리 후 점심을 먹으러 매운탕 식당을 찾았다.

거매 매운탕. 군위의 원조 매운탕 식당답게 맛이 일품이다. 밥값을 보시한 복 받을 분을 빼놓을 수가 없다.

눈빛이 강렬하여 고개를 돌려야겠다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그 분의 화수분 매력에 빠져 들었다. 사단법인 팔공산 문화포럼.

홍진규 회장님이 매운탕을 사 주셔서 보신을 톡톡히 했다. 문생문사! 문화에 살고 문화에 죽는 수다상 작가 바람꽃이다.

군위의 문화를 이끌어 가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밝혀 대구광역시가 된 군위군의 문화 행사에도 초대해 달라고 하니 그렇게 하겠단다.

문학과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너무 맛있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커피는 열린 시낭송회. 이경숙 회장이 기분 좋게 보시하겠단다.

눈빛이 강렬한 홍진규 팔공산 문화포럼 회장님이 강력하게 추천한다. 리틀 포레스트. 영화 촬영지인 군위답게 카페까지 있어 우르르 갔다. 염불도 좋았고 잿밥까지 아주 맛있었던 이윤기 문학비 행사 과정을 기록할 수 있는 수다상 작가라 기쁘다.



작가 김명숙(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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