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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눈 먼 자식이 효자다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09.10.08 11:15 수정 2009.10.08 11:16

눈 먼 자식이 효자다

↑↑ 대구일보 배철한 기자
ⓒ 군위신문
“아이고 야들아 먼 길 오는데 빈손으로 오지 뭐한데 사들고 오노….”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맞아 고향을 떠나 있던 자식, 손자, 며느리 등 온 가족이 정든 고향을 찾아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온다.

가정 형편이 좋든 나쁘든 간에 손에는 어김없이 술 한 병과 선물세트, 고기 근이 들려져 있다. 모처럼 찾아오는 자식들의 모습에 농사일로 주름진 노부모의 모습은 여느 때와는 달리 평온하고 행복하다.

어찌 아니 그러하랴, 보고 또 봐도 보고 싶은 얼굴들인데. 여기다가 선물 한 아름 안겨주는데 부모들 입장에서는 더 없이 행복한 게 명절이다. 그러나 부모를 모시고 죽어라 농촌에서 일만하는 촌놈(?)들은 왠지 뒷전으로 밀려난 것처럼 어쩐지 명절이 즐겁지만은 않은 것 같다.

불편하거나 마음 상한점은 없는 가, 드시고 싶은 음식은 없는 가, 항상 노심초사하며 마음 조리는 촌놈들. 부모의 속 깊은 마음은 알지만 명절이면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든다.
명절이 지나고 나면 모두가 생업을 위해 제자리로 돌아간다. “어무이, 아부지 건강하게 잘 계시이소” 부모의 서운한 마음은 누가 헤아려주랴.

도망치듯 떠나가는 자식들의 모습이 안타깝고 안쓰러워 참기름, 고추, 마늘 등 바리바리 있는 것 없는 것 싸 주시고, 그것도 모자라 손자들 손에 쌈짓돈 쥐어주시고, 먼 길 가는데 허기질세라 차례상 모시고 남은 음식도 잊지 않고 싸 주신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동네 어귀를 벗어날 때까지 손을 흔들며 눈물을 글썽인다.

모두가 떠난 자리 정리는 당연히 촌놈들의 차지다. 형제들이 떠난 자리 서운한 마음 부모 마음과 같지만 왠지 씁쓸하다. 뒷정리가 끝나면 담배 한대 피워 물고 경운기를 앞세워 추수 준비를 위해 논밭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촌놈들, 왠지 뒷모습이 쓸쓸해 보인다.
명절을 맞은 농촌의 풍경이다. 부모들의 자식사랑 하는 마음이야 한결 같지만 명절만큼은 촌놈들은 뒷전으로 밀려난 기분이다. 드러내지 않는 부모의 속내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어무이, 아부지 눈 먼 자슥이 효자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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