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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한국의 야생초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11.10.13 11:31 수정 2011.10.13 11:24

↑↑ 김용원 교수
ⓒ 군위신문
1.우리 야생초의 소중함

인간의 욕심 때문에 자연의 많은 부분이 파괴되고 있다. 그리고 파괴의 흔적들은 우리 인간을 비롯한 많은 생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고민이 증대되고 있는 요즘 자연과 인간이 상호교감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다시한번 생각해 보기로 한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 속에서 살다가 자연의 품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다시 말하면 자연은 인간의 영원한 삶의 터전이며 고향이다. 따라서 인간은 선천적으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 갈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져 있으며, 본성상 태어난 곳에 대한 회귀본능을 갖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우리가 야생초를 사랑하는 이유는 자연의 고향에 대한 흠모와 외경심에서 출발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인 반도에 위치한 산악지대로 백두산에서부터 한라산에 이르는 크고 작은 산들이 모여 한반도를 이루고 있다. 또한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이 뚜렷하여 다양한 식물들이 살기에 알맞은 천혜적인 기후풍토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약 4,600여종에 달하는 관속식물들이 자라나고 있으며 그중 4,135 종이 자생종이다.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한국원산인 식물은 339종 46변종과 22품종 등 407 종의 특산식물들이 자라나 삼천리금수강산을 이루어 왔다.

그러나 현대인들의 무관심 속에서 우리 선조들의 정서에 깊은 영향을 끼쳐왔던 이 땅의 야생초들은 외국에서 들어온 화려한 식물들에 밀려나 그 존재의 의미가 무시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 뜻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 우리 것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운동의 하나로 우리 야생초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져 가고 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백의민족으로 화려함 보다 소박하고 정갈한 것을 더 좋아하는 기질
을 자연으로부터 배워왔다. 이러한 우리의 기질을 가르쳐온 야생초의 소중함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2.야생초에서 고향의 숨결을 느낀다

먼저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꾸고 있는 원예식물에 대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생활 주의에서 가꾸어지고 있는 화초류의 대부분은 외국 도입종으로 우리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열대성 식물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 이러한 식물들을 도입하기 위하여 많은 외화를 낭ㅂ하는 것을 볼 때 원예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산지에 자생하고 있는 식물 분포를 살펴보면 제주도에 자생하는 관속식물은 1,800여종이 넘고 있으며 울릉도에는 678종의 식물이 자라고 향나무, 솔송나무, 섬잣나무 등 3개의 천연기념물이 있다.
또한 가야산에는 700여종의 향토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지리산에는 1,300여종, 설악산에는 1,000여종, 금강산에는 800여종의 식물이 자생 분포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싼 외화를 낭비하면서 무분별하게 외국식물들을 선호하고 있는 심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예로부터 “身土不二 地楊生産 地楊消費”라 하여 생활하고 있는 지역에서 자생하는 식물의 소중함을 말해오지 않았던가.
사람들이 식물을 좋아하는 목적은 생명의 원천인 자연으로부터 건강과 즐거움을 얻으려 하는데 있다. 현대인들은 수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그래서 정신적인 위안과 정서적인 안정을 자연 속에서 얻으려는 욕구가 생겨난다.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던 것처럼 소꿉장난이나 꽃반지, 꽃목거리를 주고받았던 추억을 되살릴 수도 있고, 고향의 뒷동산에 오르면서 제비꽃, 봄맞이꽃, 할미꽃, 달래, 냉이, 꽃다지 그리고 이름 모를 꽃들을 통하여 생명의 신비로움에 감동하며 행복감에 젖어 본적이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환경과 식물들이 주는 느낌 그 자체가 고향의 숨결이고 생명에 대한 외경심인 것이다.

따라서 숨 막히는 도심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현인들에게 야생초를 관찰하고 가꾸면서 느끼는 매력은 바로 고향의 향수를 맛볼 수 있는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3. 우리 야생초애서 자긍심을 찾자

산업의 발달로 인한 급격한 도시화는 마침내 자연파과와 환경오염을 불러왔고 현대인들로 하여금 고향을 잃은 실향민으로 살아가게 했다.

특히 학문이나 사회, 환경, 의식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서구문화의 강한 영향으로 한국적인 정체성을 상실해 가고 있다. 그 가운데 우리의 산과 들에 피어나는 야생초들의 아름다운 가치를 귀하게 여기지 않게 된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초등학생들이 우리의 꽃 이름은 잘 모르면서 장미, 튤립, 팬지, 코스모스, 카네이션 등의 외국 꽃에 더 친숙해 있는 현실이 이것을 말해준다. 이와 같이 우리 것은 잘 모르면서 남의 것에 더 익숙해져 가는 기이한 현상은 학교 교육에도 책임이 크다.

우리의 야생초를 새롭게 인식하고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남의 것에 의해 잊혔던 우리 것을 되찾는 일이 되며, 우리의 감정과 정서 그리고 민족의 자존심을 되찾는 일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야생초를 사랑하는 일은 단순한 취미 영역을 넘어 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우는 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4. 야생초에서 고마움을 배운다

수천년 동안 우리 강산에서 조상님들과 살을 부비고 살아온 야생초는 단순한 식물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그 활용적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자연유산이라 할 수 있다.

야생초는 특수한 독초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우리 인간에게 유익하게 이용된다. 관상 원예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건강을 위한 무공해 자연식품인 산채나물을 비롯하여 한약의 재료 또한 야생초가 그 주가 된다. 야생초는 식물학적 유전자원으로 매우 중요하며, 정원의 지피식물, 실내장식, 사료, 분화, 절화, 압화, 천연염색, 밀원식물, 관광레져자원(식물원), 신물질 등으로 이용되어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준다.

특히 야생초에 관심을 갖게 되면 자연의 쾌적한 환경에 자주 접하게 되어 심신의 건강에 도움을 얻을 수 있고 자연을 통해 휴식을 즐길 수 있으며 생활의 활력을 얻을 수 있다.

또 야생초를 직접 가꿈으로서 얻게 되는 이점은 건전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고 자신의 것을 아끼고 사랑하게 되며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풀뿌리의 끈질긴 생명력을 통해서 삶의 정체성을 보고 배울 수 있다. 이처럼 하찮은 풀꽃이지만 우리 삶에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하여 살펴보아야 한다.

-계명문화대학 골프코스원예학부 교수 김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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