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인물 독자마당

아아! 잊으랴, 그 때 그 사람들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12.06.04 11:22 수정 2012.06.04 11:22

↑↑ 황성창 시인
ⓒ 군위신문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62주년이다.
매년 호국 보훈의 달을 맞이할 때마다 전사자의 유가족으로써 가슴이 먹먹해진다. 155마일 한반도 휴전선은 오늘도 전쟁이 터질 것만 같은 불안감을 껴안고 있다.

그 때를 되새기는 군가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맨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며 /발을 굴러 땅을 치며 울분에 떤 날을” 목 놓아 부르고 불렀던 <6.25의 노래> 가사의 일부분이다. 잊어서는 안 될 6.25 전쟁 이였는데도 그 때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 6.25 전쟁에 참전했던 이팔청춘 군인들이 지금은 팔순을 넘긴 황혼기의 노장이 되었다. 수많은 참전용사와 유가족들에게 평생토록 아픔을 준 전쟁은 우리 사(史)의 잔인한 비극이다.

1953년 휴전협정 당시에는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한 민족상잔의 전쟁에서 나라를 수호했던 불굴의 용사들은 폐허의 땅을 싸우면서 개척하기 시작했다. 보릿고개의 가난에서 국토를 개발하고 산업현장의 전사로써 산업화 시대의 당당한 주역이었다.

참전세대들이야말로 산업화 이후에 민주화의 초석을 다져준 전설적 세대다. 피와 땀의 대가로 대한민국은 지금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한 나라가 되었다. 더욱이 2009년 11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여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국가가 되었다.

DAC 24개국 회원국이 됨으로써 공식적으로 선진국이 되었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 국토 분단의 비극을 딛고 단기간에 부강한 나라를 만들었다. 오천년 역사에 기적을 일군 6.25 참전용사와 순국 영령들에게 모든 영광을 드리고 감사할 줄 알아야한다.
한편으론 전쟁의 어둡고 슬픈 후유증은 이어지고 있다.

6.25 전쟁당시 18세 나이로 입대한 이천우 병사의 유해를 작년에 강원도 양구 무명고지에서 발굴하여 60여년 만에 서울 국립현충원 묘역에 묻혀 있는 형 곁에 나란히 안장한 소식에 가슴이 저렸다.

또 금년 4월에는 한국전쟁에 형제가 자원 참전했다가 지난해 사망한 캐나다인도 6.25 전쟁 때 먼저 전사한 형이 안장된 유엔기념공원묘역에 함께 묻히고 싶다는 유언에 따라 한국으로 건너와 형과 합장하는 장면을 TV로 보았을 때 아픈 상처가 돋아났다.

만시지탄이나 정부에서 2000년부터 전사자 유해 발굴사업이 시작되었다. 누군가의 아버지가 되고 아들, 형제였을 전사자 유골을 6,000여구를 발굴하였으나 신원이 확인되어 혈육의 품으로 귀환한 유해는 70여구에 불과하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어느 전선, 어느 고지에서 발굴을 기다리는 수많은 영혼에 명복을 빈다.

또 통일부의 자료에 의하면 국군포로의 상당수가 북한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확인 되고 있다. 벌써 팔순을 넘긴 국군포로의 송환은 촌각을 지체 할 수없는 시급한 일이며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삼팔휴전선의 포성은 멎었다지만 아직도 울리고 있다. 60여년의 휴전이 지났어도 곳곳에서 신음소리가 들린다. 북한은 2006년 핵실험이후 걸핏하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등 갖은 협박을 일삼았다. 2010년 3월에는 전안함 폭침사건으로 46명의 꽃다운 나이의 피 끓은 용사를 어이없이 잃었다.

12월에는 대명천지에 공노할 연평도 포격 도발도 있었다. 몇 일전 까지도 위성위치정보시스템(GPS)교란 전파를 남쪽으로 발사하여 항공기와 선박의 안전운행을 방해하는 무차별적인 만행을 그들은 서슴지 않고 저지르고 있다.

1950년대 이후 잠복해 있던 종북(從北) 좌파정치세력들은 친북 좌파 시민단체와 연대하여 국가보안법을 쓰레기법이라고 주장하며 한미 FTA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를 반대하고 국가의 심장부인 서울광장을 휘젓고 다니는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또 전교조 교사가 빨치산 추모제에 어린 학생들을 이끌어 드리는 망국적 이념교육도 한탄할 일이다. 더욱이 국비를 지원하는 보조금을 받은 시민단체가 반국가적인 이적 행위를 공공연히 자행하는데도 하고 이를 보고도 못 본체 방치하는 감독기관의 무능함.

국가 정체성의 모순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한심한 노릇이다. 이런 현실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원혼들이 벌떡벌떡 일어 날것만 같다.

지난날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은 튼튼한 안보의 기반위에서 가능했음을 입증했다. 일류국가의 선진화도 안보 없이는 불가능하다. 어떤 경우에도 불안을 조성하는 세력은 발본색원해야하고 갈등을 평화로 승화시켜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6.25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에 있다. 유월을 맞이하여 다시 한 번 전쟁의 쓰라림을 상기하면서 국민적 단합이 절실 할 때다.
밤이 깊어지면 새벽이 가깝다는 경구를 되새겨 보는 유월이길 바란다. 호국 영령들의 외로운 묘비는 침묵하고 있다. 물망초 꽃말처럼 어찌 그 때 그 사람들을 잊을 수 있겠는가.

부산문인협회 회원 황성창 시인


저작권자 N군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