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인물 독자마당

60년 만에 초혼 예장(招魂禮葬)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10.07.15 15:20 수정 2010.07.15 03:25

60년 만에 초혼 예장(招魂禮葬)

지난 7월 10일, 군위읍 대흥2리(농바우)에서는 근래 보기 드문 눈물바다가 있었다.
이 마을에 살다가 일찍이 출향한 이상기씨(50세, 회사원, 입양장)와 그의 누나 이규환 여사(60세, 대구 대보한의원 원장, 유복녀) 남매가 6.25전란 때 서울에서 공산군에게 끌려간 아버지(이병옥, 당시 25세, 은행원)의 소식을 60년간이나 기다리고 기다렸으나 아무런 소식이 없고, 시름에 잠기고 기다림에 지친 어머니(사공 주, 83세)마저 이 세상을 떠나시니 땅을 치며 통곡을 하고, 구천에 떠돌고 있는 아버지의 혼령을 불러 고향 땅 대흥리의 선영(先塋) 아래 부모님을 합장하였는데, 그 때 읽는 초혼사(招魂辭)를 들은 유가족은 물론이요, 친인척과 마을의 문상객 모두가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초혼사(招魂辭)

유세차(維歲次)경인(庚寅)5월임오(壬午)삭(朔)29일신유(辛酉)
불초소자(不肖小子) 상기(湘基)가 우리 아버지 현고학생부군(顯考學生府君)에게 고유(告由)합니다.

아버지! 우리 아버지는 지금 어디에 계시옵니까?
저의들 두 남매(男妹)는 어머니로부터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었을 뿐 아직 한 번도 아버지의 얼굴을 뵙지도 못하였고, 아버지의 음성(音聲)을 듣지도 못하였습니다.
6.25가 그렇게도 무섭고 혼란스러운 전쟁(戰爭)이였습니까?

빨갱이가 그렇게도 무섭고 모진 귀신(鬼神)이였습니까?
그 난리 중에 아버지가 끌려가시고 어느덧 6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歲月)이 흘러갔습니다.
행여나 돌아오실까? 행여나 소식(消息)이라도 들을 수 있을까?

날이 세면 날마다, 밤이 되면 밤마다 기다리고 기다린 지가 햇수로는 60년, 날수로는 2만 천 7백일이 넘었습니다.
기다림에 지친 어머님은 그것이 병(病)이 되어 철없는 저희 남매를 남겨둔 채 한(恨)많은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단 둘이 남은 저희들은 어떻게 하여야 합니까?
보고 싶은 아버지, 그리운 아버지, 한 번도 아버지라고 불러보지도 못하고 오늘까지 왔습니다.

정녕(丁寧), 이 세상에는 계시지 않습니까? 아버지!, 혼령(魂靈)이라도 계시거든 한번만이라도 대답을 해주십시오.

아버지, 하늘도 무심(無心)하고, 세월(歲月)도 무정(無情)합니다.
철없이 자란 불효(不孝) 막심(莫甚)한 소생(小生)들, 이제야 아버지의 혼령(魂靈)을 모시고자 박주(薄酒) 한 잔 부어 놓고 두 손 모아 간청(懇請)하오니, 그동안에 지은 저희들의 불효를 용서(容恕)하시고 이곳에 강림(降臨)하시옵소서.

아버지께서 출생(出生)하시고, 생장(生長)하신 고향 땅,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시는 옆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유택(幽宅)을 마련하여 모시고자 합니다.

지금 곧 망망무애(茫茫無涯) 구천(九天)에서 내려오시어 저희들이 마련한 유택(幽宅)에서 어머님과 함께 천년만년(千年萬年) 영세무궁(永世無窮) 편안히 지내시기를 엎드려 비옵니다.

끝으로 한 번 더 아버지를 불려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우리 아버지~.”

<자료제공 : 사공희 씨·전 교육장 교원출신>


저작권자 N군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