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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친절과 교만한 행동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08.02.16 17:04 수정 2008.02.16 05:00

과도한 친절과 교만한 행동

↑↑ 재부대구경북향우회 사무국장 박종영
ⓒ 군위신문

자신의 겸손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의 의미를 담고 있는 친절이야 말로 현대인의 사람 됨됨이를 알 수 있는 교양의 척도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요즈음 사업주들은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영업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근로자들에게 잘못된 친절을 강요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어서 일하는 자들을 무척이나 힘들게 하고들 있다.

대형매장이나 접객업소의 종사자들은 고객들에게 거의 직각으로(90도) 허리를 굽혀서 인사를 하는가 하면 통신업체에 문의전화를 걸게 되면 “고객님 사랑합니다.”하는 첫마디를 듣게 된다. 자식들도 아직 그렇게 서서 공손하게 인사하는 것을 못 보았고 내 앞길을 인도해 주신 스승님을 만나도 나 자신 역시 그렇게 직각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평생을 같이 살아가는 동반자 아내한테서도 “사랑합니다.”하는 말을 들은 기억이 별로 없는데 어떻게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갑자기 사랑을 하게 되었는지 듣는 우리로서는 좋은 인사말인데 좀 당황스럽다.

오늘날 상업장소에서 행하여지고 있는 친절은 도를 넘어서 왕조시대의 군주를 모시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많은 현대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이러한 친절에 서서히 물들어져 가고 있다.

고독이나 인간소외감을 느끼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과도한 친절이 어느 만큼의 치료제로 작용하게 될는지는 나 자신도 잘 모르는 일이지만 이러한 친절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게 되면 일하는 자들의 인격을 폄하하는 교만한 마음이 싹트게 될 수도 있음을 우리는 경계하여야 하겠다.

우리가 얼마나 교만한지 한 번 주변을 살펴보자. 재판을 받으면서 젊은 판사가 반말을 사용하거나 의사가 환자의 가족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묻는 말에 대꾸조차 아니 하여도 별다른 이의제기를 아니하지만 아파트경비원이나 버스기사가 조금만 표정이나 말씨가 안 좋아도 불친절을 문제 삼으면서 해고까지 거론을 한다.

인간은 왜 자기보다 강한 자에게는 관대하고 약한 자에게는 가혹한 행위를 하려고 하는 충동을 갖게 되는가.

이것은 아마도 수 백 만년 동안 우리 인류가 짐승에서부터 인간으로 진화돼 오면서 끊임없이 자기보다 약한 동물들을 잡아먹고 지배하면서 살아온 오랜 습성이 유전자를 통하여 우리들의 피속에 깊이 베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경비원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면서 정상적인 몸 건강을 유지하기가 매우 힘들고 버스기사 역시 한정된 시간에 복잡한 도로를 질주하면서 승객들을 책임지고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모셔야 하는 아주 힘든 일을 하는 근로자들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 놓여 있는 그들이 천사가 아닌 이상 표정이 밝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판사나 의사들만이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

주방의 근로자가 청결하게 요리를 하지 아니하거나 경비원이 강도를 사전에 발견하지 못하거나 운전기사가 조금만 실수하여 핸들을 잘못 조작만 해도 우리는 고귀하고 소중한 목숨을 잃게 되는 수가 있다.

그들이 시민을 상대로 친절을 베풀어야 할 도덕적인 의무가 있다면 시민들 역시 그들을 친절하게 대하여야 할 의무가 있지 않을까?

대형매장을 찾을 때나 버스를 탈 때는 “수고가 많으십니다.” “반갑습니다.”와 같은 인사를 건네면서 우리를 위하여 일하는 그들의 노고에 대하여 감사의 뜻을 표현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손님이고 돈을 내는 사람이니 일방적으로 인사를 받기만 해도 된다는 것은 교만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전통예법에도 왕조시대 왕을 제외하고는 그러한 경우를 찾아볼 수가 없으리라 믿어본다. 소비자는 결코 왕이 아니며 특수계급을 인정하지 않는 민주주의 헌법을 가진 국가의 평등한 시민일 따름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가슴에 새겨야 할 타인의 충고나 쓴 소리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을 하면서 잘못된 친절에만 익숙해지게 되면 나 자신의 모습을 다듬어서 나갈 수가 없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정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오해하게 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친절을 만끽하기위해 과도한 소비풍조에 빠져들기 쉽게 되며 일하는 근로자들의 정신적인 몰입을 방해하고 굴욕적인 행동을 강요하게 되어 그들의 인간다운 삶에 누를 끼치게 됨을 우리는 잊어서는 아니 될 것 같다.

일하는 자들의 노고를 배려하는 마음만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품격 높은 서비스와 친절을 낳게 할 것이다. 우리 모두 친절과 봉사로써 밝고도 명랑한 사회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

재부 경북대구향우회 총무국장
박 종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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