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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아름다운 黃婚期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12.04.01 11:28 수정 2012.04.01 11:28

↑↑ 시인 황성창
ⓒ 군위신문
풀꽃 생명들이 탄생하는 화창한 봄날이다.
사람들이 세상에 머무적거린 세월이 쌓이고 쌓이면 늙게 된다. 늙어가는 모습을 슬프게 생각해 본적은 없다. 나이 들면 누구나 자연스레 자족(自足)에 눈 뜨는 나이가 되는 법이다.

사람들은 모두가 세속적 욕망으로 언제나 행복한 삶을 원한다. 분수에 맞게 산다는 게 그리 쉽지 않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보건복지부가 2011년에 공개한 저출산 고령화 국민인식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인 인구비율은 전체인구의 11%를 차지하고 그 수는 540만 명에 이르는 고령사회다.

또 노인으로 간주하는 나이는 평균 66.7세다. 지금은 평균수명이 80.8세로 환갑을 넘기고도 20년은 거뜬히 더 산다. 앞으로 2026년이 되면 성인 5명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인간은 유년기, 청장년기, 노년기를 순환하여 일생을 마친다.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 장자(莊子)는 “죽음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곳 두려울 것도 싫어할 것도 없다”고 했다. 밤이 깊을수록 별빛이 더욱 빛나 듯 운명에 순응하는 인간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인생의 노화는 우주의 섭리요 순화(純化)일지도 모른다.

이럴 때 우리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노년에 대하여 한번쯤 생각해 보자.
늙는다는 것이 노인들의 자랑할 만한 직함은 아니다. 또 공인받은 특권이나 주장은 서글픈 집착에 불과하다. 노년의 빛깔은 통상 실버로 정의 되지만 능동적이고, 찬란한 금빛이라고 주장하는 휴머니스트도 있다.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모습은 가을을 물들이는 단풍 빛 같이 아름답다. 스스로 되돌아볼 겨를도 없이 살아온 질곡의 세월 속에 쉼표를 찍고 잠시 생각해 보는 여유가 노년을 행복하게 살게 하는 철학이다.

얼굴에 주름이 늘어가는 것이 조금은 안타깝고 애잔한 마음이 들긴 해도 결코 추(醜)하게 여기진 않는다. 생성과 소멸의 뿌리는 같은데 나이 듦을 거부하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움을 느낀다. 늙는다는 것을 받아드려야 인간 내면의 통찰이 가능한 법이다. 노년기는 포기와 상실이 아니라 채움을 비울 줄 아는 회심(回心)의 계절이다.

노자(老子)의 도덕경에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함은 “물처럼 살다가 물처럼 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말하듯 인생은 한바탕 봄꿈에 지니지 않는 일장춘몽 순간에 불과하다. 노인이란 단어 자체가 무기력과 나태, 고집과 고루하다는 답답한 말로 연상되기 십상이다. 융통성 없는 꽉 막힌 늙은이, 케케묵은 꼰대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하던 일을 놓치거나 잃었을 때 소외와 고립에 빠져 들면 천덕꾸러기 같은 진짜 노인이 된다. 마음에 평정을 잃으면 어떤 깨달음도 없다고 한다.

나이 들면 젊을 때보다 지켜야 할 덕목이 많아진다. 노욕을 버리고 말하기보다 남의 말에 듣기를, 젊은이에게 옳고 최고라는 칭찬을 아끼지 말며 젊은이를 위해 한 발짝 물러 선 배려의 마음을 갖춘 풍류가 흐르는 노인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에 미친다.

뭉뚝하고 둥그스름한 노인이면 더욱 좋겠다. 퇴계 이황은 오동은 천년을 늙어도 가락을 지닌다(桐千年老恒藏曲)고 했듯이 인생에 최선을 다해 살았다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노년을 맞이하면 즐겁고 행복할 것이다. 후덕하고 명(命)이 긴 것만큼 축복 받은 인생도 없을 것이다. 기능적 장수란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노인의 행복은 하고 있는 일이나 활동능력에 따르는 체력, 취미생활 등 자신의 존재가치를 느낄 때 진정한 행복감을 향유한다.
아날로그 시대를 살아온 노인들은 느림과 여유에서 타박타박 늙어가는 가치를 찾는다. 우표를 붙인 편지를 친구에게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도 행복한 순간이다. 세상은 편해지고 시계 침이 빠르게 돌아가지만 편지 한 장 써보는 행복이 아름답고 그립다.

나도 석양에 넘어가는 태양을 보면서 나의 붉은 황혼을 준비할 마음을 생각했다. 황혼기에 접어든 인생에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나에게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명료하게 구별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인생에 후회도 집착도 없는 하늘과 땅 끝이 맞닿는 조용한 지평선 그 길을 가기에는 마음의 동반자가 필요했다.

내가 선택한 이정표는 문학촌 가는 길 무성한 들판이다. 노년에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여 높은 문학의 성곽에 문을 두드렸다. 늦깎이 등단하여 문학의 풀밭에서 주옥같은 시(詩)한수 배우려고 밤잠을 설친다. 원로 문인들과 푸른 초원에서 시상(詩想)을 토론하고 창작활동에 송백지조(松柏之操)의 마음으로 혼(魂)불을 피운다.

아름다운 금빛 황혼기를 위하여 준비한 외길 즐거운 여정(旅情)이다.

황성창(시인·부산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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