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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은 적고 소인배 세상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08.03.25 19:26 수정 2008.03.25 07:20

대인은 적고 소인배 세상

↑↑ 박종영 총무국장
ⓒ 군위신문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역성혁명을 준비하면서 빠뜨릴 수 없었던 일 중 가장 중요한 하나가 고려 문무중신들 가운데서 같은 이념과 뜻을 가진 동조자들의 포섭이었다. 그리하여 당연히 당대 최고의 고려충신이었던 포은 정몽주에게도 그 회유의 손길이 미쳤다.
혈기왕성하고 야심이 많았던 청년 이방원의 초대에 어쩔 수 없이 나가게 된 56세의 재상 정몽주에게 어머니 영천 이씨는 걱정과 염려스러운 마음으로 시조 한수를 손수 적어서 건네주었다.

“까마귀 싸우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 / 성낸 까마귀 흰빛을 새올세라 / 청강에 좋이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중국 고사에 나오는 ‘청강’까지 인용하면서 불행을 막아보고자 무던히도 애쓴 한 어머니의 간절함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몽주는 왕권찬탈이라는 야욕에 불타는 이방원의 지시로 그의 부하 조영규의 철퇴를 맞아 선죽교에서 피를 흘리며 고려충신의 절개를 지키면서 희생자로 역사에 기록되고 말았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까마귀와 백로의 등장이다. 군신의 도리와 충절을 지키는 대인군자를 ‘백로’로 표현하고 자신의 욕구충족을 위해 변명과 속임수로 일관하는 소인들을 ‘까마귀’에다 비유하고 있다. 어쩌면 다소 무리한 흑백논리이며 이분법적 무분별한 설명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대인과 소인을 지칭하는 이 표현은 이후로도 조선조 내내 즐겨 사용하는 단어가 되어 버렸다.

그만큼 대인과 소인배에 대한 경계심과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누가 대인이고 누가 소인배인가?

사전적인 의미로는 학문에 깊이가 있고 덕성이 뛰어나며 행실과 인품이 뛰어난 사람을 ‘대인’ 혹은 ‘군자’라 하고 상대적으로 학식과 덕성 및 인품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람을 가리켜 ‘소인’이라 한다.

하지만 이처럼 부족하다는 의미 외에도 도량이 좁고 간사하여 남에게 해를 끼치는 무리들을 낮추어서 부르는 말로 소인배라 부르기도 한다.
예로부터 유교에서는 흔히 소인배로 규정짓는 4가지 기본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간(姦)으로 마음이 간사한 사람, 두 번째 흉(凶)으로 마음이 흉악한 사람, 세 번째 계(計)로 아주 계산적인 사람, 네 번째 독(毒)으로 아주 독한 사람이 이에 해당된다. 이중 한 가지만 지녀도 얼굴을 맞대지 말고 상종하지 말아야 하는 상대로 각별히 경계를 하였다고 한다.

그렇다. 소인은 언제나 자신을 위해 일을 하고 대인은 항상 남을 위하여 일을 한다. 대인은 남을 먼저 챙기고 소인은 자신을 먼저 챙긴다. 소인은 남의 흠을 잘 파헤치고 대인은 자신의 흠을 잘 찾아낸다.

소인은 보복하려하고 대인은 용서하려고 한다. 소인은 상대를 쓰러트리는 법을 잘 알고 대인은 상대를 일으켜 세우는 법을 잘 안다. 오늘날 이 땅 대한민국에는 대인은 적고 소인배들로 가득하다. 뛰어난 화장술과 위장술 때문에 까마귀와 백로를 식별하기가 쉽지 않다. 각별히 스스로가 경계하지 않으면 자칫 속고도 속은 줄 모르게 된다. 각박한 세상살이 대인과 소인 스스로의 안목과 지혜로써 통찰력 있게 판단하자.

재부대구경북향우회
박종영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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