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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춘수 원장 |
ⓒ N군위신문 |
을사년 새 아침. 검붉은 태양이 동녘 하늘을 불그스레 물들이며 용솟음치듯 힘차게 떠오른다.
지혜로운 푸른 뱀의 기운을 받아 소원하는 모든 일들이 뜻대로 이루어지는 소중한 한 해 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꽃길만 걸어갈 수 없었다. 가시밭길 등 험악한 길도 걸었다. 후회도 슬픔도 많았지만, 참고 견디며 슬기롭게 헤쳐 나왔다.
새해를 맞으면서 지난날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되살려 본다. ‘시조창은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인 시조 시를 가사로 하여 부르는 노래다.’ 시조창에 관심이 있어 어디에서 강습하는지 알 수 없었다.
어느 날 박승근 문화원장을 만나 시조창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문화원에서 한다는 이야기 듣고 알게 되었다.
전국에 시조창 시우회가 몇 개 있는지 알 수 없으나, 대구 경북에 경산, 영천, 칠곡, 대구 남구, 달구벌, 구미, 성주, 상주, 군위 등 9개 지역에 있는 것만 기억하고 있다.
군위 삼국유사 시우회는 2023년 4월 30일경에 9개 지역 중 제일 늦게 창립하였다. 지정 김인숙 선생님과 박승근(당시 문화원장)두 분이 문화원에 시조창 교실을 만들면서부터 시작하였다.
처음 3∼4명이었으나 뒤늦게 5∼6명이 참가하여 10여 명 회원으로 구성되었다.
군위 삼국유사 시우회는 다른 지역 시우회에 비하면 역사와 실력 모두 뒤떨어지지만 넘치는 패기와 정열은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배운 지 5개월쯤 되었을까? 창을 배운다는 것이 쑥스러웠다. 누가 볼 까? 피해 다니면서 나무 그늘, 교량 밑에 앉아 읊어 보기도 했다. 한 소절 한 소절 넘어갈 때마다 시조창의 멋과 맛에 빠져들어 갔다.
어느 날 김인숙 선생님께서 영천에 전국 시조창 경연대회가 있다고 하시며 한번 참석해 보면 좋겠다고 한다.
5개월밖에 안 된 우리는 멋도 모르고 참석하였다. 단체 개인 장려상을 받아 쾌거를 이룩하였다. 하면 된다는 각오로 더운 여름 내내 뜨거운 열정을 불 살렸다. 그 후 우리 회원은 각종 전국 시조창 경연 대회에 출전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하였다.
우리 시우회는 8명의 남자로 구성된 보컬 팀으로 위상이 높아지기 시작하였다.
선생님은 열정적이시며 욕심을 넘어 욕망도 많으셨다. 창립 일 년 반밖에 안 된 우리에게 평시조, 사설시조, 남창 질음, 여창 질음, 중허리, 역음 질음 등을 단숨에 다 가르치고 싶어 장구 반주로 비 오듯 한 땀 훔치면서 애타게 우리를 지도하셨다.
7, 8십 대 시니어로 구성된 우리는 쉽게 따라가지 못해 마음속으로 미안했다. 사람의 감정은 얼굴에 나타난다. 선생님 얼굴을 훔쳐보면서 진도는 나가지 않아도 따라가려고 애도 무한히 썼다.
한 날은 선생님의 얼굴이 밝아 보였다. 덩달아 우리도 한결 마음이 놓였다.
1시간 수강을 마치고 휴식 시간에 우리가 배워온 기량을 다른 회원들과 한자리에 앉아 견주어 보면서 친목을 다져보면 어떻겠느냐고 물어보신다.
구체적 내용도 없이 하는 말씀에 재력도 없는 우리는 멈칫하면서 물어본다. 주최는 우리가 하고 장소는 문화원 갤러리에서 하면 좋을 듯하다고 즉답하신다.
10여 년 된 시우회원들과 한자리한다는 것이 좋으나 주최한다는 것이 무리인 것 같았다. 수강을 마치고 숙의해 보았다. 얇은 지갑을 털어서라도 자력으로 하자며 매듭을 지었다.
거친 풍랑을 헤쳐 나가는데, 항해사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행사 준비를 위해 임시 사무장을 뽑았다.
행사 비용과 개최 날짜와 갤러리 사용 관계 등 일일이 점검해 보아야 한다.
행사 준비는 거의 완료되었으나 행사 진행을 알리는 리플렛이 없어 당황하였다. 선생님께서 초안을 만들어 관련 부처에만 전달하고 우리는 받아 보지 못했다.
행사일 하루 앞두고 부랴부랴 만들었다. 준비를 마치고 당일 오전 10시 30분 만나기로 하고 밤을 지새웠다.
2024년 12월 27일 뜻깊은 제1회 정기 공연이 개최하는 날이다. 원근 각지에서 오신 시우회 회원님들 시각에 맞춰 참석해 주셨다.
오후 14:00 정각에 행사가 진행되었다. 손은경(문화해설사) 사회로 국기에 대하여 경례가 있었다.
이어서 이상화의 굵직하고 잔잔한 음성으로 즐겁던 한시절(일연선사)시조 낭송으로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내빈 소개가 있었다. 군정 업무에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김진열 군수님 참석하셨습니다. 최규종 군의회 의장님과 의원님 참석해 주셨습니다.
박세준 문화원장님과 내빈 여러분 자리를 함께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윤종복 대한시조협회 대구남구지회장님과 회원님, 조무송 구미시우회 회장님과 회원님, 하응두 영천 포은 시우회 회장님과 회원님, 박광대 칠곡향교 달구벌 시우회 회장님과 회원님 참석해 주셨습니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평시조 청산은 어찌하여 만고에 푸르르며/ 유수는 어찌하여 주야에 긋지 아니는고?/ 우리도 그치지 말아 만고상청 하리라. 군위 삼국유사 시우회가 행사의 서막을 울렸다. 이어서 전주 대사습 장원으로 입상한 박재우 회원님이 우조질음 시조 석인이승을 우렁찬 음성으로 장내를 압도하였다.
대한시조협회대구남구지회가 평시조 국화야를 불러 박수갈채를 받았다. 구미시 시우회는 엮음 질음 푸른 산중하를 부르며 참석하신 시우회 모두 부러워했다.
칠곡 달구벌시조창연구회는 평시조 천지를 불러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듯 아름다운 화음과 구성으로 우리 모두의 귀감이 되어 주었다.
강승범, 김이수 두 분께서 선비 춤으로 오늘의 축제를 한층 더 빛나게 해 주셨다.
구미시 조무송 회장님의 행궁견월, 영천 김향자 회장님의 월정명, 칠곡 손경순 님의 창내고자, 채희탁 님의 산촌에 등을 불러주신 독창은 섬세하고 맛깔난 멋으로 우리를 감동시켜 주었다.
평시조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이어 얼쑤 민요 단의 춤으로 회원 전원이 얼싸안고 춤추며 성황리에 축제의 막을 내렸다.
꼴찌의 반란?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아름다운 축제가 우리 모두에게 뜻깊은 인연과 추억의 시간이 되길 바라며 2025년, 초심으로 흐트러지고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대구가축병원 권춘수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