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仁義禮智(인의예지)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12.06.04 11:18 수정 2012.06.04 11:18

↑↑ 박종영 사무국장
ⓒ 군위신문
한 왕조(王朝)가 오백년을 이어가는 경우는 세계 역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가 극히 드문 일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삼국시대 이후 세워진 왕조마다 모두 오백년 이상을 이어왔다. 그중에서도 신라는 찬란한 문화와 유적을 천년 가까이 이어왔다.

이것은 인류 역사상 하나의 기적과도 같은 일로써 찬탄의 대상으로 보아야 마땅하지만 일제(日帝)의 학자들은 조선인은 왕실의 실정(失政)을 보고도 그것을 뒤엎을 만한 기상이 없는 무기력한 민족이라고 비하(卑下)하고 있다.

그러면 무엇이 오백년 왕조를 지켜왔는가? 여기서 전왕조의 역사를 하나하나 열거하여 그 이유를 알아 볼 수 없고 우선 조선왕조(朝鮮王朝)만을 살펴보도록 하자.

조선왕조는 유교의 성리학(性理學)을 건국이념과 통치철학으로 삼아 등장한 나라이다. 성리학의 근본적 핵심은 사단(四端)으로 알려진 인·의·예·지로 요약할 수 있다. 지면 관계상 맹자(孟子)에서 말하는 뜻을 간략히 설명하고 이것이 우리 문화유산 속에서 어떻게 실증적으로 반영되고 있는지 서울의 몇 가지 예에서 알아보고자 한다. 그러면 먼저 ‘인의예지’의 뜻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인(仁)이란 무엇인가? 사람은 누구나 착하지 못한 일을 차마 할 수가 없다. 선(善)한 마음을 갖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義)란 내 스스로가 사람으로서 차마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을 때 누구나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며 예(禮)란 남을 배려하고 어려운 사람을 보면 양보하고자 하는 마음이 솟아나는 것이며 지(智)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 곧 선함을 알아서 옳게 여기고 악함을 알아서 그르게 여기는 마음이다. 사람이 마음을 삼는 것이 이 네 가지에서 벗어나지 않으니 이것이 때 묻지 않도록 하면 선한 사함이 된다는 것이다.

통치자나 모든 백성들이 이를 알아서 실천하도록 하기 위해 궁중에서는 학덕이 높은 학자가 경연(經筵)이란 제도를 통해 매일같이 임금을 교육했으며 성균관이나 향교 및 서당(書堂) 등을 통해서는 선비와 백성을 교육했다.

그리고 백성들이 매일같이 보고 느끼며 출입하는 시설물을 어떻게 설계하였는지 서울의 4대문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서울이 조선의 도읍지로 정해진 것은 태조 3년인 1394년이었다. 이때부터 경복궁을 착공하고 동서남북에 4대문을 만들어 쓰며 내성(內城)을 축소하여 태조(太祖) 7년에 1차 완성을 보아 도성(都城)의 기본적인 모양새가 잡혔다. 이제 그 四大門의 이름을 살펴보면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동대문의 이름은 흥인지문(興仁之門)이다. 이는 곧 인(仁)을 크게 일으키자는 뜻이고 서대문은 돈의문(敦義門)으로 의(義)를 돈독히 하자는 뜻이다. 그리고 몇 년 전 화재로 소실되어 지금은 복원 중인 국보1호인 남대문은 숭례문(崇禮門)이다. 예(禮)를 숭상하여 예의지국(禮儀之國)을 만들자는 의지를 담았다. 마지막으로 북대문은 홍지문(弘智門)으로 백성들로 하여금 선악(善惡)을 가리고 시비곡직(是非曲直)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넓히도록 하자는 뜻.

동서남북 사방의 대문 이름 ‘흥인’, ‘돈의’, ‘숭례’, ‘홍지’는 유교적 국가통치이념인 ‘인·의·예·지’와 정확히 대흥시켰다. 옛말에 “수성(守成)이 창업(創業)보다 더 어렵다” 즉, 곧 나라를 새로 세우는 것보다 그 나라를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이다.

나라를 총칼로 빼앗을 수 있지만 그 나라를 굳건한 반석 위에 앉혀 지키는 것은 총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힘으로서가 아닌 인의예지(仁義禮智)-덕(德)으로 백성을 교화(敎化)하여 나라를 다스려 나가는 한다는 것을 말함이다.

그 외에도 4대문 사이사이에 소문(小門)인 혜화문(惠化門), 소덕문(小德門), 광화문(光化門), 창의문(彰儀門) 등도 교민화속(敎民化俗) 즉 백성을 가르쳐 풍속을 교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나타나 있다.

뿐만 아니라 종로 네거리에서는 보신각(普信閣)을 세워 여기에 종을 매달고 종이 울리는 것에 맞추어서 4대문을 열고 닫았다.

인의예지에 신(信) 곧 믿음을 더하면 오상(五常)이라 한다. 이 오상의 실천은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실천 덕목(德目)이며 도덕적 규범(規範)이다. 이러한 정신문화가 오백년 왕조를 지탱할 수 있었던 힘이였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선조들이 이룩한 정신문화를 자랑스럽게 계승·발전시켜 품위 있고 격조 높은 양반나라를 만드는데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조상들이 갈고 닦은 대한민국을 더욱 더 빛나게 하여 세계에 우뚝 서 있는 일등나라로 만들자.

재부 군위군 향우회 사무국장 박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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