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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란 늙었다는 고급스러운 낱말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09.10.08 10:57 수정 2009.10.08 10:58

은퇴란 늙었다는 고급스러운 낱말

↑↑ 박종영 씨(재부대구경북향우회 총무국장)
ⓒ 군위신문
은퇴한 퇴직자들 사이에 요즈음 한창 유행하는 단어들이있다.
①화백(화려한 백수) ②불백(불쌍한 백수) ③방콕(방안에 “콕” 처박혀 있는 상태 ④마포불백(마누라도 포기한 불쌍한 백수).

그러나 화백이든 불백이든지간에 마음속만 바닥으로 흐르는 참단한 고득의 깊은 상처의 강의 원류는 눈물이 나도록 외롭고 쓸쓸하다는 현실의 운명적 사실 앞에서는 한치도 벗어날 수가 없다는 이야기 된다.

화백도 무거운 등산가방을 메고 집을 나설때에는 화려할 뿐이지 그날도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심리적으로 공황상태인 방콕을 면하기에는 정말로 어렵다는 결론이다.
집단에 소속되지 못하고 지속적인 노동의 즐거움을 송두리째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어제 진 태양은 오늘다시 밝게 떠오르지만 은퇴자들은 어제도 갈 곳이 없었지만 오늘 또 역시나 마땅히 갈 곳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사람은 누구나 다 나이가 들수록 늙는다는 것은 정말로 서러운 일이다.

늙었지만 그래도 손 끝에 일이라도 있으면 그런대로 견딜 만하다. 지칠줄 모르고 열심히 즐겁게 일하던 일자리를 놓고 뒷방 구석으로 쓸쓸하게 밀려나는 현실을 정년 퇴직 또는 명예 은퇴라는 고급스러운 낱말로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불려주지만 뒤집어서 낱말의 참 뜻을 풀이해보면 이건 정말 처절한 인생의 고독함과 단절이 그 속에 숨겨져 있다.

그래서 은퇴라는 단어는 더욱더 서러운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은 방콕이 독락(獨樂)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닌가 생각도 해본다. 영화나 책을 둘이 나란히 않아 본다면 두사람이 함께 보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나는 내 것을 보고 있고 너는 네것을 보고 읽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생애도 혼자서 죽음도 홀로 맞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위대한 것들은 모두가 홀로이다. 밝게 떠오르는 태양이 그렇고 하나님이 그러하다. 태양에 암수가 있고 아버지 하나님과 어머니 하나님이 함께 생존 해 계신다고 상상해 보면 알 것이다. 온니원(Only one)이란 고독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가를… 조선시대 초의 학자 권근의 “독락당기”를 보면 홀로의 즐거움이 일목묘연하다.

그 내용을 보면 “봄 꽃과 가을달을 보면, 즐길만한 것이지만 꽃과 달이 나와 함게 즐겨주지를 아니하네, 눈 덮인 소나무와 반가운 빗소리도 나와함께 즐기지를 못하니 독락이라고 해야만 하지 않을까? 글과 시도 혼자 보는 것이며 술도 혼자 마시는 것이어서 독락이라네… 옛날 선비들의 독락에는 다분히 풍류적인 즐거움이 서려 있었지만 오늘날의 백수들이 곧잘 이야기 하는 방콕에는 궁상과 원망 지탄이 한숨처럼 베여있다. 나 역시 은퇴란 고급스러운 낱말이 눈앞에 다가왔기에 다산 선생님의 ”독립“이란 시를 기억해내곤 그 내용을 음미해보고 혼자 생각해본다.

대지팡이 짚고, 절간에서나 노닐까, 생각하다 그냥 두고 작은 배로 낚시터가볼까 생각해 보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몸은 이미 늙었는데 작은 등불만 예전대로 책 덤이에 비추네, 단지 인생에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듯이 활기찬 인생은 60세부터라고… 지금부터라도 인생의 즐거움을 개척하여 하루하루 즐겁고 복된 나날이 되도록 우리 모두 다함께 노력해보자 은퇴자 및 퇴직자 힘내 봅시다. 파이팅~!!

※최근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그냥 노는 사람들을 모두 합친 “백수”가 305만여명이라고 하니 충격적이다.
15세이상 인구 100명중 8명은 백수인 셈이다.
청백전 : (청년백수 전성시대)
삼일절 : (31세면 절망) 이런 말까지 나돈다.
경제 대통령 일자리 60만개 창출 등을 선거공약으로 내건 이명박 대통령이 백수 종식을 선언하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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