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인물 독자마당

어느 노부부의 슬픈 사랑 이야기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11.08.16 11:12 수정 2011.08.16 11:09

↑↑ 김종오 부총재
ⓒ 군위신문
우리 부부는 조그마한 만두가게를 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오후 3시면 어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어김없이 우리 가게를 찾습니다. 대개는 할아버지가 먼저 와서 기다리지만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궂은 날씨면 할머니가 먼저 와서 구석자리에 앉아 출입문을 바라보며 초조하게 할아버지를 기다리곤 합니다. 두 노인은 별 말없이 서로를 마주 보다가 생각 난 듯 상대방에게 황급히 만두를 권하다가 눈이 마주 치면 슬픈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눈물이 고입니다.

‘대체 저 두 노인들은 어떤 사이일까?’ 나는 만두를 빚고 있는 아내에게 속삭였습니다.
“글쎄요 부부 아닐까요? 부부가 무엇 때문에 변두리 만두 가게에서 몰래 만나요? 하긴 부부라면 저렇게 애절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긴 않겠지. 부부 같진 않아 혹시 첫사랑이 아닐까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서로 열렬히 사랑했는데 주위의 반대에 부딪쳐 이루지 못한 사랑, 그런데 몇 십 년 만에 우연히 만났다. 서로에게 가는 마음은 옛날 그대로 인데 서로 가정이 있으니 어쩌겠는가?”

“그래서 이런 식으로 재회를 한단 말이지 아주 소설을 써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아내의 상상이 맞는지도 모른다고 생각 했습니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따뜻한 눈빛이 두 노인이 아주 특별한 관계라는 걸 말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근데 저 할머니 어디 편찮으신 거 아녜요? 안색이 지난번 보다 아주 못하신데요?” 아내 역시 두 노인한테 쏠리는 관심이 어쩔 수 없는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오늘 따라 할머니는 눈물을 자주 흘리시며 어깨를 들썩거렸습니다. 두 노인은 만두를 그대 로 놔 둔 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할아버지는 돈을 지불하고 할머니의 어깨를 감싸 안고 나갔습니다. 나는 두 노인이 거리 모퉁이를 돌아 갈 때 까지 시선을 땔 수가 없었습니다. 곧 스러질 듯 휘청거리며 걷는 할머니를 어미닭이 병아리를 감싸듯 안고 가는 할아버지! 두 노인의 모습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대체 어떤 관계일까? 아내 말대로 첫사랑 일까? 사람은 늙어도 사랑은 늙지 않는 법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 비가 오네. 여보 빨리 솥뚜껑 닫아요.” 그러나 나는 솥뚜껑 닫을 생각보다는 두 노인 걱정이 앞섰습니다. 우산도 없을 텐데… 다음 주 수요일에오면 내가 먼저 말을 붙여 물어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주도,그 다음 주도 할아버지 할머니는 우리 가게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몹시 궁금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두 노인에 대해 잊어갔습니다. 그게 사람인가 봅니다. 자기와 관계없는 일은 금방 잊게 마련인가 봅니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난 어느 수요일 날 정확히 3시에 할아버지가 나타났습니다. 좀 마르고 초췌했지만 틀림없이 그 할아버지였습니다. ‘오랜만에 오셨네요’라는 말에 할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살짝 미소를 지었습니다. ‘할머니도 곧 오시겠지요?’물음에 할아버지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못 와. 하늘나라에 갔어’라고 하셨습니다.

나와 아내는 들고 있던 만두접시를 떨어뜨릴 만큼 놀랬습니다. 할아버지 얘기를 듣고 우리 부부는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기가 막혀서 너무 안타까워서 두 분은 부부인데 할아버지는 수원의 큰 아들집에, 할머니는 서울목동의 작은 아들집에 사셨답니다.

“두 분이 싸우셨나요?” 할아버지께 물었습니다. “우리가 싸운 게 아니라 며느리들끼리 싸웠어. 큰 며느리가 다 같은 며느리인데 자기만 부모를 모실수가 없다고 강경하게 나오는 바람에…” 그래서 공평하게 양쪽 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한 분씩 모셨답니다. 그래서 두 분은 일주일에 한번 씩 견우직녀처럼 서로 만나다 할머니가 먼저 돌아 가셨답니다.
“이재 나만 죽으면 돼! 우리는 또다시 천국에선 같이 살 수 있겠지?”

(사)충·효·예실천운동본부
부총재 김 종 오


저작권자 N군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