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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풍경과 축제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11.10.17 14:45 수정 2011.10.17 02:27

↑↑ 황성창 씨
ⓒ 군위신문
여름이 갔다. 이제 풀잎이 파삭 파삭 마르는 가을이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가을. 가을은 하루가 다르게 익어간다.
하늘이 높아지고 공간도 넓어진다. 그만큼 마음도 비워져 허전해 지는 가을이다. 이럴 때 그 헛헛한 마음을 채우는 데는 여행이 안성맞춤이다.

사람의 마음은 갈대 같아서 간사하다. 가을에는 방방곡곡 고을 마다 축제가 한창이고 이름도 다양한 행사도 많다.
이 좋은 계절 고향 군위군 체육회가 주관하는 제37회 군위 군민 체육대회 행사에 참여 하기 위해 후배를 동행하고 아침 일찍 부산을 출발 하였다.

여행이 별게냐. 지척의 어디라도 몸을 훌쩍 옮겨 놓으면 마음은 저절로 따라 나선다. 그러나 고향 가는 여행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울렁댄다. 경부고속도로를 질주하다 영천IC를 벗어나 영천부터 군위까지는 28번 국도를 따라 농촌의 풍경을 보면서 천천히 달렸다. 눈앞을 스쳐가는 가을 하늘은 높고 푸르며 떠있는 구름은 여유롭다.

들판 가득한 벼이삭은 황금빛 비단을 깐 듯 화려해 아침 햇살에 눈이 부신다. 보이는 풍경마다 가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풍성하게 숙성된 가을 맛은 푸근하고 넉넉하다. 청순한 가을빛에 들풀과 꽃잎에서 향기가 진동한다.

가을 향에 정신이 몽롱해진 사이 11시 무렵 체육대회가 한창 진행 중인 행사장에 도착했다.
행사장 부근에는 이미 주차 차량으로 주위 도로변과 위천 둑이 꽉 메워져 주변의 적당한 자리에 주차를 하고 운동장에 입장했다.

행사장에는 축제의 들썩들썩 뜨거운 열기가 위천으로 넘쳐흘렀다. 금방이라도 내가 부산 향우회 대표 선수로 출전이라도 한 듯이 가슴이 설렌다. 수많은 관중들이 웃고 박수 칠 때는 지난 어린 시절이 되살아 생각났다. 기마전을 하고 텀블링을 넘고 계주 때는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목이 터지도록 응원하는 소리로 잠시 순간을 착각하여 추억의 연못에 빠져 풍덩거린다.

나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달리기를 해서 상을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다. 연필을 타고 노트를 타는 친구가 그렇게도 부러웠으나 나의 신체적인 편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니 그래도 부러워했던 지난 시절이 참 좋았다.

대회장에서 제공해 준 점심을 맛있게 먹으면서 많은 분들과 환담을 나누었다. 대회를 마칠 때의 혼잡을 피해 서둘러 행사장을 나왔다. 체육공원 주변 길섶과 위천 둔치에는 코스모스와 가을 들꽃이 한창이다. 축제를 즐기기라도 하듯 들꽃들이 그 자리를 잠시도 서 있지 못하고 한들한들 춤을 춘다. 얕은 능선 구비 구비 마다 흰 구름 떠있고 청량한 휘파람은 떠나려는 나를 잡고 놓지를 않는다.

석양에 산그늘이 물 위에 떠있으니 가을 낮은 아쉽게도 너무 짧다. 황금 들판의 누렇고 풍성한 결실이 벌겋게 보이니 한해의 추수가 가까워 왔나보다. 서산으로 넘어지는 노을을 뒤로 하고 남쪽으로 내려오는 가을 단풍 따라 부산으로 되돌아 왔다. 고향 찾은 오늘 여행이 즐거웠다.

군위농산 황성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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