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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화산 산행기> 청화산의 봄 향기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09.04.07 19:28 수정 2009.04.07 07:30

<청화산 산행기> 청화산의 봄 향기

↑↑ 오현섭 교감
ⓒ 군위신문
친목회 통문에 따라 청화산 산행을 했다. 옆구리 찬바람 나는 처녀총각들의 싱글조(팀장 이연화), 오로지 일편단심 민들레와 같은 순정팀(팀장 김재정), 바지랑대 꺽쇠들의 공집합 장대조(팀장 고영익), 그리고 인생 후반을 은빛 노을로 물들이는 노을팀(팀장 방정식)으로 한 팀에 5명씩, 4팀으로 나누고 각각의 의미 있는 팀명을 작명하고 출발했다.
召保 땅재에서 등산로 이정표를 확인하고 등정을 시작했다. 정상까지 약 4Km라고 한다. 오른쪽 능선을 따라 시작되는 첫 걸음부터 오르막길이 가파르다. 숨 돌릴 틈 없이 시작을 가파르게 치달으니 이내 지친다.

이연화, 김재정 샘이 초반부터 해삼 퍼지듯 헤빌레 거린다. 조이자 김봉완 샘은 아예 오르지 않고 뒤로 꽁무니 빠진다. 한참 올라 헬기장을 벗어나니 방정식 샘도 무릎 아파 더는 못 오르겠다고 뒷걸음이다. 출발할 때 외론 진달래가 있거들랑 몇 그루 캐어 관찰용으로 했으면 했지만 아서라! 모처럼 봄 향기 취하려면 그깟 것 괭이 차에 두고 내리자 했다. 발 빠른
몇 사람이 선두 그룹지어 저만치 앞서 오른다.
 
↑↑ 송원초등학교 교직원 청화산 산행
ⓒ 군위신문 

김달윤, 황만춘, 서춘희, 손진규, 윤한숙 샘이 무리 지어 사방사방 잽싸게 간다. 뒤돌아 보도 않고 앞만 보고 내친다. 나도 엉거주춤 하지만 빨간 등산복 연구부장 이영희 샘과 피기 시작한 진달래꽃 보면 동행을 했다. 점점 쳐지기 시작한다. 젊은 열정의 박재완, 이진희, 오은택 샘도 노을 팀을 추월하여 이내 한 봉우리 넘어 간다.

산 내음과 봄 향기도 모르고 그냥 내 달리는 사람들과는 차원을 달리하자며, 유유하게 먼 산 봉우리와 고개 아래 마을을 조망하면서 나아갔다. 땀이 난다. 숨소리가 가팔라지고 거칠어진다. 뒤돌아보았다. 지난 가을 묵은 낙엽이 흩날린다. 황토 마사토길 주변으로 소나무와 잡목들이 빼곡하다. 황토 길은 여인의 봉곳한 둔덕처럼 부드럽다. 길섶에 연분홍 진달래는 살짝 고갤 내밀고 부끄러워 비켜 핀다. 마른 억새 잡풀 낙엽이 그 위로 딩굴다.

올망졸망 건너보이는 남쪽 봉우리 아래로 마실이 보인다. 마주 보고 웃었다. 이영희 샘은 빨깐 등산복 한껏 뽐내며 배시시 웃는 하연 이가 더욱 예쁘다. 봉우리 하나 넘고 또 하나 넘어간다. 아릿따운 소녀 같아 화들짝 놀라 진달래 꽃잎도 좋으련만 나는 왜 허거적 거리며 노을로 젖어들고 있을까!

그때 장추만님이 저 건너편 8부 능선을 오르는 산행 팀을 우두커니 바라보며 혼자 앉아 있었다. 가만 보니 빼곡한 잡목 능선 사이로 색색의 등산복이 보였다. 윤한숙, 서춘희 샘의 모습이 멀리 보이드니 이내 잡목 숲에 가려버렸다. 따라가도 끝이 없고 숨이 헐떡인다. 쉬어가재도 쉴 수가 없다. 장기사가 더 이상 못가겠다고 퍼진다. 연구부장이 물과 오이 토막을 주면서 재촉한다. “교감 샘 빨리 가요!” 아서라, 힘을 내어 한발 한발 내민다. 휴대폰을 눌렀다. 이진희, 박재완 오은택 젊은 샘이 저쪽 등성이에 있다고 한다. 연구부장이 다시 선두팀의 서춘희씨에게 전화하니 고개 정상 다와 간다고 한다. 아, 벌서 정상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출발부터 거의 2시간이 소요되었다. 다시 눌렀다.

 
↑↑ 송원초등학교 교직원 청화산 산행
ⓒ 군위신문 
“여기는 정상! 우리 내려가요.” 정상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반대편 도개 쪽 골짜기로 내려간다고 했다. 길을 잃어 그냥 산 아래로 후다닥 내려오느라 가시덤불에 긁히고 바위에 부딪혀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나중에 정상을 밟은 무용담을 서춘희씨가 늘어놓았다. 다음은 나중에 들은 에피소드 한 토막이다. /서춘희 : (낙엽 길에 넘어 질려는 모습을 가리키며) “저기 넘어지는 윤한숙 샘 손 좀 잡아 줘요” /김달윤 : (특유의 재치와 너스레를 떨면서) “넘어져 포개지면 우얄까 봐서요. 잡을 수 없네요” /윤한숙 : (씨익 털고 일어나며) “괜찮은데, 낙엽에 푹 빠져 아무도 못 볼 텐데.....”구수한 입담의 김삿갓 행로와 뭐 다르랴 싶어 함지박 웃음을 터트렸다.

청화산(淸華山)은 소보면 달산리 땅재에서 등산길로 시작된다. 구미시 도개면과 군위군 소보면, 의성군 구천면의 3개면이 경계봉으로 만난다. 그 정점이 바로 청화산 박곡봉으로 해발 700m나 된다. 백두대간의 작은 지맥으로 자리하고 있다.
정상에서 보면 멀리 서쪽으로 낙동강 물줄기와 남으로 구미 금오산이 조망된다. 젊은 열정 팀으로 무리 지어 오르던 박재완, 이진희, 오은택 선생님이 건너편 봉우리만 오르면 정상인데 연구부장의 달콤한 유혹에 회군을 하고 말았다. 아깝다. 아까와라. 정상을 밟지 않고 회군으로 패장이 되어 내려오다니, 이영희 샘이 킥킥 웃는다. 웃었다. 회군 팀에 끼어 나도 그만 하산 길에 동행했다.

반나절 산행길이라 절로 맘이 바빠 산 한번 오르는 것도 일상에 쪼인다고 하니 참 서글프다. 우리네 인생이 다 이런가 보다. 산 아래를 내려 보았다. 66번 도로가 발아래 보인다. 도개로 넘고 소보로 갈라서는 중심 고개가 땅재다. 청화산은 구미에 속한다고 한다. 소보와 경계다. 마을 어귀 내리막길로 들어서니 사과밭 두렁에서 흰 수건 덮어쓰고 쑥 캐는 아낙도 보인다. 연구부장은 참 신기한가 보다. 지난해 이연화 샘이랑 팔공산 동봉 오르던 기백은 남아 있으련만 나와 동행하여 주는 바람에 정상 가는 길에 멀어 졌으리라 생각되어 미안함이 들었다.

산행 날이 좀 쌀쌀했지만 멋진 하루였다. 자연을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지 않고 의미를 달아 보면 봄날은 어느 덧 노을로 저어든다. 인생 삶도 노을로 접어들고 있다. 청화산 가는 황토 능선 길은 온통 고사리 덤불 가득한 고사리 밭이다. 5월 중순 비온 끝에 간다면 한 배낭 가득 고사리 꺾을 수 있을 듯하다. 묵 집에서 하마나 내려오나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김재정 샘으로부터 묵사발 시켜도 되냐는 메시지가 왔다. “시켜요. 시켜, 묵 쳐 시켜 두어요.” 땅재 묵 집에 도착했다. 주인아줌마는 자기네 텃밭을 이용하여 손수 가꿔 만든 묵이라고 한다.

산나물도 직접 청화산에서 뜯은 것이라며 다른 것과 비교 되지 않는 친환경 순정 품이라고 자랑하면서 파전을 구수하게 굽는다. 목로주점 마루 언저리 장작개비 넣은 난롯불이 이글거려 땀을 식혀 준다. 산행 시상식을 했다. 정상을 밟은 당찬 윤한숙 선생님이 MVP로 뽑혔다. 산을 오른 순서대로 상품을 주었다. 작은 상이지만 싱그럽고 박수치면서 메밀 묵 쳐 묵으니 기분이 짱 이다. 동동주 몇 사발에 볼이 얼그레 진다. “월 1회 정도 산을 올랐으면 좋겠어요.” 이구동성이다. “그래요. 樂山樂水라 하지 않던가요.” 산행 감회가 새롭게 느껴진다.

“묵 한 덩이 사서 교장선생님 갖다 드려요” 숲 가꾸기로 혼자 학교에 계실 교장선생님이 생각났다. 총무가 묵 챙기고 서방님은 엉덩이 가볍게 국물과 간장까지 챙긴다. 이런 봄 향기 나는 시골 학교 교육 가족의 한나절 이야기가 푸근함으로 함지박처럼 넘친다고 표현하면 나만의 생각일까? 동행하고 동감으로 고갤 끄덕여 주는 그대 있어 참 행복한 봄날이다. 집에 돌아와 정상 1등 올라 상품 탔다고 허풍 떠니 아내가 피식 웃는다. 말 하나 마나 다 안다고. 무슨 정상 일등 하랴 마는 뒤뚱뒤뚱 뒤따라 산길 올랐을 줄 뻔히 안다고 한다. 30여 년 살 부대낀 터라 그걸 모를 리 있으랴 마는 너털너털 동동주 취기로 마구 허풍떠는 봄날이었다.
<2009. 4.1 청화산 산행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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