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곰삭아 맛깔 나는 300년 전통된장’

경주신문 기자 입력 2007.04.05 19:12 수정 0000.00.00 00:00

‘곰삭아 맛깔 나는 300년 전통된장’

전통 한과, 민속 엿, 고유 단술 등, 각종 우리 음식이 훼손되지 않고 가가호호 잘 보존 계승돼 오고 있는 양동 민속마을에 또 하나의 자랑이 있으니, 바로 된장이다.

기계 지하천 맑은 물과 산골메주로 빚어 두달간 우려낸 양동 식 된장은 종가며느리 손맛 들여 특유의 맛과 향을 얻고, 좋은 물맛 청정한 공기 담아 으뜸품질 얻어낸 먹거리의 명품으로 세인들의 입맛에 등극했다.

경주시 강동면 양동리 97번지 장세주 할머니(72)는 30년전 양동이라는 동네의 특성상(민속마을) 수시로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전구(손님이 방문해서 물이라도 마시고 가시게 하는 예의)도 할 데가 없어 불편해 하는 처지를 보고 안타까워하던 끝에, 자신이 가진 재주라고는 며느리라는 보직에서 얻은 음식솜씨뿐임을 떠올리고, 그중 특히 먹거리 중 으뜸인 된장은 우리나라 사람 모두의 공통식성이므로 사랑채를 열어(거림골 식당) 된장이 보글보글 끓고 있는 시골밥상을 차렸다고 한다.

처음엔 유서 깊은 반촌의(여강 이씨 집성촌) 명예를 그르친다 해 문중의 심한 반대에 부딪치기도 했으나 마을 운영 차원에서 그 필요성이 인정돼 300년 내려오는 장맛이 외부 대중에게 공개될 기회가 됐다고 한다.

처음엔 찾아오는 손님에게 끓여낸 된장찌개를 팔뿐 된장 자체에 대한 어떤 구상도 계획도 없었단다. 그리고 30년 전이라는 세월 자체가 생된장을 어디 가서 사다 장을 담근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그런데 오늘날의 상황은 제수용품도 배달해서 쓰는 세태로 급변했다. 자연스럽게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서 맞벌이 부부들 위주로 생된장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물론 거림골 식당에 와서 끓인 된장 맛을 본 손님들과 그 입소문을 들은 사람들에 의해서였다.

“할머니 된장찌개 너무 맛있는데 생된장 좀 파시면 안될까요?” 준비되지 않은 부분이라 처음엔 선뜻 대답하지 못하다가 문의가 쇄도하자 마침 건강 문제로 귀향해 있는 큰아들 내외와 의논 끝에 대량생산을 연구하게 됐다.

할머니의 된장은 양동마을에서도 소문난 맛인데, 좋은 식재료에 충분히 숙성시킨 후 , 분리해서 된장을 고체로 만들 때, 따로 만들어 놓은 청국장 가루를 첨가하는 거였다. 그리고 된장찌개를 끓이는 과정에서 배합과 순서 첨가하는 부재료에서 고유의 거림골 식당 장맛이 난다는 것.

그런데 이번에 할머니와 아들내외는 획기적인 그들만의 레시피를 시도하고 있어서 기자는 그 부분을 중점 취재해 보았다.

장세주 할머니는 열아홉에 시집온 그날부터 시어머니께 배우고 익힌 솜씨를 50년간 전수하는 과정에서 나름의 경험과 지혜를 더해서, 몇 가지 개선점을 찾아냈다. 매주 만들기에서 가장 비효율적이고 힘이 드는 문제는 모양 만들기 하는데 드는 노동력과 발효시키는 번거로움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메주콩을 청국장 띄우듯이 방바닥에 펴서 띄워, 빻고 쳐서 모양 만드는 과정을 생략하고 콩 모양 그대로를 양파주머니에 넣어서 소금물에 우려내는 것이다.

또 콩과 소금물의 비율을 보통 1대2로 하는데 할머니는 1대1로 해서 보다 진국을 얻어내는 것! 이번에 새롭게 시도한 제조법에 의해 100여가 넘는 장독대에 옹기항아리 속에는 커다란 양파주머니가 가득 들어있고 이미 주문 받은 고객들의 명찰이 정갈하게 붙어 있었다.

삼월 삼진날 뜨게 날이 잡힌 이 새로운 제조법의 된장이 과연 기존의 장맛과는 어떨 것인지 한국의 주부인 기자는 자못 설레는 마음으로 거림골 싸립문을 나서며 300년 전통된장이 명실공이 명품으로 등극하는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N군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