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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태풍을 기다리는 농심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07.07.03 10:51 수정 2007.07.04 03:36

태풍을 기다리는 농심

↑↑ 대구일보 배철한 기자

기자수첩

긴 장마가 시작되면서 수확기를 맞은 자두, 복숭아, 수박 등 과실 값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태풍을 기다리는 농심은 어떤 심정일까 싶다.
해마다 한 달여간 지속되는 긴 장마는 농민들에게는 크나큰 타격을 입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일시적인 장마나 태풍으로 농작물이 일부 훼손돼 상품가치를 잃거나 고사하기를 기다리는 농민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은 우리에게는 충격적인 일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농작물 전체가 흉작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애써지은 농작물이 장마에 녹아내리고 태풍에 쓰러지고 많은 피해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어느 누가 안타깝지 않을까, 그러나 농민들은 외국농산물 수입이 급격히 늘어나고 무분별한 파종면적 확대에다 풍작이 된다면 가격 면에서 경쟁력은 떨어지고 인건비와 영농비만 몇 배로 늘어나 남는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파종 면적을 줄이면 될 것이 아니냐는 일반적인 반문도 나오겠지만 면적을 줄였을 경우 긴 장마나 태풍이 닥쳤을 때에는 농작물 전체가 피해를 입어 그야말로 한 푼도 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농촌지역 현실은 땅을 두고는 무슨 작물이든 심어야하는 것이 농심이요 심었으면 풍작을 기대하는 것이 농심일진데 농민들이 태풍을 기다리는 것은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데다 풍작으로 가격은 떨어지는데 인건비에 많은 투자비가 지출된다면 이래저래 남는 것이 없기 때문에 태풍을 기다리는 농심을 이해할 것도 같다.
효령면 김모(47)씨는 “애써지은 농작물이 장마나 태풍피해를 입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풍작 가운데 태풍을 만나 일부가 피해를 입으면 농산물 가격은 올라가고 또한 인건비는 크게 줄어들어 전체적인 정황을 볼 때에는 농가에 이득이 되기 때문에 곱지 않은 태풍을 기다리려 본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오죽 힘이 들면 이런 소리들이 나올까, 행정당국의 현실적인 농정책과 농사지도로 애써지은 자식 같은 농작물이 제 값을 받아 농민 모두가 풍작을 기대하며 웃으며 더불어 잘 살아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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