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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시의회 ‘겉으로는 봉합, 속으로는 불만’

이채근 기자 입력 2007.05.06 18:01 수정 0000.00.00 00:00

‘집행부-의회, 명분없는 대립 언제까지’

■경주시-시의회 ‘겉으로는 봉합, 속으로는 불만’■

‘집행부-의회, 명분없는 대립 언제까지’
시의회 간담회 지루한 줄다리기 결론은 ‘불참’
시민체육대회 전날 백 시장과 의장단 극적 조율

집행부 일부 간부들 입장 난처하면 ‘묵묵부답’으로 논란 부추겨
시의회, 늑장보고 이유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지난 1일 경주시의회가 황성공원 시민운동장에서 열리는 제27회 시민체육대회 및 방폐장 특별지원사업 확정 환영 및 결의대회에 불참을 결의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대회 당일인 3일 개막행사에 참석했으나 양측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경주시는 이번 시민체육대회를 하면서 방폐장 지원사업 환영대회를 함께 개최하기로 하고 대회를 이틀 앞두고 추진내용을 시의회에 보고했다. 이에 대해 시의회는 이 같은 중차대한 행사를 준비하면서 집행부가 시의회와 논의 한 번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나 양측의 갈등은 대회 하루 전인 지난 2일 백상승 시장과 의장단의 협의로 극적인 타결을 보았지만 경주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두 기관이 잇따른 대립으로 지역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주시의 환영대회 추진과 시의회 보이콧=경주시는 지난 4월 18일 정부가 확정한 방폐장 특별지원사업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달한다는 명분으로 시민들이 모인 시민체육대회에서 환영대회도 같이 하기로 하고 긴급히 일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시는 3일 시민체육대회 개막식 때 황대원 경주상공회의소 회장이 환영 및 결의대회 대회사를 하고 김관용 도지사가 격려사를. 백상승 시장이 대정부 감사문을 낭독하는 등의 진행을 준비했다. 그리고 운동장에 지원사업 확정을 환영하는 애드벌룬, 현수막 등을 달고 읍·면·동에서 체육대회에 참가하는 응원단과 선수단에게 총 700여개의 피켓을 준비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안 시의회는 지난 1일 긴급간담회를 열고 집행부가 시민전체를 대상으로 행사를 준비하면서 시의회와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 “시의회를 무시하는 행동”이라며 반발했다.

강익수 의원은 “시민체육대회 개막식 때 방폐장 지원사업 환영대회를 같이한다고 했는데 시의회와 특별위원회에 전혀 논의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만우 의원은 “시민체육대회에 지원사업 확정에 대해 환영하고 감사하는 행사를 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경주시민이 모두 모인 화합의 잔치에서 벌어지는 행사를 준비하면서 의원들에게 말 한마디 하지 않는 것은 의회를 무시하는 행동이다. 특히 안강읍의 경우 지원사업이 한 건도 포함되지 않아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행사를 한다는 것은 정서에 맞지 않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삼용 부의장이 자유토론 형식으로 회의를 진행했으나 집행부 관계공무원이 없는 상황에서 회의는 어수선하게 의원들끼리 불만을 터뜨리는 상황으로 전개됐다.

잠시 후 정의욱 자치행정국장이 회의장에 들어오자 시의원들은 환영대회 행사에 대해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이무근 의원은 “이 계획은 시민과 연계되는 중차대한 것인데 시의회와 같이 한 것도 없고 집행부가 할 일이 아니라 국책사업 추진 특위나 범시민연대가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의욱 국장이 “체육관련 행사는 파악하고 있으나 방폐장 관련 문제는 국책사업추진지원단장이 추진하는 것”이라며 “내가 답변할 사항이 아니다”고 답변을 피해갔다.

그러자 이상득 의원은 “지난번 기획행정위원회 간담회에서 이 말이 전혀 없었다. 시장도 모르는 일을 누가 한것이며 의회가 이렇게 산만하고 화합이 안 되니까 집행부로부터 무시를 당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김성수 의원은 “시민들의 축제인 체육대회에 지원사업에 대한 환영, 결의대회, 대정부 감사문 낭독 등을 왜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정부가 어떻게 했는데 ‘감사합니다’라고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며 “아직 사업규모가 확정된 것도 없는데 시민들을 혼란에 빠뜨린 이번 일을 기획한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성토했다.

의원들은 이날 절차와 행사 성격에 대해 집중적인 성토를 했지만 집행부 간부들로부터 명쾌한 답변을 듣지 못하자 집행부 공무원들을 나가게 한 뒤 개막식 행사에 불참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회의를 마쳤다.

▶체육회 시의회 방문, 방폐장 지원사업 범시민연대 화합촉구=시의회가 시민체육대회 및 방폐장 지원사업확정 환영대회 개막식에 불참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민체육대회를 주관한 경주시체육회 관계자들은 2일 오전 의장실을 방문해 “시민들의 축제인 체육대회에 시의원들이 참석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날 최학철 의장 대신 나온 최병준 기획행정위원장에게 시의회의 참석을 요구했다.

체육회 관계자들은 “집행부와의 일은 집행부와 논의하고 체육대회는 체육행사로 보고 참석해야 한다”고 참석을 강력히 요구했다.

지역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경주방폐장지원사업 범시민연대(상임공동 대표 백수근)도 2일 성명서를 통해 “경주시와 경주시의회가 제27회 경주시민체육대회 시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사업 확정 경주시민 환영 및 결의대회 개최 건으로 인하여 시민에게 혼란과 갈등을 겪게 하고 있다”며 각성을 촉구했다.

범대위는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사업에 있어 중앙의 각 부처에서 세부계획을 수립하는 중대한 시점에서 집행부와 의회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예산 확보를 위해 중지를 모아야 할 상황인데 시민체육대회 시 환영 및 결의대회 병행실시로 인한 갈등을 표출하는 것은 시민들의 기대심리를 무너뜨리는 처사”라며 “시와 시의회는 조속한 시일 내 상생 화합하여 지역발전과 시민들이 바라는 일들을 차질 없이 추진해 잘사는 경주가 되도록 지도자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결국 봉합은 됐지만 매번 불거지는 두 기관의 갈등=명분싸움으로 시의회의 개막식 보이콧까지 번진 이번 사태는 행사일(3일)을 하루 앞둔 2일 오후 늦게 백 시장과 시의회 의장단과의 만남에서 일단 봉합이 됐다.

이날 시의회는 백 시장에게 환영, 결의대회를 줄이고 집행부의 늑장 보고에 대해 개선을 요구했고 논의 결과 행사는 하되 결의대회와 시장이 대정부 감사문을 낭독하는 것을 하지 않고 환영사로 돌리는 방향으로 조율했다. 그리고 앞으로 시의회와 사전에 논의하겠다고 했다.

경주시와 시의회의 이 같은 대립을 두고 시민들은 경주발전을 위해 함께 일해야 할 두 기관이 명분싸움에만 급급하다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 시의원들은 집행부가 중요사안에 대해서는 함구하다가 기간이 임박해지면 시의회에 슬그머니 내놓아 시의회 입장만 곤란하게 한다고 자주 불만을 표출했다. 또 시의회가 집중적으로 성토를 하면 집행부는 ‘사사건건 문제를 제기한다’ ‘시의회가 특정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식으로 맞받아 서로 간에 갈등만 계속되고 있다.

모 시의원은 “집행부와 시의회는 언제든지 논쟁을 벌일 수 있는 관계이기 때문에 대립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설사 갈등이 생기더라도 상생을 위해 풀 것은 풀어야 하는데 지금 집행부에서는 그런 역할을 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시의회가 집행부에서 보고를 하기 전에 충분히 알 수도 있는 상황에서 굳이 집행부 보고사항에만 문제를 삼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시의회가 시 공무원들의 보고에만 의존한다면 너무 소극적인 의정활동을 하는 것”이라며 “중요한 사업을 항상 예의주시하고 시의회가 한발 빠른 대처로 집행부의 추진사업을 점검해 나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원들은 집행부가 늑장보고와 의회를 경시하고 있다며 공공연하게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만 표출에 대해 시의회도 심사숙고해야 할 것은 시의회가 논란을 살피고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고가 늦었다며 논란의 중심에 있지는 않은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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