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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년 토끼해에 간을 빼놓지 맙시다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11.01.30 11:50 수정 2011.01.30 11:52

신묘년 토끼해에 간을 빼놓지 맙시다

↑↑ 김종오 부총재
ⓒ 군위신문
희망과 기대 속에 신묘년 토끼의 해가 밝았다.
토끼는 평소에는 정직하고 유순하지만 위기에는 뛰어난 직관력과 지혜를 발휘해 위기를 모면하거나 극복하는 동물임을 우리는 “수궁가”로 불리는 판소리를 통해 익히 알고 있다. ‘호랑이 없는 굴에서 토끼가 왕 노릇한다’는 말처럼 호랑이 해가 물러나니 힘없는 토끼가 득이 만면하여 폼 잡는 모습이 떠오른다.

토끼는 힘없고 순종적인 약자의 전형을 보이고 있는 동물이다. 흔히 부모들이 아이들을 두고 토끼 같은 자식새끼라고 하듯이 말이다. 토끼는 대체로 귀엽고 연약하고 선하며 재빠르고 영특한 이미지이다.

하지만 토끼가 그렇게 만만한 동물은 아니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그 무서운 호랑이와 유일하게 자리를 같이했던 동물은 토끼밖에 없다. 슬기와 재치만큼은 다른 동물이 놀랄 정도다.

전래(傳來)동화에 나오는 꼬리를 얼음 구멍에 넣고 있으면 물고기를 무더기로 끌어 올릴 수 있다는 토끼의 말대로 했다가 낭패를 본 호랑이 이야기나, 또 입을 크게 벌리고 있으면 참새를 몰아오겠다고 하여 앉혀놓고 불을 지른 이야기, 은인을 잡아먹겠다는 배은망덕한 호랑이를 다시 함정으로 몰아넣는 “꾀보 토끼”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보았을 것이다.

또 거북이의 꾐에 빠져 용궁까지 업혀갔지만 간이 뺏길 위기에 침착하게 기지를 살려 “볕에 말리려고 꺼내놓고 왔다”는 말로 다시 뭍으로 올라온 ‘별주부전’이야기는 토끼의 지혜를 엿 볼수 있는 대목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렇듯 꾀 많고 부지런한 토끼는 세계적으로 정형화된 일반적인 인상이다. 동화로만 그치는 지혜가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토끼의 지혜로움은 입증되고 있다.
토끼는 새해를 맞이하기 이전까지는 언제나 자신이 만든 행로로 다니는 외길 생(生)을 산다. 그러다가 겨울이 지나고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 오면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 다른 동물로 부터 자신을 방어하기위해 수학적인 통행로를 치밀하게 계산해 가장 빠른 길, 가장 안전한길을 자기의 안식처와 연결해 놓는 명석한 동물이다.

이렇한 명석한 토끼를 닮아 토끼띠 사람의 두뇌 또한 명석하고 치밀하다고 한다.
토끼는 또 귀가 커서 장수의 표상이다. 누가 뭐라 해도 토끼는 얼굴보다 더 긴 귀가 특징이다.

연약한 동물이라 방어할 아무런 무기가 없다. 그래서 소리를 모으는 커다란 긴 귀를 늘 쫑긋거리고 있다. 뾰족이 곧추선 두 귀는 바스락거리는 작은 소리도 잘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다 하면 후딱 줄행랑을 친다.

토끼는 음치라서 소리도 내질 못한다. 천적이 나타나면 고함이라도 질러 친구들에게 알려줘야 하는데 그것도 못하니 믿을 것이란 튼튼하고 긴 뒷다리밖에 없다. 토끼는 달음박질의 선수다. 그래서 뒷다리의 힘으로 껑충껑충 뛰어 민첩하게 도망치는 것이다. 토끼의 뒷다리는 앞다리보다 3~4배 정도 더 길어 달아나는데 유리하다. 긴 뒷다리는 오르막엔 날쌔지만, 대신 내리막에는 젬병이다. 그래서 토끼몰이를 할 때는 산 위에서 아래로 하는 것이다
토끼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앞으로 급하게 전진한다.

냅다 전진만 하다 보니 자칫 덫에 걸려 꼼짝없이 당하는 신세가 될 때가 있다.
그래서 일까, 토끼띠 사람들에게서도 이런 기질이 보인다. 사업을 하는 토끼띠들의 경우, 사업이 순조롭지 못하면 뒤로 한 발짝 물러나서 사태를 살필 줄도 알아야 하는데, 무슨 일이든지 속전속결로 처리를 해야 하고, 늪에 빠지면 빠질수록 전진만 해 결국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토끼는 또 다산의 상징이다. 한 배에 2~8마리씩 1년에 4~6회나 새끼를 낳는다. 토끼의 임신기간은 약 1개월이지만, 유도 배란자(induced ovulator)라는 점에서 다른 포유류와 구별된다. 유도배란 이란 암컷이 주기적으로 배란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교미 직후 황체형성 호르몬(lh)분비의 반사자극으로 배란을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수컷과의 교미를 통하여 배란이 유도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출산 간격을 짧게 할 뿐 아니라 토끼의 수정율을 꽤 높여 준다. 토끼의 암컷은 발정기가 특별히 있는 것이 아니고 수컷과 교배를 하면 배란이 이루어지므로 출산 후 곧바로 임신하는 일이 가능하다. 심지어 새끼를 낳기 전에 또 임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숲 멧토끼의 경우, 복수자궁이라 임신이 된 상태에서 또다시 임신이 되기도 한다. 새끼를 출산하기 전에 중복임신이라는 특이한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그야말로 1년 내내 쉼 없이 새끼를 배고 낳고 하는 다산의 동물이다.

보통 토끼해 정월의 선물로는 실을 제일로 꼽는다. 토실토실 보드라운 긴 토끼털은 명(命)이 길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토끼털의 실을 “명실(命絲)”이라 이름 붙여 예로부터 서로 주고받기를 즐겼다.
2011년 새해에, 우리는 띠 동물 중 토끼를 선물로 받았다.

그래서일까, 올해는 귀를 쫑긋 세우고 민첩하게 정보를 모으고 저 멀리 우주로 상상을 뻗어가면서 창의력을 발휘하는 정보토끼들의 행진이 기대된다.

현대의 정보사회는 귀를 쫑긋 세워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재빨리 알아듣고, 발 빠르게 행동할 줄 아는 토끼들이 살아가기에 적당한 환경이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는 호랑이형의 인간보다 토끼형의 인간이 주역이 되는 세상으로 바뀔 듯싶다.

힘과 권위와 고집, 거대함, 제압, 지배를 통해서 호랑이가 존재한다면 토끼는 지략과 민첩함과 가벼움, 친밀함, 따뜻함, 아담함으로 소리 없이 존재하면서 지혜로운 삶을 살기 때문이다.

어릴 적 우리는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라는 동요를 부르면서 커 왔다. 이제는 반대로 그 토끼에게 “우리가 어떻게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물어 보자. 혹시 토끼는 우리에게 이렇게 대답해 주지 않을까? “정신만 차리고 살면 토끼가 용궁을 가도 살 길이 있다”고. 이제 토끼처럼 부지런히 주변을 단속할 때이다.

우리는 위기 때마다 단결하고 희생정신을 발휘, 위기가 곧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곤 했다. 마치 토끼가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정신 줄을 놓지 않고 기지를 발휘해 살아난 것처럼, 신묘년 새해 모두가 골고루 따뜻한 온기를 많이 체감하고, 많은 사람들이 잘살 수 있는 한해가 되기를 소원하며 토끼해에는 간을 빼놓고 다니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신묘 원단 (사)충·효·예 실천운동본부 부총재 김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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