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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망각의 병, 치매

admin 기자 입력 2025.08.04 10:33 수정 2025.08.04 10:33

↑↑ 황성창 시인
ⓒ N군위신문
사람은 누구나 겪는 생로병사는 피할 수 없다. 불로장생을 꿈꾸며 ‘불로초’를 찾아 헤맸던 진시황도 50세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세월이 데려오는 죽음을 그 누구도 손사래 칠 수 없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도 가는 세월을 피하지도 잡아둘 힘도 없었던 모양이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이 듦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게 가장 곤혹스러운 일이다.
속절없이 나이를 먹지 않을 수 없는 두려움은 인간의 원초적 트라우마다.

노화는 숙명적인 삶의 과정일 뿐, 인간이 늙기 시작했다는 건 만년에 든 황혼길에서 그 누구도 젊은 그때로 다시 유턴할 수 없다는 게 삶의 진실이 아니든가.

세상 살다 보니 세월 탓인진 몰라도 부고 소식은 시시로 전해온다. 얼마 전엔 치매로 앓던 90세의 지인이 이승을 떠났다.

그간 치매로 빼앗긴 세월의 한은 풀고 가셨는지. 지인의 죽음을 접할 때마다 지난날의 인연이 아스라이 떠오르며, 그 가족들은 임종을 지켜봤는지, 고인이 누구의 손을 잡고 이 세상을 떠났는지 못내 궁금해진다.

다 부질없는 생각인 걸 알면서도 말이다. 두어 해 전부터 어릴 적 친구 동창들도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덧없는 인생 참 허무하다는 걸 느낀다.

그러고 보니 몇 안 남은 몇몇 친구들에게 가끔 문안하면 천연덕스럽게 ‘인명은 재천(人命在天)일세!’라고 동문서답하는 친구들 모습들이 소소하고 초연(超然)하다.

100세 시대라지만, 죽지 못해 사는 사람도 많다. 밤새 잠든 듯 세상 떠났으면 하는 사람, 바람처럼 사라지는 게 소원이라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얼마나 몸이 아프면, 사는 게 지겨우면 저런 말을 다 할까 씁쓸한 생각이 든다.
보행기에 의지한 채 위태위태하게 걷는 노인들, 노인복지센터 차가 아침저녁으로 아파트 노인들을 부축해 가고 오는 모습을 간간이 볼 때 나도 저 노인네들처럼 어느 땐가 저리되면 어쩌지 하며 보는 심경이 참 착잡하다.

매 주말 이른 아침부터 어느 TV든지 채널을 틀면 건강 프로 일색이다.
특히 늙은이에게 여차하면 들이닥친다는 불청객, 지긋지긋하게 사람을 괴롭힌다는 ‘치매’는 저승사자만큼이나 피하고 싶은 무시무시한 병이다.

뇌과학자들이 치매를 치료할 약제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은 치료 약이 없다.

치매란 병은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 박살을 내고 만다니 듣기만 해도 으스스하다. 한때 배우였던 미국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퇴임 후 치매의 종인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실이 세상에 알려져 전 세계인을 안타깝게 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인들은 암으로 가장 많이 죽는다. 어떤 조사통계에 의하면 제일 두려워하는 병이 치매라고 한다.

치매는 기억력 저하뿐만 아니라 인지력, 판단력, 언어 능력, 시공간 파악 능력, 행동조절 등 인지기능을 완전 먹통으로 망가뜨리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필라멘트가 막 끊어질 전구처럼 기억이 깜박깜박하는 게 치매다. 치매는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삶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초기 치매 진단받은 후 7~8년이 지나면 삼키는 저작(咀嚼)기능도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그 후 차츰차츰 음식이나 약을 먹기 어려워지고 급기야는 가족조차 몰라보는 지경에 이른다고 하니 이런 안타까움보다 더한 게 또 있겠나.

미국 애리조나대학의 로스 앤델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치매 발생을 억제하고,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방안 몇 가지를 발표했다.

속보로 꾸준히 걷는 근력운동, 책을 많이 읽고 글쓰기로 인지능력의 향상, 어떤 기관이든 민원인의 상담 등 봉사 활동에 참여한 사람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거의 없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예로 영국 런던에서 ‘내비게이션’ 없이 고객이 알려 준 주소만 듣고 도착지를 찾아가는 택시기사들은 기억의 학습, 방향 감각을 담당하는 해마가 일반인보다 훨씬 컸다고 한다.
이런 직업인에게는 치매가 전연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처럼 100세 시대를 살아갈 우리는 가족의 건강을 항상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자칫 치매 증상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간 큰 낭패를 당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가족 중 치매 환자가 발생하면 정신적인 충격과 고통, 경제적 부담에 과부하가 걸리면 그 가족은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위기에 처한다.

혹자는 사랑하던 가족인 치매 환자의 돌봄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지 못해 극단적 선택으로 한 가정이 파탄에 이르렀다는 불행한 뉴스도 종종 있었다.

그만큼 치매 환자의 돌봄에 따른 후유증은 심각하다. 그런 불행을 사전에 막기 위해선 전 가족이 평상시부터 치매 예방에 세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평소 좋아하는 운동으로 배드민턴이든, 볼링이든, 당구든, 바둑이든, 요즘 늘그막에 즐기는 파크골프든, 머리로는 점수를 생각하고 체력도 단련하면 치매도 막고, 노화도 지연시키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는데 안성맞춤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은 누구나 바라는 즐거운 소망이다.
그런 소망과 즐거움을 누리는 과정은 인생을 예술가가 조각 다듬듯이 갈고 닦아야 단 한 번뿐인 인생의 삶을 보람차게 누릴 수 있지 않겠나 싶다.

언제부턴가 필자도 나이 먹었다고 치매라도 얼씬거릴까 해서 정신을 바짝 차려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망각의 병’ 치매 예방을 위해 나름대로는 인지능력 향상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기 위해 무슨 책이든 신문이든 많이 보고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쓰려고 애쓴다. 그뿐만 아니다. 필자가 상시 이용하는 버스나 지하철의 경우 출발역부터 노선 종점역까지 정차지 이름 익히기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휴대폰에 저장된 자식들이나 손주들 전화번호 찾기에 더듬거리기보다 외우기에 요즘에는 온 힘을 쓰고 있다. 암기능력이 어릴 적 비해선 턱없이 모자라지만 어쩌겠나.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아 돈 안 드는 외우기에 노력을 계속할 생각이다. 여타 사회 활동과 관련된 많은 단체의 모임에도 애정을 갖고 가능하면, 참여해서 거들고 협력하는 사람이 되려고도 한다.

치매야, 이 정도로 막대 잡고 휘두르는데 내 앞에 얼쩡거릴 생각 말아야 하지 않겠나.

황성창 시인/수필가
재부의흥향우회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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