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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법주기행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11.11.16 13:34 수정 2011.11.16 01:09

↑↑ 황성창 씨
ⓒ 군위신문
가을이 넘어가는 10월 마지막 일요일이다. 군위 팔공산악회 회원 40여명은 가을 산행을 위해 속리산을 향해 출발했다.

부산-대구 간 고속국도를 달리다 청도 휴게소에 둘러 잠시 쉬었다. 휴식을 마치고 다시 출발하여 한참을 달리다 경북 선산 휴게소에 도착하여 마지막 휴식을 가졌다.

주차장에는 곳곳은 관광차들로 꽉 메워졌다. 잠시 휴식을 끝내고 다시 출발 당진-상주 간 고속국도를 갈아타고 얼마간 가다가 남상주IC를 벗어나 충북 보은군 서북향으로 계속 달렸다. 차창밖으로 멀리 보이는 높은 산 단풍 빛이 만산홍엽(滿山紅葉)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벌겋게 달구었다. 조선시대 가객(歌客)인 김천택 시인은 가을을 “흰 구름 푸른 내는 골골이 잠겼는데/추풍에 물든 단풍 봄 꽃 도곤 더 좋아라./천공(天空)이 나를 위하여 뫼 빛을 꾸며 내도다.” 라고 읊었다.

달리는 차창에 울긋불긋 곱게 물든 단풍잎 환영(幻影)이 내내 우리가 탄 차 뒤를 찰싹 붙어 떨어지질 않았다. 바깥 풍경을 보고 있는 사이 속도를 줄인 차가 속리산IC를 빠져 25번 지방도로를 달렸다. 얕은 고갯길 중턱쯤에 속리터널 녹색 표지판이 환하게 보였다.

터널을 지나 내리막길이 끝나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속리산 길목으로 방향을 꺾었는데 진행하는 차량이 마치 잘 정렬된 주차장을 방불케 하듯 도로를 꽉 채웠다. 거북이걸음 보다 늦은 속도로 서행을 반복하다 12시가 훨씬 지나서야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허기진 때라 차려주는 점심상을 얼른 받았다. 산야초가 넉넉한 산채 비빔밥 이였다. 한 술 떠 먹어보니 상큼함이 입안 가득차고 입맛에 딱 맞았다. 허출하든 차에 한 그릇 뚝딱 비우니 배가 든든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지 않았든가. 뱃속을 채운 일행은 느긋한 마음으로 자유롭게 법주사를 향해 죽 뻗은 편백나무 수목 사이 길을 걷기 시작했다. 가는 길에 단풍이 눈 내리듯 설렁 설렁 흔들면서 떨어졌다. 그렇게 사람들 발밑에 밟혀 찢어진 낙엽의 상처가 시리고 아프게 보였다.

법주사는 신라 진흥왕 14년(553년) 의신 스님에 의해 창건된 천년 고찰이다. 금강문으로 들어가 조선시대 목조탑 5층 팔상전(국보 제55호)을 빙 둘러 보았다. 또 본당 대웅보전에 올라가 삼배하고 돌아 내려오면서 신라 혜공왕 12년(776년) 진포율사가 7년의 각고 끝에 조성한 장대하고 웅장한 금동미륵불상 앞에 묵배를 하고 불상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규모가 놀랍도록 어마어마했다. 마지막으로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마애불인 마애여래의상(보물216호)은 거대한 천년 바위에 암각화한 높이 6미터나 되는 불상이었다.

천 년 전 신라의 찬란했든 불교문화의 극치를 보았다. 절레절레 고개가 젓기고 벌어진 입은 다물 줄 몰랐다.

법주사는 창건이후 8차례의 중수를 거듭하며 오늘에 이르기까지 천년 세월에도 문화 유적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위대한 조상들의 영혼이 지금도 살아 숨을 쉬는 것 같다.

반쯤 넋을 잃고 법주사를 내려오는데 길 숲에 단풍이 떨어져 그늘진 길을 덮고 있어 가을이 더욱 아늑했다. 지나가는 사람들 마다 단풍 빛 보다 더 화려한 옷차림에 눈이 어질했다.

계곡에 흐르는 물은 차갑고 맑게 굽이쳐 가을이 제대로 갈 곳을 찾아 낮게 숨죽여 흘러간다. 오고 가는 사람들 발자취에 놀란 다람쥐가 앙증스럽게 몸을 세우고 손발을 비비면서 까만 눈망울 바쁘게 굴리는 모습이 아치답고 귀여웠다. 사람과 바람, 구름이 동행하는 인연은 즐거운 자연의 향기다.

어느덧 속리산 법주사 관광을 마무리하고 돌아갈 시간이 다가 왔다. 출발하기 전 속리산 도토리묵에 막걸리 한 잔의 맛은 속이 쩌릿할 만큼 시원했다. 사시사철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분비는 속리산 밑 사내리 마을은 축복 받은 동네다. 하루 수 천 명 드나드는 사찰 순례자나 관광객들이 뿌리는 돈 씀씀이가 하루에 얼마나 될까 문득 궁금했다.

경제적으로 무척 윤택하게 살 것이라는 생각이 퍼뜩 떠오르니 동네가 부럽기도 하고 조금은 시기가 났다.
우리 고향 군위군은 언제 어떤 관광 상품으로 팔도강산의 유람객을 유치할 수 있을까? 지금도 잘 살지만 더욱 더 소문난 고향이 되었으면 좋겠다. 언젠가 어깨가 으쓱해 질 때를 학수고대할 뿐이다.

별난 생각에 머뭇거리고 있는데 운전기사가 ‘이제 출발 합시다.’ 라고 크게 외쳤다. 오후 5시 경 차가 서서히 출발하여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차안은 흥겨운 풍악이 넘쳤다. 모두들 흥이 나서 어깨를 흔들고 잠시도 자리에 앉아 있질 못했다. 그러길 두 셋 시간 지나서야 맥이 빠졌는지 지친 듯 음정 박자가 조금씩 어긋나고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속리산을 출발하여 밤 9시가 되어서야 부산에 무사히 도착했다. 아쉽지만 내일을 약속하고 모두가 흐뭇한 표정으로 헤어졌다.

나는 속리산 관광 기념으로 자연이 빚은 오묘한 풍광을 한 폭의 풍경화로 마음속에 곱게 새겨 담아왔다. 지워지질 않을 가을 풍경 한 자락 끌어 덮고 늦은 밤 잠자리에 들었다. 여행의 흥에 지금도 나 혼자 희희낙락이다.

군위농산 대표 황성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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