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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성창 수필가 |
ⓒ N군위신문 |
을사년 새해 새날이 밝았다. 우리들 가슴 속 하늘에 먹구름은 가득하나 어느 해 보다 의지를 굳게 여미는 아침이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것은 상찬할 만한 일인데도 마냥 좋아할 수만 없어 안타깝다. 그렇다고 새해부터 주저앉거나 넋을 잃고 휑하니 서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새해를 소극적으로 맞이하기보다 앞서 맞이하는 능동적인 마음이 절실하다.
어수선한 시국 탓인지, 전국대학 교수들이 꼽은 2024년 갑진년 사자성어로 ‘도량발호(跳梁 扈)’가 뽑혔다.
즉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뛴다’는 의미다. 선정 사유로 ‘권력자는 국민의 삶을 위해 노력하고 봉사하는데 권력을 바르게 써야 함에도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새해 중소기업이 뽑은 2025년 사자성어는 ‘인내외양(忍耐外揚)’이다. 인내심을 발휘해 어려움을 이겨낸다는 뜻이다.
2024년 갑진년을 푸른 청룡의 해라며 국운 상승을 한껏 기대하게 만든 용꿈이 세밑의 ‘12·3 비상계엄발동’으로 전국민적인 악몽이 됐다. 새해 국내외 경제 동향이 파도치듯 울렁대 모두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국난을 헤쳐나갈 것 같다.
이런 형국이라 ‘군군신신 부부자자(君君臣臣 父父子子)’ 즉,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말이 퍼뜩 떠올랐다.
그 뜻은 정치란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아버지는 아버지 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자고로 자기의 맡은 역할에 따라 항상 성실하고 충실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제자리로 돌아가는 세상이 만들어진다고 하니 지금부터 우리 다 같이 이런 마음으로 자기 직분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반드시 이 난국을 무사히 넘기리라 믿는다.
서로 원망하고 분노하는 지리멸렬한 일상들을 오래 끌고 갈 일은 아닐 성싶다.
이에 새해 벽두에 소망이 담긴 박두진의 시 ‘해’를 한 번 읊어 희망을 댕겨보자.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시 ‘해’의 6연 중 1, 2, 3연을 실었다. ‘해’라는 사물을 통해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시로서 조화와 질서로 밝은 세상을 향한 간절한 소망으로 통합되는 화해의 세상을 추구하고 있다. ‘밝음과 어둠’이라는 대립적 이미지를 통해 분노하는 상황을 거부하고 어둠의 부정적 현실을 극복하며 화해와 공존의 사회를 이룰 수 있다는 소망이 함축된 시다.
근래 계엄사태와 관련된 무속인의 점집과 이름이 티브이로 보도되어 놀랐다.
필자도 새해 들면 으레 철학관이나 점쟁이를 찾아 사주 운수를 본 적 있다.
영적인 힘에 대한 의존은 나약한 인간의 몸부림이다. 무당 같은 영적인 힘에 대한 의존은 대대로 그 뿌리가 깊다.
점성술과 예언자들을 신봉한 명성황후가 애지중지했다는 무녀 진령군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국가 최고 통치자의 주변에 도사니 법사니 하는 무속인들이 뭣 때문에 들락거리는지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 21세기 대한민국 정치의 이면에 망령들이 얼쩡거리다니---.
이번 사태를 보면서 필자 자신부터 점집이나 철학관 부근에 얼씬거리지 않기로 새해 작심 1호로 가슴속에 새긴다.
을사년에 소망이 있을까? 첫째도 둘째도 위대한 대한민국의 손상된 국격이 하루빨리 원상으로 회복되어 국민 곁으로 오길 바라는 것 외 아무것도 없다. 그러기 위해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처럼 국민 모두 한 마음으로 힘을 모으자.
황성창 시인·수필가
재부군위군향우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