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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며느리 무릎꿇고 두손모아 빌게하고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10.03.18 16:41 수정 2010.03.18 04:51

외며느리 무릎꿇고 두손모아 빌게하고

↑↑ 박두수 씨
ⓒ 군위신문
지금부터 십년전일 백화만발 오월중순
밀려오는 동남풍에 내마음은 풍선같네
기차타고 버스타고 서울한번 갖다올까
이왕이면 내친김에 중국여행 또가볼까

밤새지친 긴여독에 새벽도착 영등포역
삼라만상 다잠들고 새벽공기 차가워서
찜질방에 몸녹이고 길게한숨 실컷자고
김밥두개 맛있구나 허기진배 달래놓고

오냐오냐 키운막내 출근하고 한가할때
아홉시쯤 시계보고 조심전화 따릉하며
열시까지 들리마고 영글기들 말했건만
전화받는 외며느리 목소리가 이상쿠나

감기라도 들렸는지 모기소리 거의같네
맘이조마 어인일고 잘있겠지 못믿겠고
늙은가슴 조여드네 부부불화 잦은세상
그럴이야 없겠지만 큰길가다 건널목이

그전옛날 그대로네 약국가게 그냥있고
전봇대도 요지부동 고만고만 귀한손주
하나업고 걷기면서 방긋방긋 웃으면서
할아버지 불러가며 마중나옴 바랬는데

이리저리 살펴봐도 깜깜적적 어인일고
온갖걱정 스쳐가고 걸음조차 허둥하다
빌라이층 작은집에 통통노크 열번넘게
귀를쫑긋 들어봐도 인기척이 고요하고

아무반응 하나없네 어쩌다가 삼갈래길
마중길이 어긋났나 다시한번 고함소리
지은엄마 불러대니 그적세야 인기척이
후다다닥 나는구나 문을열고 내민얼굴

머리카락 흩어지고 눈부비고 잠깬흔적
얼굴모양 부수하네 깜빡자다 놀란토끼
쥐구멍이 찾기쉽나 곱던얼굴 어디가고
취한같이 비틀대네 남편출근 시켜놓고

길들여진 낮잠버릇 오전열시 그때인걸
촌늙은이 알수인나 피곤겹쳐 깊이든잠
꿈이려니 믿었겠지 안오시던 시아버님
오실이가 만무키에 청천하늘 날벼락에

태풍까지 겹친같네 구야이거 어이할꼬
야단법석 자세보니 헛트러진 옷차림에
맨발벗고 뛰는거동 꿈이려니 믿었겠지
의심없이 그랬겠지 쓸고닦고 치우느라

크게야단 법석대고 종종거름 잽싸구나
젓먹이는 울어대고 세살배기 자빠진데
꿀밤굵게 탱글친다 둘이같이 울어대니
반주없는 합창이라 호떡집에 불난같이

야단법석 시끄러워 왁자지껄 작은집에
불청객땜 난리났네 잘왔단맘 하나없고
왜왔는고 후회로다 잠시후엔 고요잠잠
태풍지난 고요바다 크게한숨 쉬고나서

물한그릇 청해머도 달아오른 불화통에
나도몰라 뿔이낫네 지은어미 불러앉혀
혼줄내킬 작정하고 눈불시고 야무지게
얘야하는 한마디에 놀란토끼 외며느리

기거불안 벌벌떠네 여기곁에 앉아바라
손깔한개 가리킨곳 무릎꿇고 숙인머리
천근만근 무겁구나 눈물뚜닥 못감추고
콧물훌쩍 소리나네 쥐꼬랑지 월급집에

그얼마나 고달플까 시아버지 온단기별
너무너무 잠에취해 일어나다 자빠져서
KO되여 잤겠구나 그럴수야 제쳐놓고
용서할수 있다해도 올때집안 안부당연

못물었다 치더라도 아침진지 하고안함
묻지안함 그까지것 깜박졸음 못참아서
이런난리 생겨났네 네새끼가 내손주지
한살터울 어린손주 쥐어박고 울리다니

어린것들 핑계삼아 시아버지 약올리고
이런버릇 내킨김에 당장보자 못고치나
그럼되나 주먹콩콩 고함소리 절로나네
곤한잠에 들인전화 듣고서도 잊었다나

진실고백 뉘앞에서 눈꼽만큼 용서없다
다신그런 버리장이 없겠노라 비는구나
용서마음 어데가고 뭐가어째 연거푸니
그럿찮던 외며느리 그래하며 용서하고

피곤한몸 쉬겠다니 요이불을 깔아주네
배게베고 천장보니 꿈이며는 좋았을걸
꼬집으니 생시이라 깨진사발 금맞추기
불켜졌던 양쪽눈이 슬그머니 덮혀지네

한잠자고 아차깨니 오른손에 잡혀질듯
백설같은 운동화가 가지런히 앉아있네
메이커가 일품이라 나이키가 명찰이네
십만원은 더줬겠지 이십만원 덜줬겠지

이건뭐야 묻는말에 아버님의 잦은여행
발편하고 가벼운것 좋은신발 사왔다나
사고싶던 그신발을 간이작아 못산것을
내며느리 나를위해 큰돈주고 사왔구나

밉던마음 가을하늘 구름같이 없어지고
기특해서 고운마음 솜털같이 포근하다
요고조고 골랐겠지 에누리도 해봤겠지
보통넘는 시아버지 잘봐달라 꾀부렸지

물질에는 약한것이 고금명담 참이구나
내친김에 새신신고 중국여행 인천부두
오후정각 다섯시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내버스 타러가네 업힌손주 까딱까딱

걷는손녀 또박또박 둘도없는 내며느리
머리염색 태를보니 번들빤짝 악세사리
노란빨강 푸른색깔 검던머리 변해졌네
알록달록 무지개색 유행에서 뒤질세라

돈도많이 들었겠다 거울보고 웃었겠다
이번걸음 괜한걸음 애미맘만 상케했네
나의성격 이해다오 욕심넘쳐 그랬나봐
빵끗빵끗 웃으면서 눈도깜박 해가면서

아니예요 아버님요 이후로는 그런잘못
절대다시 없겠으니 노여움은 확푸시고
맘에담지 마옵시고 이쁘게들 봐달라나
두눈바로 쳐다보며 진실사정 고백하며

반지접힌 흰봉투에 보나마나 만원열장
시내버스 오른편에 경로석에 앉아보니
배웅나온 세식구가 한사람이 열손가락
엇따건넨 만원씩을 깃대같이 흔드누나

내마음은 날것같고 내기분은 황제같네
오른손만 창밖으로 엄지손에 힘을모아
크게둥글 돌려놓고 턱수염을 쓰다듬고
내며느리 내손주야 구슬같이 예쁘구나

진주같이 예쁘구나 그때진정 그랬는데
강산변한 지금인데 가고픈맘 없겠냐만
오륜첫째 부자유친 쉽지않고 어렵구나
아따뜨거 고부갈등 용하게도 빗겨갔네

9 9 8 8 2 3 4는 인지소욕 바람인데
짧게라도 원없으니 착하게들 살고파라
천리거의 뚝떨어져 오순도순 사는모습
부모마음 자나깨나 그언제나 너희들만

약속정한 매달월급 알맞아서 고맙구나
너희들이 잘살아서 용돈인상 미안바람

군위군 우보면 이화리 1544
016-314-5302
박두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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