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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立春)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12.01.18 15:52 수정 2012.01.18 03:11

↑↑ 박종영 사무국장
ⓒ 군위신문
맹위를 떨치던 한파도 대한(大寒)절기를 고비로 하여 수그러들고 봄의 향기를 전해오는 입춘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그렇더라고 그냥 떠나기가 아쉬워 꽃시샘 바람을 동원해 얼마간 심통을 부릴 것이다. 그렇지만 어쩌하겠는가? 오는 봄을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제 아무리 강자라고 할지라도 자연의 철칙 앞에서는 무력할 뿐이다. 생성소멸(生成消滅) 생자필멸(生者必滅)의 자연법칙을 벗어날 수 있는 존재자체는 없다.
그런데 소멸(消滅)과 필멸(必滅)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새 생명을 키워내기 위한 휴지기(休止期)임을 깨닫게 된다.

옛사람들은 진정한 한해의 첫 시작이 입춘날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했다. 입춘에는 오곡을 볶아 한해의 농사를 점쳤는데 솥 밖으로 맨 먼저 튀어나오는 곡식이 그해 풍작을 결정한다고 믿었다.

또한 아들이 없는 집안에서는 득남한다는 속설에 따라 입춘날에 받아둔 빗물 즉 양기가 강한 입춘수(立春水)로 술을 빚어 마셨다. 입춘 전날 밤에 선행을 하면 한해의 액(厄)을 면한다하여 가난한 집에 몰래 양식을 놓고 오거나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징검다리를 고쳐놓고 적선공덕(積善功德)을 쌓았다.

또 입춘날에는 마늘, 파, 달래, 자총이, 부추 등 매운맛 나는 다섯 가지 모듬나물 즉 오신채(五辛菜)를 만들어서 먹었다. 인생의 다섯 가지 쓰디쓴 맛을 미리 맛보고 실제 현 실속에서 잘 참고 견뎌내자는 뜻에서 궁중에서도 오신채를 진상 받아서 나누어 먹게 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사색당파 싸움을 끝내고 임금님을 중심으로 국력을 모으자는 화합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고 하니 오늘날에도 그 뜻을 살려 봄직하다고 생각이 된다.
입춘과 관련하여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대문이나 기둥에 붙이는 입춘첩(立春帖)이다. 입춘축(立春祝)이라고도 부르는 이것은 입춘을 맞아 한해의 무사태평과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다는 뜻의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하며 집집마다 풍족하고 사람마다 넉넉할 것이다(國泰民安 家滿人足)의 글귀가 대표적이다.

오늘의 정치를 운영하는 여야의 정치인들이 다함께 모여 오신채를 탕평채(蕩平菜)로 하여 나누어 먹고 꽁꽁 얼어붙은 서민경제를 한층 더 살펴보면서 입춘축을 가슴깊이 새겨주길 바란다.

재부경북대구도민회 군위군 사무국장 박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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