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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부군위군향우회 자문위원 |
| ⓒ N군위신문 |
근래에 100세 시대라는 말을 남녀노소 없이 덕담처럼 많이들 하고 있다. 하지만 건강을 잃고 막연히 오래 산다는 것만으로는 장수라 할 수 없다. 겉보기로는 장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저런 질병으로 10년을 누워지낸다면, 그것은 개인에게도 사회에도 불행한 시간이다.
지금, 우리들의 관심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스스로 걷고, 스스로 먹고, 말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며 사는가’를 장수의 정의(定義)로 바뀌어야 한다.
일본 오사카대 곤도 가쓰노리(近藤勝則)교수가 주도한 일본 노년학적 평가 연구는 일본 전국 24개현(縣) 고령자 22만명을 대상으로 장기 간 추적한 연구다.
어느 고을에 어떤 고령자들이 건강 수명을 누리며 사는지 살펴봤다. 이 연구가 대단한 이유는 의학과 질병뿐만 아니라 고령자의 삶을 들여다봤다는 데 있다.
혈압, 혈당, 흡연, 운동 횟수만 따지지 않았다. 친구가 있는지, 동네 모임에 나가는지, 취미는 뭔지, 봉사 활동을 하는지, 친한 친구와 자주 만나는지, 치아가 몇 개 남아 있는지, 잘 씹는지, 혼자 밥을 자주 먹는지 소소한 노년의 일과를 물었다.
그 결과,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람은 특별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비싼 영양제를 먹은 사람도 아니었다.
팔방미인처럼 사회적으로 연결망이 좋은 활동적인 사람이 장수했다. 사람을 만나고, 모임에 참여하고, 취미를 갖고, 지역사회 안에서 자기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마당발 같은 사람이 오래 건강했다.
스포츠 클럽이나 취미 모임, 지역 행사에 많이 참여하는 고령자일수록 노쇠나 기능장애 발생 위협이 현저히 낮음을 발견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모임에 나가기 위해서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씻어야 하고, 외출복의 색상에 고민하고, 목적지까지 이동해야 한다. 약속 장소를 기억하고, 만난 사람들과 대화하며 식사를 한다. 그러다 보면 운동과 인지 활동, 감정 교류가 한꺼번에 이루어진다.
건강 수명은 병원이 아니라 바로 동네 모임에서, 지역사회의 모임에서, 친구와의 점심 한 끼의 약속에서 만들어지는 셈이다.
가까이에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최고의 장수약이다. 사람은 병으로만 늙는 게 아니라 외톨이에서 오는 고독감 때문에 늙어지는 것이다.
100세 장수 시대에 노년의 가장 큰 문제는 외로움이다. 외로움은 조물주가 인간에게 준 숙명인데 외로움과 다들 바이 바이 했으면 좋으련만 그게 말같이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대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라는 절창 시구(詩句)도 있지 않든가.
오래 산다는 데 특별한 비법은 없다. 자기가 정한 틀 안에서 마음 편하게 규칙적이고 계획성 있게 실천하는 생활 신념이 장수로 가는 나침판이다.
우리나라도 100세 이상 장수하는 초고령자가 작년에 8천600명을 넘어섰다.
대통령으로부터 청려장(靑藜杖)을 받으셨을 대단한 어르신들이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건강한 고령층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
지난달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00세 이상 고령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5년 11월 1일 기준 100세 이상의 장수 어르신이 8604명으로 집계됐다.
첫 조사가 시작된 1990년 459명에 비해 무려 18.7배나 증가했다. 성별로 보면 100세 이상의 83.4%인 7176명은 여성이었고, 남성은 1428명으로 16.6%에 불과했다.
데이터처가 100세 이상 어른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장수 비결은 무엇인지 물어본 결과, 10명 중 6명인 59.7%가 소식(小食) 등 절제된 식생활을 꼽았다.
이어 규칙적인 생활, 유전적 요인, 낙천적 성격, 정기적 운동, 원만한 가족 간의 화목 등이 순위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의 경우 장수 비결로 규칙적인 생활을, 여성은 절제된 식생활을 가장 많이 꼽았다.
우리나라는 현재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었다. 진정한 장수 사회는 장수 어르신이 많은 사회가 아니라, 100세에도 잘 걷고, 잘 씹고, 말하고, 웃고, 누군가를 만나러 나가는 사람이 많은 사회여야 한다.
인생 황혼기에 빛나는 노을처럼 아름답게 늙기를 바란다면, 좋은 병원만 바라보지 말고 이웃과 친구들을 끊임없이 연락하며 어울려 살자. 건강 수명은 혼자 버티는 사람에게 오는 게 아니라, 끝까지 연결되어 있는 사람에게 온다. 같이 잘살아야 나 또한 건강하리라.
황성창 시인/수필가
재부군위군향우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