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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귀촌일기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11.10.04 10:53 수정 2011.10.04 10:38

↑↑ 오현섭 전교감
ⓒ 군위신문
오늘은 건너편 언덕의 정씨네 밭에서 마늘 뽑는 날이다. 세곡리 마을의 할머니들 열사람과 20여 리 떨어진 오사리골 할머니들 여섯 사람들이 마늘을 뽑기 위해 오전 7시부터 모여들었다.

기현이 아버지가 경운기를 몰고 오고 앞집의 아저씨와 정씨 아들이 포항에서 달려와 일을 했다. 아내와 나도 일을 도왔다.

세곡리 마을은 열 댓 가구로 노인들만이 살고 있다. 가장 젊은 민씨네가 50대 중반이고 홀로 사는 할머니들도 서너 집이나 된다.
이날 마늘 뽑는 일에 나선 세곡리 할머니들은 아흔 넘은 할머니들 외에는 모두가 나온 셈이다.

정씨네는 포항에서 지난 가을에 이곳 밭을 사서 귀촌했다. 밭 이천 평을 직접 트랙터를 이용하여 갈아 의성의 육쪽 마늘 씨앗을 사와 심었다. 다행히 올 마늘 농사가 풍작이다. 마늘이 굵고 씨알이 좋은데다 값도 좋아서 얼굴 가득 웃는 모습이다.

정씨가 경운기로 긴 이랑을 파고 할머니들이 일렬로 호미로 마늘을 뽑았다. 아내는 마늘을 묶는 작업을 하고 남자들은 건조 창고에 쇠 파이프 기둥에 서까래를 걸치고 마늘을 달았다. 6월 한 낮의 찌는 더위와 단단한 진흙땅의 마늘 다발에 붙은 흙덩이로 인해 일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사과농사의 접과 하기가 거의 끝이 난 뒤라 일손이 넉넉하여 다행이었다. 시골이지만 농번기에는 일손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새참을 먹거나 점심을 먹을 때는 마치 경로잔치를 하는 듯 했다. 세곡리 할머니들도 일손 돕기로 봉사하는 대신 품삯을 받아 용돈이 생기니 일자리 창출이 된 셈이다.

보통 오후 6시면 일을 마친다. 이날은 남은 마늘이 한 마지기 정도가 되어 저녁 7시 반이 넘도록 일을 하여 마지막 마늘 뽑기를 마무리 지어 주었다. 이런 일들이 시골 아니면 쉽지 않다.

기현이 아버지가 경운기로 마지막 남은 마늘들을 실어와 건조장 바닥에 내려놓자 소나기가 쏟아졌다. 뽑아둔 마늘이 비를 맞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모두들 내 집 일처럼 열심히 해준 넉넉한 시골 인심이 풍요롭다.

송원초 오현섭 전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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