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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욕심 터는 인생길이 언제 오려나!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09.07.19 22:05 수정 2009.07.19 10:12

욕심 터는 인생길이 언제 오려나!

↑↑ 오현섭 송원초등학교 교감
ⓒ 군위신문
며칠 전 happy room에서 생애 최고의 선물을 주제로 이야길 나누었다. 인생에서 소중한 선물의 참된 의미를 나는 늘 잊어버리고 살았다.
함께 늘 저녁 걷기 운동을 해 오고 있는 K교장 선생님에게 반 백년 넘은 세월 속에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이라면 무엇이 있을까를 물었다. 아무래도 선뜻 생각나지 않는다고 한다.

한참 후에야 까까머리 중학 시절 여학생에게 보낸 선물이 생각난다고 했다. 당시 여중생들의 교복에는 얇은 철판에 까만 글씨로 이름을 새긴 명찰을 달고 다녔는데 그 소녀에게 명찰을 하나 선물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로부터 얼마 후 소녀는 입센의 ‘인형의 집’이라는 책을 가방에 살며시 넣어 보내주었다고 한다. 그게 일생 중 보낸 선물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한다. 명찰에 새겨 준 소녀 이름 <오○진>이 추억 서린 아날로그 시대의 진부한 선물 이야기 이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진주 같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었다. 어쩜 그런 인연으로 첫사랑의 풋풋한 정과 설렘의 추억으로 여태껏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교장선생님은 빙그레 웃음 지었다. 또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중년을 넘긴 S여사는 첫 딸을 낳은 후 6년 여 만에 둘째 아들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연하의 남편은 그날 밤 대구까지 먼 길을 단숨에 달려가 진주목걸이를 사와서 자신의 목에 걸어 주었는데 그 일이 일생 중 가장 감동의 선물이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저녁 달빛 따라 늘 함께 걷기 운동을 하며 마음속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고 넉넉한 정으로 배려해 주는 길손 동행을 해주는 사람들을 만난 것이 쉰 가까운 삶의 여정에서 받고 있는 소박한 선물이라고 눈을 찡그려 주었다.

돌아보니 나는 아무리 생각을 짜내도 변변한 선물에 얽힌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는다. 지난 세월을 끄집어내려고 해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쩜 없었는지 모른다. 모두 경상도 특유의 투박함이 배인 탓에 잔잔한 정감어린 선물의 추억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니 지난 세월이 너무 허무한 것 같다. 그런데 오늘 뉴스를 보다가 프랑스 여객기의 사고 소식을 들었다. 아차! 이런, 최고의 선물이 불현듯 생각났다. 그보다 더한 선물 있으면 나와 보라고 큰 소리 치고 싶다. 바로 자식들로부터 받은 선물이다.

몇 해 전 자식들이 부모 몰래 제주도 여행을 마련해 준 일이며 유럽 여행을 보름간 시켜 준 일, 그리고 북경을 한 달 간 여행시켜 준 일등이 생각났다. 자식들이 마련해 준 생애 최고의 선물임을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런 이야기는 살아가는 삶의 어느 한 단상으로 오래오래 감사의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그렇다.

모든 사람에게는 나눔과 베풂의 기억과 추억들이 가슴 속에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런 감사의 마음을 우리 삶이 각박하여 그만 잊어버리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자신의 생애에서 받은 넘치는 사랑과 감사의 선물을 언젠가 이승을 떠나기 전에 모두 돌려주거나 갚아 버리고 홀가분한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 삶에서 부질없는 욕심을 언제 모두 훌훌 털어 버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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