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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道場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08.12.05 10:08 수정 2008.12.05 10:12

내 인생의 道場

↑↑ 박종영 총무국장
ⓒ 군위신문
인류는 세상에 출현한 이래로 살아남기 위해 쉬지 않고 몸을 움직여야만 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그때처럼 일부러 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 먹을 것을 찾아 수렵을 하거나 고기를 잡거나, 대다수 사람들이 농사를 짓지 않아도 된다.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도 뛰거나 걸을 필요가 없고, 집에 불을 지피기 위해서 나무를 벨 필요도 없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일을 하고 앉아서 이동하면서도 시간이 나면 앉아서 쉰다.
그러나 우리 몸은 땀을 흘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몸을 쓰지 않으면 쇠태해 버리고 만다. 오늘날 만연하고 있는 각종 질병들도 대부분 운동부족 때문에 생긴 것들이다. 심장질환, 동맥질환, 정신계통 장애, 골다공증, 암 등도 올바르지 못한 식생활과 함께 운동부족이 원인이다.

우리 몸에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구멍은 말할 것도 없고 눈으로 볼 수 없는 땀구멍, 혈구멍들이 하늘의 별보다도 더 많다. 이 무수한 구멍을 통해서 나쁜 가스가 나가고 좋은 산소가 들어와 60조나 되는 세포들이 살아갈 수 가 있는 것이다. 운동을 해서 땀흘 흘리면, 폐장 속에 들어 있던 탄산가스와 간장 신장에 쌓인 독소들이 배출되고 혈액 순환이 좋아지고 혈압과 당뇨도 정상으로 내려가고 칼슘도 효율적으로 뼈 속에 정착한다.

그러나 운동부족으로 심호흡을 못하게 되면 폐가 3분의 1밖에 가동되지 않기 때문에 산소흡입과 가스배출량이 원만하지 못해서 병에 걸린다. 편히 놀고 있는 부자들에게 병이 많은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들은 병을 고치기 위해서 운동은 안 하고 그저 좋다는 약만 찾고 있느니 사태는 점점 악화될 따름이다.

동의보감에 “藥補(약보)보다 食補(식보)가 낫고 식보보다는 行步(행보)가 낫다”는 말이 있다. “약으로 몸을 보하기 보다는 음식이 낫고, 그보다 걷기가 더 낫다”는 뜻이다.
걷기는 발바닥을 땅에 부딪치는 과정을 통해 다리로 내려온 혈액을 심장으로 퍼 올려주는 기능을 한다. 산소 섭취량을 늘려 정혈작용을 돕고, 다리와 허리의 근육을 강화하며, 순성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고 악성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킨다. 발을 제2의 심장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이 자신의 몸으로 사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 바로 걷고 달리는 시간이다. 산길에 몸을 맡기고 걷고 달린다고 해서 세상을 살아갈수록 늘어만 가는 생의 중압감과 의무들을 면제받는 것은 아니지만 그 덕분에 숨을 가다듬고 자신의 감각을 예리하게 갈아 어두운 골목길을 반복하지 않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오솔길을 혼자 등산하는 것은 명상과 자연동화로 마음을 속세간(俗世間) 밖에 유람하게 한다. 옆에 동반자가 있으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이런 기회가 손상될 수도 있다. 침묵은 사색하는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기본적인 바탕이다.

우리 동네 뒤편에는 아담한 산이 하나 있다. 그 나지막한 산은 내가 가장 아끼는 정신적 재산목록 1호이다. 그 뒷동산은 계절 따라 다른 화장을 하고 나를 반긴다.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는 들꽃들, 그리운 유년의 추억을 떠올리는 여름 뻐꾸기 울음, 그리고 산하를 붉게 물들이는 가을 단풍과 적막강산에 펑펑 쏟아지는 흰눈 이것이 인생여정을 돌아보며 옷깃을 여미게 한다.

그 산의 오밀조밀한 등산로는 오래된 애인만큼이나 내게 친근감을 주는데, 무엇보다 정상 바로 밑에 조성된 조깅트랙이 압권이다. 一巡(일순)하면 500미터는 족히 됨 직한 그 트랙은 지금까지 내 건강과 용기와 믿음을 지켜준 은혜로운 장소 이다.

나는 시간이 허락하는 한 매일같이 그 곳을 뛰었다. 내가 20년 전 간경변으로 생사의 기로에 섰을 때도, 사업에 실패해서 집도 절도 없어졌을 때도 그 트랙은 내 인생의 道場(도장)이었던 것이다.

재부경북대구향우회 총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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