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인물 독자마당

한·미 FTA 이후의 농업·농촌·농정전망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07.07.19 14:28 수정 2007.07.19 02:25

한·미 FTA 이후의 농업·농촌·농정전망

광야에 발가벗고 떨고 있는 농업인들

누누이 말했지만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Free Trade Agreement)는 (농축산물)시장을 더 개방(開放)하느냐 마느냐의 협정이 아니다. 1995년 우리정부가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상품시장은 이미 99.3%가 이미 개방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FTA는 WTO가 허용하여 그나마 걸치고 있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이라는 겉옷마저 협상대상 두 나라가 훌딱 벗어버리자는 양자간 협정이다. 한·미 FTA는 ①통상적인 상품과 서비스 시장의 예외 없는 무(無)관세화 협정에 그치치 않고 ②협상의 선결조건으로 국산영화상영 일수를 50% 축소하고 미국 의약품의 특허기간 20년 더 연장(50년 -> 70년)하며 최저 판매가격을 보장해 주었다. 그리고 ③동식물과 식품의 안전성 보호와 관련된 위생 및 검역조건을 대폭 완화해주고 유전자 변형식품의 원활한 도입을 보장하는 등 협상의제(議題)가 아닌 비관세 사항마저 대표 양보해준 협정이었다. 뿐만 아니라 ④우리나라의 각종 공공제도와 금융, 보험, 법률, 교육 및 서비스 정책을 미국의 요구대로 미국익에 맞게 고치겠다고 약속한 경제통합 내지 동조화(同調化)에 관한 협정이었다. 그냥 시장개방을 더 늘려 100%를 채우란다면야 죽자사자 반대할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협상개시 선언 때부터 협상이 끝날 때까지 대통령은 줄곧 전혀 앞뒤가 맞지 않은 “개방할 것이냐, 아니면 100여년전의 쇄국정책을 택할 것이냐”고 윽박지르며 나섰다. 정부는 막대한 광고비(국민세금)를 들여 광개토대왕과 장보고까지 동원하여 “수출해 먹고 사는 나라에서 개방은 필수요 대세”라는 광고를 연일 헤대고 있다. 이들 과장광고 덕분에 상당수의 국민들은 지금 이순간도 한·미 FTA는 필수적인 것으로 꼬박 믿고 있다. FTA는 국익의 경중에 따라 협상하고 여의치 않으면 중단해도 좋은 선택의 문제인데도 말이다. 이미 스위스, 태국 등 36개국이 미국과 FTA 협상을 중단했다. 그래서 국익을 촘촘히 따져 보면서 협상을 해야한다고 그 손익을 적시하며 비판해온 농업인들과 지식인들은 졸지에 “반노, 반미, 친북 좌파”로 매도당하기까지 했다. 만일 한·미 FTA 협정이 이 상태로 공식 체결되고 국회에서 비준 동의된다면 주요 농림축수산물의 약 38%가 당장 관세가 철폐될 예정이다.
그리고 나머지 모든 농축산물의 관세율이 매년 줄어들어 5년 후는 60%의 품목이 관세가 완전히 철폐된다. 그리고 7년후 2015년에는 2004년의 WTO 쌀재협정의 결과에 따라 쌀시장이 완전히 개방된다. 10년 후에는 90%, 15년 후에는 거의 98%의 주요 농축산물의 관세가 동째로 사라진다. 그 중에서도 UR협상에서 가까스로 지킨 쇠고기, 돼지고기, 우유제품 등 축산업의 피해가 가장 크다. 광우병 검역기준, GMO 검사 통관 절차, 가축 위생 조건 등 통상적으로 FTA 협상의제가 아닌 대부분의 비관세 장벽들을 FTA 협상과정에서 미국측이 원하는대로 쉽게 양보해주었다. 예컨대 조류독감(AI)이 발생한 이외 지역의 조류 육류수입이 허용되었다. 일반 육류수입도 도축장 중심의 검역검사를 하기 때문에 광우병 등 질병발생 의심지역의 가축인지 여부를 추적하기 어렵게 되었다.
한·미 FTA로 농업주문의 피해액이 몇조원이 될 것이라는 관련연구기관의 속성발표는 이제 더 이상 믿을 것도 논평할 가치도 없다. 상품으로서의 농산물가치만 계산하고 그나마 수치도 이랬다저랬다 하면서 피해산업(품목)의 전후방 연계산업의 피해효과와 농업의 천문학적인 다원적 공익가치 멸실효과를 빼놓고 계상한 피해예상액이란 반쪼가리 분석에 불과하여 전혀 무의미하다.
이번 한·미 FTA 추진과정에서 대통령님부터 협상책임자에 이르기까지 정직하지 않은 말을 숱하게 쏟아 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절묘한 왜곡의 백미(白眉)는 “쌀시장만은 지켰다‘라는 공식발표 이다. 이 정부가 2004년에 이미 WTO 쌀재협상을 통해서 미국을 비롯 6개국 쌀 수출국과 WTO에 대하여 2014년까지 실질적으로 쌀소비량의 13% 가량 의무수입하고 그 30%를 밥상용으로 자유로이 수입하겠다고 양보하여 지금 이 순간도 중국과 미국산 쌀이 수입되고 있으며, 2015년부터선 쌀시장을 전면 개방하기로 WTO 및 미국 등 쌀수출국들과 협정을 맺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하고서도 이번 한·미 FTA에서 쌀만은 지켰다니 이게 무슨 해괴한 말장난인가.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 윗사람이 화를 내어 애꿎게 하위직 공무원으로 하여금 ‘WTO 협정과 FTA 협정의 성격이 다르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할지 모른다. 그래서 미리 말해 두는데, 그렇다면 처음부터 쌀 개방은 막았다고 말해선 아니 되었다. 2015년부터 쌀시장은 완전개방 되지만 “무관세화는 막았다”고 말했어야 옳다. 그리고 한·미 FTA도 개방여부를 결정하는 협정이 아니라, 아예 관세를 없애기 위한 협상이었다.라고 처음부터 솔직히 고백했어야 옳았다.

사고무친의 천애고아 신세

문제는 사고무친(四顧無親)의 천애고아(天涯孤兒) 신세가 된 우리나라 농업인들이 관세와 비관세라는 누더기마저 완전히 벗겨져 광야에 내던져진채 따뜻한 위로와 격려는 커녕 이제 국제경쟁력을 키워야 살아남을 수 있고, 그렇다고 UR 때처럼 정부가 너무 도와주면 버릇만 나빠져 제대로 크지 못한다고 윽박지르는 소리들이 요란하다는 사실이다. 한·미 FTA 협상이 졸속으로 아무 준비없이 미국 일정에 맞춰 미국이 원하는대로 양보하고 있을 때는 말 한마디 않던 학자들과 언론들이 요즘에 메뚜기 제철을 만났다. 관세, 비관세 등 무장이 완전히 해제되는 잘못된 협상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 없이 가만히 있다가 막상 그렇게 타결되니까 한술 더 떠 “농업인이 경영마인드를 가져야 산다.” “수출에 살 길이 있다.” “상품답게 만들어야 농민이 산다.”라는 제법 그럴싸한 훈수들을 해댄다. 때리는 남편 보다 말리는 척 “너 경영마인드 없고 경쟁력이 약하니 ‘잘못했습니다’라고 사과하라”고 나무라는 시어머니와 하등 다를 바 없다.
누가 우리 농민들을 경영마인드가 없다고 말하는가. 이때까지 갖가지 개방화의 악조건 하나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이 바로 그 헝그리 스프리트 경영만인드 때문이 아니었던가. 누가 경쟁력 없다고 말하는가, 비록 열악한 생산여건 때문에 가격경쟁력은 미약해도 품질(안전성) 경쟁력으로 이만큼 버텨왔지 않은가, 누가 상품답게 못만든다고 흉보는가, 경영외적 요인 때문에 가격조건만 밀렸을 뿐 우리 농축산물만큼 생산력이 높고 맛있고 품질 좋고 안전한 것이 또 어디 있는가. 어디 한번 다시 따져보자. 우리와 비슷한 조건의 알프스지역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이태리 농민들과 우리 농업인들과 정책환경이 얼마나 다른지나 알고 하는 소리들인가. 도대체 우리 정부가 개방화시대의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업인의 권익과 경쟁력을 키워내기 위해 농업인들에게 EU처럼 아니 일본, 미국 등 선진국처럼 농업의 다양한 공익적 기능에 대한 보답을 제대로 해주었는가부터 반성하고 비판해야 앞으로의 보강대책이 올바로 도출될 것이 아닌가. 땅값이 세계 최고로 비싸고 인구밀도가 최대이며 호당 경지면적이 최소인 우리나라의 농축산업이 살아남고 농업인들이 어엿한 국민으로서 안정적으로 생업에 전념하면서 농촌의 자연한경과 경관을 지키게 하기 위해서 다른 선진국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왔는지부터 물어보고 해답을 찾아야 한다.

제발 낡은 축음기판은 더 틀지 마세요

그런데 허구한 날 5년치 또는 10년치 예산을 합친 숫자를 내세우며 마치 추가적으로 42조원, 57조원 또는 119조원을 농업에 새로이 투자하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허위정보와 거짓 인상을 주는 낡은 레코드판만 계속 틀어대고 있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과거 10년동안 국방과 교육분야에 각각 2000조원 이상 투자하고서 왜 F4기가 계속 떨어지며 공교육은 날로 쇠퇴하는지를 묻지 않은가. 숫자장난, 말장난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보란 듯이 권위 있는 비농업계 학자들과 언론들마저 정부가 마치 농업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붓는 것처럼 떠들지 않는가. 대통령님마저 앞장서 마치 농업에 마구 돈을 쏟아 부었는데 성과가 낮다고 공식석상에서 농림부에게 질책성 코멘트까지 한 바가 있다.
그래서 전국의 농민들은 제발 낡은 축음기판은 더 이상 틀지 말아달라고 아우성이다. 한미 FTA 후속 농정을 처방하려는 사람들에게 충고한다. 먼저 한미FTA가 우리 농업 농촌과 국민경제 전반에 얼마만한 공적, 사적 피해와 파장을 몰고 올 것인가부터 정직하게 진단하고 처방을 내려야 한다. 지역말단적인 성공사례를 가지고 마치 모든 농업 농촌 농민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해법인양 떠버려 인기를 끄는 말과 행위일랑 제발 자제하기 바란다. 초상집에 북치고 장구치고 나팔을 불러대며 자칫 농업인을 두 번 죽이는 처방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농업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모든 기관과 공직자, 준공무원, 봉급자, 학자들도 농업 농촌 농민이 스러져가는 이 마당에 모름지기 자신들의 존재이유를 겸허히 되새겨 보아야 할때이다. 자기 관리, 자기 묘를 파들어 가는 것도 모르면서 마구 휜소리를 칠 때가 아니다.

-박복태-


저작권자 N군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