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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성창 시인·수필가
재부군위군향우회 자문위원 |
| ⓒ N군위신문 |
불과 몇 초 사이였다. 거대한 흙탕물이 히말리야 협곡을 집어삼키자 콘크리트 건물들이 성냥개비처럼 꺾였다.
도로가 뜯겨 나가고 교량과 건물이 장난감 블록을 흩어 놓은 듯 와르르 무너졌다. 영상을 보는 순간 재난 영화를 보는 듯 소름이 돋았다.
2026년 8월 26일 네팔에서 발생한 대홍수를 지켜본 전 세계인에게 충격을 안겼다. 지진도, 폭우도 아닌 빙하가 녹아 생긴 거대한 홍수가 네팔을 집어삼켰다.
네팔은 중국과 인도 사이의 히말리야에 있는 연방공화국으로 수도는 카트만두다. 인구는 현재 기준으로 약 3천만 명이며 면적은 남한의 1.5배가량 넓으니 적은 나라는 아니다.
북쪽으로는 중국 티베트와 국경을 맞대고 남서로 인도와 접해 있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포함한 히말리야 산맥 위치에 있는 남아시아의 내륙에 있는 국가이다.
네팔은 트레킹과 등산뿐 아니라 수도 카트만두와 포카라는 네팔의 주요 관광도시로 유명하다.
카트만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풍부한 문화유산을, 포카라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휴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 도시들을 보기 위해 세계 각국의 수많은 여행객이 찾는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와 안나푸르나 지역도 유명한 곳이다.
조용한 나라 네팔에서 일어난 대홍수의 비극은 이른바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히말리야 빙하가 녹아내려 일어난 기후재난이다.
지구 온난화로 해발 4000m 이상 고산지대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고였던 빙하호가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터지는 일이 잦다고 한다.
지난달 빙하호에 쏟아진 수백만t의 토사와 물이 순식간에 무너져내리며 건물들을 덮쳐 마을이 파묻혔다. 이로 인해 네팔 북부 지역을 덮친 대규모 홍수로 도로와 전력 등이 크게 파손되었다.
특히 네팔에서 수력발전소를 건설 중인 한국인 근로자 9명도 안타깝게 연락이 끊겨 그들이 무사히 구조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길 우리는 간절히 바라고 있다.
히말리야 계곡을 덮친 대홍수가 발생한 지 4주가 넘었지만, 한국인을 포함한 수천 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번 참사는 기후변화로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 히말리야가 어떤 위험을 안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네팔 재난 당국에 따르면 지난 9월 12일까지 1천429구의 시신이 수습됐고, 5천649명이 여전히 실종상태라고 하나 피해 규모를 정확히 가늠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거대한 비극은 네팔과는 먼 선진국 사람들이 에어콘을 펑펑 틀고 비행기를 타고 날아다니며 마음껏 음식을 먹고 쓰레기를 마구 버려 이미 예고된 참사나 다름없다.
네팔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의 원인에 대해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도 주변을 초토화할 정도로 강력한 홍수가 순식간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문가와 주요 외신, 현지 매체들은 지구 온난화로 히말리야 고지대의 빙하가 녹아 붕괴하면서 대홍수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주시하고 있다.
히말리야나 알프스 산악지대에서 주로 발생하는 빙하호 폭발 홍수는 빙하가 녹아서 생긴 빙하호의 물이 범람하는 현상이다.
기후 전문가들은 빙하 호수 붕괴를 대비해 상시 관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연세대 토목공학과 조원천 명예교수는“빙하 쓰나미는 단순한 홍수가 아니라 산사태처럼 물과 흙, 돌이 함께 내려오기 때문에 민가 등에 더 큰 피해를 입힌다”며 “한 국가에서 빙하 호수 붕괴로 홍수가 발생하면 국경을 넘어 강 하류에 있는 다른 국가까지 덮치니만큼, 위성으로 빙하 호수의 생성과 팽창을 추적하고 국가 간에 관측자료와 경보도 실시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높아지면서 빙하들이 대형 홍수를 일으킬 ‘잠재적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대홍수로 큰 피해를 본 네팔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1%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2025년 기준으로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 등 1∼4위의 강대국들이 배출하는 배출량은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도 10위의 배출 국가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온실가스를 줄이고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이 없다면,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신성한 히말리야의 만년설과 빙하도 인간의 정복 욕망으로 급속히 녹아 인류를 삼키는 큰 재앙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기후위기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사회적 재난’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문제는 재난의 규모와 빈도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8월 한여름처럼 40도를 넘는 불가마 같은 폭염이 단 며칠이라도 계속되면 노인과 노숙인, 쪽방촌 주민, 야외 현장 노동자가 먼저 위험에 노출된다.
또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지면 반지하 주택과 저지대 주거지역부터 물난리를 겪게 된다. 기후재난은 누구에게나 닥치지만, 주거 환경과 경제적 여건에 따라 취약한 계층에는 치명적이라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달라진다.
네팔 대홍수 참사를 지켜본 국제사회와 세계 기후학계에서 더는 각국의 공조와 대응을 미뤄선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독일 출신의 기후학자인 볼프강 크라머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 명예교수도 “지난여름 동안 유럽에서만 폭염으로 3만5000명이 사망했다.
기후 정책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각국 정부와 결정권자들에게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는 현 정책이 지금의 고통과 손실에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
기후위기와 동떨어진 삶을 살아온 세계 최빈국 네팔 주민을 덮친 참사에 착잡함을 지울 길이 없다.
그럼 우리는 어떤 책임을 져야 할까. 네팔에서 일어난 기후 온난화 참사를 보았다면 경기장, 공원, 산과 바다에서 즐기다 떠나면서 별의별 쓰레기와 양심까지 함께 버리고 가는 나쁜 습관부터 고쳐나갔으면 한다. 자기 쓰레기를 말끔히 치워줘도 기후위기 극복에 참여하는 선진국 일등 국민이 되는 길이다.
미국의 기후학자인 마이클 만 펜실베니아대 석좌교수는 저서 ‘기후 빅 히스토리’에서 “기후변화는 위기임엔 틀림없지만, 해결 가능한 위기”라고 말했다.
황성창 시인·수필가
재부군위군향우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