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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이름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07.11.01 15:44 수정 2007.11.01 03:40

학교이름

↑↑ 경산청천초등학교 김한성 교장

‘심봉사도 가격 듣고 눈을 번쩍 뜬 집’ 출근길에 보이는 재미있는 가게 이름이다. 조금 길기는 하지만 싸게 파는 곳임을 잘 알리는 간판이다.
팔등 초등학교가 생각난다. 동리 이름을 따서 지은 학교 이름이 늘 말썽이었다. 학교 대항 체육 대회가 열리면 팔등 학교 선수가 일등으로 달리는데도 “팔등 이겨라?”하고 목이 쉬도록 ‘팔등’을 응원하는 너무 착한 학교였기 때문이다. 결국 학교 이름을 문창 초등학교로 바꾸었다.
우리 나라의 학교는 대부분 그 학교가 서 있는 지역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붙이고 있다. 간혹 이름이 한자로 쓰면 그 뜻이 고상하지만 그냥 부르기에는 어감이 좋지 않아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신음리에 신설 학교를 세웠다. 학교 이름이 신음 초등학교가 되었다. 아프지도 않은데 늘 신음 소리가 들릴 것 같아 개교하기 전에 신일 초등학교로 이름을 바꾸었다.
유아 교육에 뜻을 두고 어린이 집을 경영하는 친구의 초청을 받았다. 입구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이 반 이름이었다. 맑은 샘물 반, 예쁜 꽃잎 반, 고운 햇빛 반, 푸른 나무 반, 높은 하늘 반 등 뜻 깊은 이름을 붙여 놓았다. 반 이름만 보아도 어린이들을 생각하고 바르게 교육하려는 정성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이름짓기는 정말 중요하다. 이름 때문에 이상한 별명을 얻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고 울고 있는 학생을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이름을 잘 붙여 상품이 잘 팔리고, 가게 이름 때문에 손님이 많아 부자가 된 이야기도 간혹 듣는다.
골목에 식당이 자꾸만 늘어났다. 그래서 손님이 줄어들자 경쟁하듯이 이름을 거창하게 바꿨다. 한 가게가 우리 나라에서 제일 맛있는 집이라고 간판을 걸었다. 손님이 몰려들었다. 다른 가게에서 아시아에서 제일 맛있는 집이라고 붙이자 이번에는 손님들이 그 집으로 몰렸다. 이렇게 세계에서 제일 맛있는 집, 우주에서 제일 맛있는 집으로 점점 범위가 넓어졌다. 골목 안에 맛있는 집들이 모두 있는 것 같았다. 제일 마지막 집에서 ‘이 골목에서 제일 맛있는 집’으로 이름을 붙였다.
새로 세워지는 학교만이라도 편리성에 따라 면의 이름이나 마을 이름으로 학교 이름을 쉽게 짓지 말고, 철학이 담긴 정겨운 이름을 지었으면 좋겠다. 매일 불려지는 그 이름이 피그말리온 효과를 나타내어 학생들이 이름처럼 더 바람직하게 자라게 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시 한 구절이 생각난다
경산 청천초등학교
김 한 성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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