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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보의 戀人들!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10.11.03 11:27 수정 2010.11.03 11:38

소보의 戀人들!

↑↑ 오현섭 전교감
ⓒ 군위신문
소보에 둥지를 틀어 이태반을 채우고 떠나온 지 달포가 지났다.
그 짧다면 짧은 이태반의 생활 속에서 포근한 정과 넉넉한 인심이 묻어나는 풍요로움을 떠나온 뒤로 새삼 느껴짐은 나만의 심정일까? 어디 가서 살던 내 하기 나름이라는 삶의 철학으로 정 붙이고 살면 그게 다 고향 같다.

모난 돌은 후다닥 내 던져지게 마련이라 남과 더불어 어울려진다면 어디나 다 고향일 수밖에 없다.
평생을 종이 한 장의 발령장을 들고 찾아가다보니 낯섬이 정듦으로 바꾸어지는 지혜를 터득했다.

그래서 살아온 삶의 터전이 새삼스럽지 않다. 내가 정을 주면 떠날 때는 더 많은 정을 흠뻑 얻어짐을 매번 느끼곤 했다. 소보 마실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지만 마지막이러니 하고 이태반을 보낸 소보마실이 유독 더 풍요로운 인심을 지닐 수 있음은 공직의 마지막을 보낸 탓도 있지만 산과 들이 넉넉함으로 이방인을 맞는 山勢가 있는 것 같다.

그런 탓에 직장 내 동료들과 마실의 푸근한 인심들이 더욱 돋보인다.
모질거나 독한 사람도 이곳을 한 이태 정도 지내면 순화되어진다고 한다. 자연 풍광이 그러하면 인심도 자연을 닮아간다는 것이 사실인가 보다.

매 달마다 한 차례 스쿨버스 투어로 아침 등굣길을 돌면 굽이굽이 골마다 해맑게 웃던 우리 아이들의 싱그러움이 그 얼마나 반가웠던가. 내가 여기 올 수 있고 근무할 수 있도록 베풀어 주는 은혜로움을 고마워하던 일이 잊혀지 않는다.

교육 활동에 헌신적 열정을 쏟는 젊은 교사들의 열의로부터 나 스스로를 다잡는 동기를 배우고 허드레지게 업무를 볼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교육활동이지만 늘 교단의 신선한 감동으로, 같은 업무라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면 더욱 창의적이고 독특하고 질적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었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한 교육활동을 할 순 없지만 작은 것에도 새롭게 보는 시각의 변화와 창의성을 조금만 가미하면 특색 있는 교육으로 아이들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

조금만 달리 생각하는 창의성을 보태니 아이들의 생각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나타난다. 전교생이 가을맞이 산마루 오르기를 하면서도 군데군데 선생님들의 아이디어를 모으니 산을 오르면서 밋밋함이 없어지고 재미나는 발상과 독창적인 테마를 빚어내니 그 행사가 더없이 즐겁고 교육적인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음을 우리 선생님들이 모두 긍정한 사실이다.

이런 저런 꺼리를 만들고 교육적 가치를 찾을 수 있게 한 선생님들의 번뜩이는 혜안과 중지라 박수를 겹겹으로 치고 싶다.

고즈넉한 山寺의 종소리 들리던 달빛교실의 이야기는 어쩜 교단생활에서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을 기억으로 남는다. 그 뿐이랴, 알령천 달빛 흐느적거리는 대량리, 내의리 강둑길과 물레방아 쉼터를 걷던 밤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소보마실에는 밤새도록 이야기 나누고픈 학부모님과 아낙네들도 많았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는다.

교단을 떠나면서 열정을 지닌 꼬맹이 대장 앞집 새댁으로 추억을 만들어 주던 Y선생님이며, 정아야 하고 부를 수 있게 해 준 아름답고 고운 선생님들의 은은한 모습과, 모든 일에 한번 해 볼게요 하고 긍정적 복을 만들어 주는 복샘, 든든한 버팀목으로 떠나는 뒤태를 한없이 아름답게 장식해 주신 노 교장선생님의 고마움을 파노라마 일기장에 남길 수 있음도 소보의 자랑이요.

아름다운 소보의 연인들이라 이름 붙일 수 있음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이태반의 추억을 평생의 아름다운 그림자로 두고두고 담으려 그 모든 것들을 ‘소보의 연인들’이라 부르고 싶다.

돌아보면 한갓 부질없는 인생길에 누군가 새겨볼 수 있는 아름다운 여정의 길손들이지만 그런 추억을 가지고 싶은 부러움을 나는 자랑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생활 이모저모 모두 기억하려면 학교홈피 언론보도 자료와 교직원게시판에 진솔하게 담아둔 글들이 부끄럽지만 소중한 자료로 남을 수밖에 없다. 300여 회 넘게 언론 보도와 3차례 이상의 TV방송 보도는 작은 학교의 자긍심으로 남길 수 있다.

쉽게 이룰 수 없는 제주도 현장학습으로 평생의 아이들과의 추억이며 달빛교실 시낭송의 밤으로 영영 잊히지 않는 작은 교육사례들과 운동장 가득 티볼 야구하던 아이들 모습이 지금도 쟁~ 하게 들려옴은 어찌 나만의 부러움이겠는가. 어르신들 컴퓨터교실로 작지만 보람을 안을 수 있는 교단의 열정을 굳이 과소평가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비록 작은 시골 학교이지만 선생님들의 교육 열정과 교육의 질만은 여느 대도시 못지않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교육 가족들의 덕택이다.
한 사람 한 사람 스쳐간 모든 인연이 소중하고 아름답다. 그 모든 아름다운 인연을 기억하려고 소보의 연인들이라 주저 없이 부르고 싶다.

교단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많은 사람들 중에는 늘 포근한 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다. 더구나 교직이라는 사회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곳이라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돌아보고 가꾸어야 한다.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하고 다시 만나면 반가와 손바닥 치면서 차 한 잔 나눌 수 있는 인연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나도 떠나고 그대도 떠나는 날들이 있을 것이다. 그게 살아가는 세상사 이치이다.

소보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만난 인연들이 모두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기억을 진하게 만들어 준 소보의 戀人들! 한 사람 한 사람 불러본다.

(전 송원초등학교 오현섭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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