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인물 독자마당

<유럽 여행기 3부> 좌충우돌 런던 투어 이야기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11.03.30 15:44 수정 2011.03.30 03:44

<유럽 여행기 3부> 좌충우돌 런던 투어 이야기

↑↑ 오현섭 전교감
ⓒ 군위신문
<지난호에 이어>
런던 아름다운 교회 주관의 수련회에 참여했다. 런던 외곽지의 한 숲속 건물을 빌려 2박 3일 동안 즐겁고 재미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2010년 마지막 날 유명한 옥스퍼드 대학이 있는 도시의 외곽에 있는 베스터라는 작은 마을로 쇼핑을 갔다. 이 작은 마을에 쇼핑센터를 만들어 명품 거리를 조성했는데 관광객들로 엄청 붐볐다. 아내는 Parda라는 이탈리아 가게에 들러 핸드백 하나를 샀다.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이웃 작은 도시의 인도 식당에서 온 가족이 송년 만찬 식사를 했다.
밤 8시가 되자 영국인들도 이 집으로 송년 식사를 즐기러 자리가 비좁도록 들어섰다. 우리는 2층 코너에서 식사를 하는데 아래 층 코너의 노부부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저런 코스별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 퍽 부러웠다. 기나긴 삶의 여정 길에 또 한 해를 보내는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Aldermaston station에서 런던 행 기차를 탔다. 가족이 단체로 열차 왕복표(리턴표)를 구입하니 할인이 됐다. Reading역에서 갈아타고 런던의 Paddingten역까지는 1시간 걸렸다.
패팅턴 역은 오랜 역사를 지닌 곳이라 그런지 첫인상이 우중충했다. 하지만 낯선 런던 역을 방문하는 나로서는 모든 게 신기하고 새롭게 보였다.

시내 도로를 따라 동쪽 방향으로 걸어가니 큰 공원이 나온다. 유명한 하이드 파크이다. 매우 넓고 푸른 잔디가 깔려 있다. 공원을 잠시 산책했다. 인구에 비해 드넓은 땅을 가진것이 부럽기만 했다.

소호 거리의 일식집을 찾아 점심을 먹었다. 한국인 아가씨 1명이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만큼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식당이다.

이어 템스 강의 Westminster다리 남쪽 왼편 강기슭에 있는 런던 수족관을 견학했다.
어둠이 내렸다. 강에 어우러진 연안의 야경은 아주 멋있다. 건너 편 국회의사당과 빅벤 시계탑이 황금빛으로 보인다. 강물은 유유히 흐른다. 유람선이 다리 밑으로 통과하고 강변에는 수많은 관광객이 야경을 감상하며 추억을 만들고 있었다.

Aldermaston에서 버스를 타고 Reading 도시 나들이를 갔다. Reading까지 40분 걸린다. 레딩 역에서 내려 역 대합실에 들러 기차 시간표를 확인하고 광장을 둘러보면서 지리 감각을 익혔다.

역 맞은편 큰 길을 따라가니 John Lewis 백화점이 있다. 쇼핑을 한 후 베이징 식당(북경식당)을 발견했다. 메뉴판을 들여다봐도 자장면, 짬뽕 같은 메뉴는 없었다.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이 먹는 음식을 흘깃 보며 같은 것으로 주문했다. 서빙 하는 중국인이 한국말로 “그거, 맛있어요”했다. 레딩에 한국 유학생이 많다 보니 한국말을 몇 마디씩 알아 두는 것 같다.

버스도 타고, 기차도 타고 영국 생활을 조금씩 익혀가니 자신감이 생긴다. 어색하지만 영어로 길을 묻고 음식도 시켜보았다. 이론과 문법이 아니 실생활 회화를 익힐 수 있는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외국을 나와 보니 더욱 절실하게 느껴졌다.

다음 날 대영 박물관 답사 계획을 세웠다. 런던에 예약해 둔 호텔에서 1박 후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다.

레딩 역에 내려 런던 행 급행열차를 타고 Paddington역에 내리자 어두워졌다. 역은 좀 클래식한 고전적 느낌이 나지만 런던 시내 관광의 핵심 역이라고 한다. 예약해 둔 NOVETEL을 찾아 나섰다. 역을 빠져나왔지만 낯선 이국땅의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역을 끼고 돌아서 한참을 헤매고 길을 물어서 호텔을 찾았다. Checking 하면서 서툰 영어로 몇 마디 이야기를 했다. 대화가 쉽지 않았지만 내 나름대로 자꾸 이야기를 걸고 싶은 욕심이 났다.

열쇠 카드를 받고 런던 시내 약도가 있는 지도도 한 장 얻었다. 아들이 호텔을 예약해 주어 편하게 런던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런던의 아침 햇살이 비쳐 들어온다. 활기찬 거리 모습이 창 너머 보인다. 아침 식사는 뷔페다. 최상의 서비스를 받으며 빵과 과일 샐러드, 크림 등 음식을 배부르게 먹었다.

호텔 체크인 할 때 얻었던 런던 시가지 지도를 통해 길 정보를 익혀서 거리를 투어 할 자신감이 생겼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려고 생각했지만 박물관까지는 지도상 1시간 거리라 걷기로 했다.
하이드 파크를 따라 동쪽으로 마블아치와 옥스퍼드서커스를 걷는 도로를 옥스퍼드 스트리트라고 한다. 이 도로의 양쪽은 쇼핑 천국의 거리이다. 검은 두건을 쓰고 두 눈만 빠끔히 내 놓은 이슬람 여인들, 까만 피부의 사람들, 특히 담배를 피우는 여자들이 많았다. 빨간색의 이층 버스들이 줄지어 달렸다.

토테남 코드로드 역(Totlenham Court RD)에서 왼쪽으로 접어드니 대영 박물관 정문이 나왔다. 고고학의 전당이며 명실 공히 세계 최고 수준의 박물관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로마, 그리스 유적들이 고고학 연구에 많은 역사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고 했다.

정문을 들어서면 곧장 둥근 원형의 돔과 전시물 판매대가 있다. 고대 상형문자 해독의 계기가 된 로제타스톤과 기원전 3100년경의 누워있는 미라 상에는 아직도 선명한 모발이 자라고 있는 것 같다. 각종 부조 그림들은 고대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것 같다. 고대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는 데는 박물관 보다 나은 곳이 없지 않은가.

1, 2, 3층으로 고대 문명의 자취를 방마다 엄선하여 정리해 두었다. 이런 유적과 보물들은 세계 곳곳에서 침탈하고 약탈하여 왔을 것이 아니던가. 해가 지지 않는 영국과 그 식민지 나라들의 슬픈 역사가 박물관에 영구 보존되고 있었다.

박물관 로비와 곳곳의 벤치마다 사람들로 넘쳐 붐빈다. 세계 최고의 역사적 가치를 볼 수 있는 박물관이라 더 여행객들로 북적거리는 것 같았다.

런던은 볼거리가 많은 도시이다. 수많은 펍(Pub)과 클럽이 있다. 영어의 종주국으로 영어라는 아늑한 요람이 이곳 영국 런던일 수밖에 없다. 영어의 맛을 새롭게 느끼며 영어의 고향이자 그 중심지로 문화의 다양성이 있는 곳이 런던이다. 그래서 그런지 수많은 여행객, 방문객들이 이 도시로 찾아오고 어울려 살아간다.

서울에 한강이 있고 프랑스에 세느강, 독일에 라인강이 있듯이 영국에는 템즈강이 남북으로, 역사의 향기와 숨결을 지닌 채 유유히 흐른다.
도도하게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강 건너 명소들을 배경으로 눈도장 사진도장으로 셔터를 누른다.

쇼핑의 메카인 옥스퍼드 스트리트를 걷다보면 다양한 패션 상품들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유니온잭(영국 국기)을 휘감은 관광 상품들과, 영국인들이 자부심을 갖고 품질을 자랑하는 물건들-닥터 마틴 부츠와 신발, 버버리 레인코트, 로열 달튼의 도자기와 유리제품 등-를 보거나 저렴한 골동품 가게들 앞에서 발걸음을 머물게 하기도 했다.

옥스퍼드 스트리트에서 가까운 거리에는 영국 최고의 명품들만 취급한다는(?)이며, 이곳 보다 더 이상 저렴한 물건이 없다는 <존 루이스>백화점 등이 있다. 그 백화점을 둘러보지 못한 아내의 푸념과 빨간색 2층 버스를 타고 시내 투어를 못한 아쉬움이 내내 맴돌지만 어쩌랴.

런던 구경을 마무리 하며 패딩턴 역으로 와서 올드마스터 행의 기차표를 샀다. 안내원은 다행히도 하루 한번 뿐인 다이렉트 급행열차를 탈 수 있다고 하면서 시간표를 복사하여 주었다. 덕분에 갈아타지도 않고 올드마스터 역에 바로 내릴 수 있었다.

영국의 날씨는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뀌는 변덕을 부린다. 흐리고 비가 오다가 다시 흐리고 간간히 해가 비치고 종잡을 수 없었다.
겨울이라지만 비가 자주 내려 들판은 초록 잔디와 평원으로 덮인다. 또한 춥지 않은 탓에 지내기가 좋다.

영국과 한국의 시차는 9시간 차이가 난다. 영국에 온지 30여 일 만에 처음으로 쨍하고 햇살이 비친다. 그렇다고 아주 쨍한 햇빛은 아니다. 산책을 나온 노부부에게 인사를 건했다. 그 할머니는 비튜플! 하면서 날씨가 매우 맑고 투명하다면서 환한 하늘을 가리켰다. 노부부들이 함께 산책하는 모습을 이곳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아주 푸근한 모습이다. 목장 주변의 수로 길에서 몇 차례 오가며 마주쳐 인사를 하던 털보 아저씨를 만났다. “건너편 목장의 소들이 너희 것이냐”고 물었다. “아니다, 저 건너편에 농장의 목장이 있다”고 했다.

서툴고 뜻이 완전 통하지 않은 콩글리시 영어이지만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말을 걸어 보았다. 의외로 의사소통이 되어 뿌듯했다. 영어를 배우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고 무작정 대들어 보는 게 말을 배우는 첩경이다.

일본인 다나카 지세코 지음의 <문화와 예술로 보는 이탈리아 기행>이라는 책을 읽었다. 영화를 중심으로 이탈리아 도시와 문화와 예술을 간접적이나 접할 수 있는 좋은 여행기이다. 그리고 이민희 지음의 <치즈에 빠져 유럽을 누비다>라는 테마 중심의 여행기 책도 읽었다. 26세의 처녀가 치즈에 관한 흥미를 느껴 프랑스와 스위스의 젖소 농장을 직접 발로 뛰면서 체험한 내용을, 담담하게 쓴 기록문 같은 여행기이다.

용기와 인내 끊임없이 파고드는 관찰력으로 혼자서 캠핑을 하면서 체험하는 테마가 있는 여행기라 더욱 실감나고 흥미 진지했다. 아내는 나중에 이 책을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읽고 집에 와서도 읽었다.

아내는 존 루이스 백화점에서 사온 실로 손녀의 티셔츠를 올올이 뜨개질하면서 지루함을 달래기도 했다. 그 동안 찍은 사진들을 CD로 굽고 USB로 담으며 정리를 했다.
영국 체류 마지막 날, 가족들이 둘러 앉아 마지막 만찬을 즐기면서 영국에서 보고 듣고 느낀 소감을 며. 유럽 여행을 마무리했다.

히드로 공항은 런던 중심에서 서쪽으로 15마일 떨어져 있는 세계에서 제일 붐비는 민영공항이다. 4개의 터미널로 되어 있다. 1번 터미널에서 서울행 아시아나 비행기를 탔다. 탑승권을 살펴보았다.

오른쪽 3좌석 중 한 좌석이 천만다행으로 비었다. 지루한 시간에 다리를 쫙 펴고 누워 잘 수도 있었다. 나와 아내는 VIP 좌석을 맡게 되었다고 하면서 빙그레 웃었다.
어두워진 인천 공항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시계를 한국 시각에 맞추었다. 국내선 KAL기를 타고 대구에 도착하자 똘2네 식구들이 환하게 손 흔들고 있다. 40일 간 유럽 여행이 막을 내렸다.

<여행 후기>
여행을 하면서 알량한 지식으로 생소한 유럽 여러 곳의 지명이라든지, 역사의 향기를 아는 척하며 글을 쓴 교만함이 없었는지 스스로 돌아본다.

중고등학교 미술책에서나 보았거나 들었던 화가들의 그림을, 실제로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을 찾아 눈으로 확인하는 즐거움은 비할 수 없이 컸다.
현지 감각으로 세계 역사와 문화를 잠시나마 돌아본다는 희열과 감동으로 벅찬 40일이였다.
또 이번 여행이 가족과 함께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한다.

여행을 하면서 미숙하고 서툰 표현이지만 내 나름의 서사시로 여기고 메모를 하고 짬짬이 다른 사람의 여행기도 많이 읽었다.

다른 문화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없이 그냥 받은 인상과 느낌을 메모하여 촌스럽고 매끄럽지 못하다. 그들 심층의 내면 문화를 통찰하지 못하고 주관적 사고의 기준에서 다른 문화의 특성을 판단하고 비판하는 우를 범한 무례를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남의 나라 말 몇 마디 배워 우스꽝스럽게 도전하는 용기도 재미있었다. 이국의 작은 카페에서 차 한 잔을 나누며 몇 마디 단어로 이것저것을 물어 보는 것도,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자아의 형성에 도움되리라는 작은 믿음을 가진다. 먼 나라 행로가 내 삶의 재충전의 에너지가 되거나 풍요로움을 주지는 못해도 말이다.


저작권자 N군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