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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영계곡 가는 길」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10.08.02 16:50 수정 2010.08.02 04:56

「불영계곡 가는 길」

↑↑ 황성창 씨
ⓒ 군위신문
삼복을 맞아 폭염으로 무장한 한여름은 낮과 밤을 가리지도 않고 사정없이 턱밑까지 찾아와 융단 폭격하듯 기승을 부렸다.

이 여름에 군위 팔공산악회(회장 장병섭)가 주관하는 등반산행을 7월 월례를 경북 울진군 불영계곡을 등반하기로 정한 코스에 동참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산행 출발일정 7월 넷째 주 토요일 아침 8시에 맞추어 간소한 등산장구로 집결장소에 도착했는데 남, 여 회원들이 새벽부터 왔는지 대기 중인 전세 관광버스 좌석이 만원이 된 것 같아 다급해진 마음에 마주치는 회원들과 인사를 대충하고 얼른 탑승하여 뒤쪽 좌석을 겨우 차지한 후 마음을 추슬러 좌우 앞 뒤 좌석을 살피면서 미처 인사하지 못했던 회원들과 정담을 나누는데 산행을 향한 버스가 출발하기 시작했다.

출발한 버스가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 경주 건천IC를 벗어나 군사분계선이 설치된 북쪽 통일전망대까지 달릴 수 있는 7번 국도로 갈아타고 힘차게 달려 1시간30분 정도 지났을 즈음에 달리는 차창 오른편 보이는 곳이 월포해수욕장인 듯 피서객들의 비치파라솔이 보이고 파라솔 너머 멀리 보이는 바다는 아침 햇살을 받아 은빛 금빛 모래알 같이 쏟아 붓는 파도가 우리가 타고 달리는 차창 옆구리 저만치 붙어서 따라오는 듯 한 환영은나만이 보고 느끼는 아름다운 몽상이었나 본다.

동해 해안을 따라 북상하던 관광버스가 화진휴게소에 오전 10시40분경 도착. 언덕배기 주차장에 정차한 후 휴식을 위해 하차하고 있었는데 코끝으로 느껴진 낯선 기운은 수평선 심해에서 토하는 짙은 바다냄새와 물씬 풍기는 신선한 해풍을 들숨날숨 큰 호흡으로 오장육부 풍선에 가득 채우고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흰 구름 쌓인 저 먼 곳에 보일 듯 말 듯 한 점, 점으로 찍은 듯 한 코딱지만 한 크기의 배 몇 척이 망망대해 어디로 항해하는 것인지 궁금하기는 하나 내 크지도 않은 머릿속을 텅 비우고 무념무상에 취해 있는데 휴식이 끝났는지 “출발합시다”라는 소리에 정신을 바로잡고 차에 오르니 즉시 출발하여 목적지를 향해 동해 해안선 도로 따라 북으로 가고만 있는데 해변쪽 보이는 해안도로에 아주 커다란 아치문에 영덕대게가 붙어있는 광고판을 보고서야 영덕 특산물 대게로 유명한 영덕 중심부를 관통하여 울진을 향해 가고 있구나 생각하는데 마지막 망양휴게소에 또다시 도착하자 나는 하차하여 처음 밟아보는 이 지역을 또 어떤 정감으로 외지인을 맞이하는지를 가늠하기 위해 피부로 눈으로 사방을 찾아보고 있는데 일행 중 어느 회원이 나에게 저만치 떨어져 보이는 동산에 손끝을 멈추면서 저 산에 올라가면 고려 때 지은 망양정이란 정자가 있는데 관동팔경 중의 하나로 망양정에서 일출 광경을 보는 것은 환상적이요 장관이라는 설명을 듣고 나니 지척에 두고 시간에 쫓겨 볼 기회를 갖지 못한 아쉬움을 꾹꾹 달래고 있는데 휴게소를 막 출발한 차가 수산교를 지나 우회전 하더니 영주와 봉화로 가는 36번 국도를 3번째 갈아타고 들어서는 커브지점이 불영계곡을 타고 흘러 내려온 냇물이 불영천 하류인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등반 목적지인 불영계곡 발원지를 향해 차는 천축산 산허리 경사 길을 느린 속도로 가는데 그때부터 흥분과 기대감으로 교차하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계곡 따라 돌아가는 모퉁이마다 피서객들이 설치한 파라솔의 선명한 색감과 자연림이 어울려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 했고 불영계곡의 좌우에 있는 통고산과 천축산 입산초입부터 이어지는 형형의 쌍벽 암석은 깎아 세운 듯 한 절벽으로 위 바위터에는 신선들이 선담을 나누는 정자 같기도 한데 천년 묵은 노송 춘향목이 장승 되어 쭉 뻗어 날개 가지가 마치 학이 계곡을 향해 날려는 순간의 형상 같고 양쪽 산을 뒤덮어 자생하는 춘향목(일명 적송, 금송) 군락은 소나무 중에도 왕 소나무라 고귀하고 의연함이 오고 가는 길손에게 손짓 인사라도 하듯 은은한 황토 빛깔 가슴팍을 줄지어 내미는 춘향목들의 수려함이 신비스럽도록 우렁 청청한 수목을 보니 언제든 나라에서 크고 귀한 재목이 필요할 때 동량 되어 줄 거목되길 염불하듯 염원하고 허리 굽혀 내려다본 계곡에는 계곡 따라 머뭇거리낌 없이 흘러내리는 유유한 물줄기는 목마른 현대인의 삶을 감싸주듯 묵직하고 청정감 마저 느껴진다. 비록 단체산행이고 달리는 차 속에서 주마간산(走馬看山)식으로 보는 절경일지라도 30리길 불영계곡은 신이 내려준 풍광이라 전설속의 무릉도원 어디쯤에 온 듯 비경이 황홀하기만 하다.

절경과 풍치에 도취되어 차가 어디까지 왔는지도 모르는 사이 도착한 곳은 600년의 세월을 천축산 기슭에 묻혀온 유서 깊은 고찰 불영사 입구 주차장에서 일행 모두가 하차하여 등반기념 촬영한 후 회차하여 그늘진 곳에 주차하고는 늦은 시간에 점심을 먹기 위해 잡은 휴식터에 앉아 흐르는 물길을 무심코 바라보니 맑은 바위 행여나 깎이고 깨질세라 돌아가는 물굽이 소리 들으니 자연의 이치도 또 한 번 알 듯도 하여 여기 올 때까지 가슴 벌렁대던 순간순간들을 물이 흐르는 이치와 같이 나도 차분하게 내 마음의 평상심을 찾기로 하였다.

곧장 긴장과 배낭을 함께 바닥에 내리고 점심 먹으면서 반주로 일배 일배 주거니 받거니 한 소주 탓인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상 속의 화제꺼리로 계곡이 온통 웃음으로 시끌벅적했으나 여유로운 마음으로 휴식시간을 즐겁게 보낸 오후 4시가 되어 돌아오려는데 순간 감회가 울컥 한 것은 오늘 이 산행이 값진 추억으로 남겠지만 두고 올 불영계곡이 앞으로 백년 천만년 세월이 또 지나가도 오늘 내가 본 불영계곡의 신비한 풍광이 세세연연 보호 보존되어 영원불멸의 명승지로 이어지길 바라면서 돌아오는 차 중에 아침 출발할 때 동행했던 해님이 보이지 않아 차내 구석구석을 찾아보아도 어둠이 오기 전에 서산 넘어 벌써 가버린 해님과 이별인사도 하지 못해 섭섭하지만 불영계곡 나들이 길은 참으로 행복하였네.

2010. 7. 30.
출향인 군위농산 대표 황성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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