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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하얀겨울 길목 내마음 마중 간다네」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10.12.03 13:43 수정 2010.12.03 02:03

「하얀겨울 길목 내마음 마중 간다네」

↑↑ 황성창 씨
ⓒ 군위신문
만추 단풍이 심심산천을 부글부글 끓게 하고 관광버스 밑바닥이 내려앉을 지경인 가을관광이 절정인 11월 초순의 일이다.
가을 햇살이 꾸벅꾸벅 졸고 있을 오후에 대구에 있는 친구의 반가운 목소리가 휴대폰을 타고 와서 내 이름을 불렀다.

찾은 사유는 어디 가을여행이라도 가고 싶어 서울 친구들과 의논을 했는데 고향 친구끼리 우리 고장 8개 읍면 중 첫 번째로 고로면에 있는 인각사와 수년간 공사 끝에 완공된 군위댐을 구경하고 저녁에는 장곡 자연휴양지에서 일박하고 돌아오는 1박2일 일정의 여행을 하기로 서울, 대구, 포항에 있는 친구들이 만장일치로 합의되어 휴양지 숙박료는 군위군에 방금 예납하고 전화하는 것이라 하면서 나를 고향 여행에 끼워(?)주니까 합류하라는 협박성 통첩을 통보 했다.

예상하지 않았던 친구의 말들이 갑자기 내 머릿속으로 들어와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흔드는 바람에 비록 내 의견을 처음부터 묻지도 않은 친구가 밉긴 했으나 그래도 친구로 끼워주는 대접을 받으니까 좋기만 하여 얼떨결에 승낙하고 말았다.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 사무실을 나와 동쪽에 길게 뻗은 장산을 바라보면서 멍-한 생각에 잠겼다.
그래 여우도 죽을 때는 머리를 제 살던 굴쪽으로 머리를 두고 죽는다는 수구초심(首丘初心)의 고사성어의 참뜻은 고향을 잊지 못한다는 것 아니겠나.

언제나 푸르게만 느껴지는 고향하늘 그리고 군위를 잊은 적은 없었다. 나의 어릴 때 꿈이 자란 곳이기에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그리움과 설렘이 있는 곳. 결코 잊을 수가 없다.

향기 나는 추억의 그 길을… 고향을 여행하자는 친구들의 그 소박한 마음에서 봄날은 가버렸지만 황혼에 쌓인 아름다운 일흔 개의 나이테가 만고풍상을 다 겪어도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여유로운 마음으로 풍성한 가을이 가고 겨울로 이어지는 잔잔한 계절에 고향친구와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을 정했다.

마음을 결정하기 무섭게 여행 스케줄이 상상으로 쫙 펼쳐진다.
첫 번째는 인각사다. 나의 유년시절 소풍가던 유서 깊은 사찰이 떠오른다.
인각사는 신라 천년의 역사와 함께 일연스님이 충렬왕 10년(1284년)부터 임종하여 입적하실 때까지 5년 동안 그곳에 머물면서 삼국유사를 집필 저술한 천년고찰이다.

역사적 순례지에 가서 국가 문화재 보물로 지정된 보각 국사탑과 비에서 일연스님의 부도탑과 비문의 흔적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즐거운 상상만 으로도 내 마음은 어느 듯 불심에 흠뻑 젖어 멀리서 들려오는 주지 스님의 은은한 목탁소리가 환청으로 귀 속을 후벼든다.
더욱이 군위군이 수년전부터 민족역사의 중심으로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를 역사와 문화가 발돋움하는 역사의 성지를 조성하는 현장을 보고 싶어진다.

두 번째로 찾을 곳은 경북 중부권역인 군위, 의성, 칠곡 지역의 식수와 농공업 용수를 안정적으로 조절 공급하기 위하여 산이 산을 업고 겹겹이 쌓인 산자수명(山紫水明)한 고로의 천년계곡과 청정지역을 댐 건설에 해당되는 유역에 거주하던 수백 세대의 주민이 대대로 이어져 온 삶의 애환과 추억을 수몰지역에 묻어둔 채 이주하고 친환경적 댐 축조공법으로 6년여의 공사 끝에 완공됐다.

현재는 상당한 양의 맑고 푸른 물을 저수하고 있을 군위댐이 수변공간과 환경생태 자연공원으로 조화롭게 잘 조성되어 군위와 고로에 새로운 관광명소가 되어 맑고 이슬 같은 아침 공기가 산기슭 계곡과 계곡으로 이어진 댐이 안개 자욱하게 운무로 뒤덮인다면 그 환상적인 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할 것이다.

어제가 만추인가 싶었는데 어느덧 입동이 지났고 소설(小雪)도 지났으니 아미산 산자락은 휘익 감는 찬바람에 바위틈에 쌓인 낙엽더미 흩어지는 소리에 놀란 다람쥐의 동그란 두 눈을 마주보고 싶고 앙상한 감나무 가지 끝에 잔뜩 쫑그리고 앉아 있는 두 마리 참새도 보고 싶다.

세월에 묻혀 잠시 잊고 있던 그리운 고향산천의 얼굴들이 저만치서 벙긋 웃으며 파도를 타고 오니 하얀 겨울의 길목에서 추억의 고향 길손 내 마음 마중 간다네.

고향여행 떠날 마음에서 황 성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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