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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라이야기-------------------(6)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09.06.02 11:08 수정 2009.06.02 11:13

(6)붉은 색 비단옷

(6)붉은 색 비단옷

↑↑ 김완수 교수
ⓒ 군위신문
「적라지」‘읍호’에는 ‘職者服 絳赭袍(직자복 강자포)’라는 글이 있다. ‘직자들이 강자포를 입었다’는 뜻이다. 여기서 강자포는 누에고치섬유로 만든 견직물이다.
인류최초로 비단섬유를 사용한 나라는 중국이라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삼한시대에 이미 비단을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전한다.

이러한 비단(실크)은 누에가 만든 단백질 섬유로 비단 고유의 광택과 소리(絹鳴)로 여왕의 지위를 누리는 매혹적인 섬유이다. 비단의 이러한 특성이 나일론을 만들게 한 요인이다. 다시 말하면 비단섬유가 사용되지 않았다면 오늘날 사용하고 있는 나일론의 출현은 더 늦어질 수도 있었다.

염색공업에서 비단과 같은 동물성 섬유는 염색법이 까다로워 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한다. 따라서 기원전후 군위지역에 살고 있었던 ‘적라인’들이 꼭두서니 식물을 사용하여 비단에 강자색(絳赭色)이 나오도록 염색하였다는 사실은 현재의 과학기술로 보면 최첨단의 기술을 구사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로서 우리는 군위가 ‘한국 염색의 발상지’라고 말하여도 틀림이 없다.
옛날부터 우리나라 귀족들이 입었던 비단옷색의 비색(緋色, 담홍색)과 강색(絳色, 진홍색)은 모두 꼭두서니(가삼사리, 가삼자리)의 덩굴에 붙어 있는 황적색의 수염뿌리로 염색한 것이다.

그 당시 사람들은 비단을 꼭두서니 물로 염색할 때는 반드시 매염제(염색보조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았을 것이다.
이렇게 매염제를 써서 염색하면 산중생활에서도 잘 변색이 되지 않고, 또 알칼리성 물질에 닿아도 더 붉어져서 실용성이 좋은 옷이 된다고 한다.

현재 강자포(絳赭袍)는 없기 때문에 옷의 형태와 성질을 규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직물과 비슷한 고려시대의 강사포(絳紗袍)가 남아있기 때문에 당시의 염색법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이 직물의 이름으로 볼 때 강자포의 색깔은 강색(絳色)과 자색(赭色)을 혼합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와 같은 혼합색은 현대의 복합염법을 사용하여 강자포와 똑같은 색깔을 낸다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쩌다가 염욕의 침지회수나 염욕의 온도를 변화시켜서 운 좋게 강자색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염색현상은 재현성이 없는 실수가 되는 것이다.

꼭두서니는 우리나라의 산과 들 어디서나 잘 자라는 여러해살이 식물로서 그 뿌리만을 염색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이 식물의 성장 특성은 덩굴이 크게 무성하여도 뿌리의 양은 반대로 적다는데 있다. 그러므로 이 식물을 염료로 사용하기 위하여서는 꼭두서니의 군락지가 필요하다.

현대 과학에서는 꼭두서니식물의 뿌리에 발암물질이 들어있어서 사람들에게 신장암을 일으킨다고 한다.
지금까지 적라인들의 흔적을 찾기가 힘들다. 이들이 사라진 원인으로 발암성 식물이 물음에 대한 답이 될 수는 없을까. 현재의 우리로서는 사실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가락국 허황후의 신행길을 기록한 『삼국유사』「가락국기」에는 허황후가 타고 온 배의 설명에 張茜旗(장천기)란 글이 있다. 이 장천기는 기다란 붉은 색 깃발을 말한다. 여기서의 붉은 색은 꼭두서니 수염으로 염색한 색깔이다. 우리 역사상 최초로 기록으로 나타나는 꼭두서니로 염색한 천이다.

(후기)꼭두서니 물로 염색한 붉은 색(천색, 茜色)은 고대 로마시절부터 추기경이 일상복으로 입던 옷, 수단(soutane)의 상징색, 진홍색이다. 이 진홍(眞紅)은 사람의 피(血)색으로 옛날부터 종교와 매우 친밀한 색깔이다. 따라서 ‘적라인’들의 옷 색깔로 보아 필자는 그들 직자(職者)를 무사(巫師)라고 단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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