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인물 독자마당

「말과 호칭」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07.07.19 14:29 수정 2007.07.19 02:26

「말과 호칭」

현대는 말과 글의 홍수시대다. 오죽하였으면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많을까 하노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화(禍)는 세치 혀끝에서 나온다는 말도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말과 관련된 속담도 무척이나 많다. 속담에는 오랜 세월에 걸쳐 터득해 온 민중들의 삶의 지혜가 담겨져 있다. 우리 선인들은 우리말 속담을 한문으로 나타내어 사용하였는데
▲ 去言未來言美(거언미래언미) :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 無足之言飛于千里(무족지언비우천리) :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또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 웃는다고 한 말에 초상난다. 좁은 입으로 말한 것 넓은 치맛자락으로 못 막는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이렇게 부정적인 속담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말이 고마우면 비지 사러 갔다가 두부 사 온다는 긍정적인 속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문명의 눈부신 발전에 따라 말의 전파 또한 초고속 광속도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요즈음 인터넷 온라인 환경에서 미처 정제되지도 못한 주의, 주장들의 말들이 미치광이처럼 춤추며 번지고 있다. 이러다보니 무심코 내 뱉은 말이 온라인을 타고 “악플”로 확대 재생산 되면서 “필화” 내지는 “설화”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이들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일부 정치인들과 인기연예인 등 소위 공인(公人)들이 겪는 고충은 가히 테러 수준에 가깝다고 한다. 장자는 “잘 짖는다고 좋은 개가 아니요, 말 잘 한다고 현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남을 헐뜯는 가십(gossip)은 살인보다 무섭다. 살인은 한 사람만을 죽이지만 험담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자 그리고 그 험담을 막지 않고 들은 자 이렇게 다중(多衆) 살인을 한 셈이다.
탈무드도 사람의 ‘귀’가 둘이고 ‘입’이 하나인 이유는 “듣기는 많이 하고 말은 조금 하라는 뜻이다”라고 가르친다. 대화법에서 때로는 침묵이 위대한 화술이 된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도 과하면 무책임이 된다.
오스카 와일드는 “수다가 세상에서 두 번째 나쁜 악이고, 자신에 대해서든 남에게 대해서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가장 나쁜 악이고 자신에 대해서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가장 나쁜 악이다”라고 했다.
‘말’ 참으로 표현하기 힘들고 어렵다. 옛날 조선후기 한글 문헌에는 ‘여보’라는 호칭도 나타난다. ‘여보시오’의 준말인 ‘여보’는 원래 상대방을 낮추어서 부르는 말이다. 부부사이에서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도 분명한 기록은 없지만 오늘날 가장 많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부부사이의 호칭이 되었다.
유래가 불분명하기로는 ‘당신’도 마찬가지다. 남편이름 뒤에 ‘씨’를 붙이는 것은 개화기 이후에 나타나는 풍속이다. 조선시대 아내가 남편을 부를 때에는 ‘서방님’이라고 불렀다.
글을 읽는 곳이라는 뜻의 서방(書房)은 원래 고려 무신정권시절 문신들을 회유하기 위하여 만든 기관이었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선비를 ‘서방님’으로 높여 부르다 남편이나 결혼을 하고 있지 않은 시동생들에 대한 호칭으로 굳어졌다.
또 ‘자기’라는 단어는 작고한 코미디언(땅딸이) 이기동씨의 유행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70년을 전후해 청춘남녀가 연애시절 서로가 닭살스럽게 부르던 애칭이 결혼 이후 남편에 대한 호칭으로 변하여 사용되고 있다.
요즘도 가끔 볼 수 있는 ‘아빠’는 1960년대말의 유물이다. 당시 유흥주점의 접대부들이 아버지뻘의 손님에게 부르던 것에서 비롯된 용어다. 물론 아이들의 이름을 앞에 붙여서 사용하는 ○○아빠의 경우는 다르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아이를 중심으로 하는 호칭법이 발달했다. 아이들 이름 뒤에 반드시 엄마, 아버지, 할아버지, 삼촌 등 친족의 명칭을 붙여서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 ○○아빠와 그냥 아빠는 큰 차이가 있다. 최근에는 ‘오빠’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빠처럼 남편에 대한 호칭으로는 무척이나 부적절 하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부산시청에서 열린 “제2회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 예선전에서도 집안 오라버니는 물론 선배나 애인, 심지어 남편까지 오빠로 부르는 한국인의 세태에 놀랐다는 외국인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남편을 ‘아빠’ 또는 ‘오빠’로 부를 경우 외국인들은 근친혼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이들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TV연속드라마에서도 남편을 아빠, 오빠라고 부르는 화면을 자주 볼 수가 있다. 작가 및 연기자들도 한번 쯤 검증해 볼 단어가 아닌지 편하다고 아무렇게나 부를 수 없는 것이 남편에 대한 호칭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말과 호칭을 함부로 사용하면 심성(心性)이 파괴된다. 남이 어떻게 말하든 상관없이 자기 자신만은 신중하게 생각 한 뒤 올바른 말과 호칭을 사용하도록 하자.
입에서 한 번 나온 말은 엎질러진 물처럼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으니까 아래 한자용어를 되새겨 보면서 그 뜻을 외워보자.

※복수난수(覆水難水) :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기 어렵다.



=박종영=


저작권자 N군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