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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연(古稀宴)에 대한 소회(所懷)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08.12.05 10:04 수정 2008.12.05 10:08

고희연(古稀宴)에 대한 소회(所懷)

↑↑ 황성창 군위농산 대표
ⓒ 군위신문
고희(古稀)라 함은 중국 당나라의 두보(杜甫)의 시 곡강(曲江)에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에서 유래된 말로 옛날에는 70세까지 산다는 것이 아주 드물고 기이(奇異)한 일로 여겨져 생긴 말이라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OECD의 수준에 따라 노인기준을 65세로 하고 있으나 노인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평균수명도 2010년에는 78세로 추정되어 앞으로 노인기준을 70세로 한다듣가 고희 기념을 77세 희수(喜壽) 또는 80세 팔순(八旬)으로 검토 조정하여 축수(祝壽)하는것도 시대에 맞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옛부터 내려온 관습에 따라 딸과 사위, 아들과 며느
리의 성화와 그 정이 고마워 지난달 고희연(古稀宴) 차림을 받았다.

칠순을 계기로 단 한번뿐인 외길 인생을 70성상(星霜)의 세월과 동행하며서 숨가쁘게 살아온 지난날을 한박자 쉬면서 되돌아 보니 이미 생의 끝자락에서 있는 자신이 노인으로 변한 모습에 세월은 참으로 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구나 라는 소회(所懷)를 느꼈다.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한 것으로 여기고 아직도 마음은 구십춘광(九十春光)으로 생각하
여 괜히 노인취급 받기싫어 경로당, 노인정, 노인대학 시설을 모른척 멀리 기피하며 허세로 노익장(老益壯)을 과시하는데 그런 속마음을 모르는 젊은이가 노인이나 할아버지 칭호로 인사 할때는 못들은 척 고개돌려 외면 한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고희를 맞이하여 지난날의 발자취를 따라 가보니 나와 함께 세상을 살아온 70대들은 현대
한국사회의 암담했던 시절의 세대로 일본의 강점하에서 해방을 맞이했고 1950년∼1960년대 지긋지긋한 보릿고개의 배고픔에서 숨쉬기도 힘들던 시절에 유년기를 보낸 전무후무(前無後無)한 고난의 세대로 생각한다.

또 조국 현대화, 산업화에는 극기와 인내로 노동력을 제공한 세대였으며 민주화를 외치던 젊은이에게는 망석을 깔아준 세대가 지금은 초라한 모습으로 변한 오늘의 노인이기도 하다.
한 시대에 피와 땀을 흘린만큼 국가와 젊은세대에게 행복하고 아름답게 늙는 노후를 보장 받을 권리와 대우를 요구해도 될듯한데 어느덧 세월에 떠밀려 노인으로 된 오늘에 이르니 우리 조국은 세계 12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다고 펑펑대는데 노인이 된 우리들은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기초 노령연금과 지하철 무인승차권 정도의 수혜 대상자로 보상(?) 받고 있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현실이다.

가난한 나라에서 찌든 굶주림을 참아 후대에는 가난이 없는 국가와 사회 부국강병(富國强
兵)을 이룩하기 위해 앞만보고 살아온 우리가 지금 정부의 복지 정택을 탓하거나 불평을 하려는 지각없는 노인은 아니다.

또 나이를 들먹이며 대우를 요구하고 받아야겠다는 생각 또한 추후도 없는 자존심이 강한 노인일 따름이다.
「세월이 가면 누구나 노인이 된다」라는 생각에서 늙는 것도 너무 허전한데 노인 스스로가 더 늦기 전에 아름답게 늙은 지혜를 갖추어야 할 것 같다.

늙어서 행복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은 결코 돈이나 명예, 학벌과 권력을 소유하는 가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건강한 수명에 걸맞은 삶의 질도 높여야 하는만큼 독서나 창작, 사회봉사와 취미활동을 위한 지적능력과 체력이 확인되고 즐기고 싶은 일을 자활(自活)적으로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행복한 것이지 재화(財貨)가 노년의 삶과 질에는 큰 관계가 없는 것 같다.

인생질곡(人生桎梏)에서 삶의 정답도, 정도(正道)도 자연의 천칙(天則)에 의한 순리와 조화하는 해법을 찾지 못했으나 분명한건 건강한 마음으로 남녀노소의 모든 층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느낌이 중요한 것이다.

경륜의 보고(寶庫)를 자랑삼아온 늙은이가 즐기고저 하는 다양한 욕구를 수용할 시설이나 문화공간이 태부족하여 일부 도시지역 노인들이 지하철따라 유랑(流浪)하는 공지쪽(공짜 지하철 이용자) 무임승차 비율이 10%에 육박한다는 현실이 젊은 시대들에게 국가나 사회가 부양해야 될 부담의 몫으로 비춰지고 취급받는 노인이 되어서는 아니되고, 의적하고 도도함을 일어서는 더더욱 안된다.

70대 늙은기가 낙목한천(落木寒天)에서 서서 초라한 모습으로 회한의 과거를 붙들고 통탄하여 아직도 잠들지 않은 야망이 있어서 울고 있다면 그 울음은 멈추어야 하고 「내 인생 이정도면 괜찮은거 아니냐」고 자족할 줄 아는 여유로움으로 어제가 오늘같고 내일도 당당하게 오늘같은 삶으로 인생의 초심(初審)에서 종심(從心)에 이른 오늘에 행복하다고 느끼는 비결을 인생이 기울기 시작하는 황혼기 문턱에서 다시한번 가다듬어 본다.
흔히 70대를 마음 가는데로 행하여도 규범을 넘나들지 않을 나이라고 한다.

그래서 흔히들 원로(元老)라고 부르고 대접도 받는다. 그런 부름과 대접을 받을 원로가 되고 싶다. 노욕(老慾)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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