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우고, 뚫고, 깎고…’
팔공산이 멍들고 있다.
팔공산 끼고 있는 시·군에서 잇단 개발계획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팔공에 한동안 잠잠했던 개발 바람이 또 다시 불고 있다.
지자체들이 대형 개발계획을 내놓고 있는데다 각종 규제 완화로 건물 신축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이리저리 난도질당해온 ‘명산(名山)’이 개발바람 앞에 다시 한번 크게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올 초부터 팔공산 권역의 지자체들이 앞다퉈 개발계획을 쏟아내고 있는데다 공원보호구역 등의 각종 규제가 완화되면서 생태계가 크게 훼손될 위기에 놓였다. 또 대구시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팔공산 동봉의 케이블카 설치, 진입도로 확장 및 주차장 조성, 공산댐 상류 지역의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등 대대적인 개발을 검토해 환경 파괴 논란도 나타나고 있다.
지자체들의 개발계획은 △대구 동구 도학동 일대 20만 평의 산림문화 리조트(대구시·2011년 완공) △동명-부계 간 한티재 관통 터널 3.6㎞(경북도·지난해 착공·2016년 완공) △영천-상주 간 민자고속도로(도로공사·2011년 완공) △영천시 청통면 일대 종합레포츠타운 및 은해사 집단시설지구 조성(영천시·2012년 완공) △군위군 위천 레저루트(군위군·2020년 완공) 등이다.
경북도가 2년 전 팔공산의 칠곡·영천지역 420만㎡(127만 평)의 공원보호구역을 해제했고 대구시는 지난 2월 628만 4천㎡(190만 평)에 달하는 공원보호구역을 풀었다. 또 대구시 동구 백안동 등 공산지역 16개 지역(31만 2천 평)도 다음달에 제1종 전용주거지역에서 식당 영업이 가능한 제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규제가 완화된다.
이 때문에 올 들어 팔공산 일대 개발 예정지와 규제완화 지역의 땅값이 크게 오르는 등 투기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팔공산 일대 땅값이 크게 치솟았는데 특히 공산지역은 식당, 주택 등을 신축할 수 있어 올 초보다 2, 3배나 뛰었다.”고 말했다.
행정 관계자는 “일부 지역의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이미 자연녹지·보존녹지 등으로 용도 지정을 해놓아 개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영남자연생태보존회 관계자는 “형질변경 등 편법으로 건물을 대거 신축해온 과거 사례에 비춰 난개발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팔공산의 칠곡군, 군위군 등 경북지역은 이미 파괴될 대로 됐지만 지난 20여 년간 제대로 보존돼온 대구지역까지 크게 부서질까봐 걱정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