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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향우소식

황성창씨 ‘수필시대’ 수필 신인상

군위신문 기자 입력 2012.07.02 10:56 수정 2012.07.02 10:56

↑↑ 황성창 씨
ⓒ 군위신문
황성창 시인이 지난해 ‘문예사조’ 시 부문에서 신인상으로 당선된 데 이어 수필 ‘아버지란 자리’를 통해 ‘수필시대’ 제45회 신인상을 받으며 수필가로 등단했다. ‘아버지란 자리’는 산업사회로 발전하면서 흔들리는 가부장적 권위나 아버지의 위치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스스로 자리매김 한다는 내용이다.

심사평에서 “현실을 바로 보는 작가의 시선이 눈에 띈다. 오늘날 무너진 아버지의 자리(위치)에 대한 깊은 생각을 수필로 표현했다”고 했다.
황 씨는 “등단의 기쁨은 잠시고 문학의 길이 호락호락 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앞으로 비우고 채우면서 모자람을 더하며 작가로 더욱 정진하겠다”고 당선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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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회 ‘수필시대’ 신인 당선작

아버지란 자리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 가정의 달 오월을, 수필가 피천득 선생은 “하얀 손가락에 끼어있는 비취가락지”와 같다고 했다. 노동절과 어린이날,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 그리고 부부의 날이 함께 자리한 오월은 가히 계절의 여왕이라 할 만하다.

살기 위해 노력하고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산업화 사회의 아버지는 어쩌면 힘들고 무거운 책임감 속에서 한편 고독했지만, 가정에서만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경제력의 중심에 서서 가정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일을 결정하면 모든 가족들이 일사불란하게 그 뜻을 받드는 것이 불문율이 되던 때도 있었다.

또한, 아버지라는 자리는 단순한 가정의 가장이 아닌 사회의 기둥이자 구심점으로 권위의 상징이요, 존경의 대상이던 시절은 참으로 흐뭇한 마음을 간직할 수 있었다.

그러던 아버지의 자리가 근래에 와서 일부 맞벌이 가정이나 혹은, 핵가족화로 분산되는 현상으로 발전하여 더 이상 아버지의 경제력에만 의존하지 않는 자립형 경제관으로 바뀌면서 언제부턴가, 경제의 주도권이 아내에게 자연스럽게(?) 이관되면서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고만 생각하던 가부장적인 절대 권위가 한 세대의 끝자락에서 끝없이 추락하는 현상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시류에 적응하지 못한 ‘인과응보’인지 혹은, 시대의 흐름인지 요즘 아버지들은 가족 간의 대화에서 슬그머니 밀려나 외톨이 신세가 되고 있다.

나름대로 사리와 가치판단 기준과 의사표시의 중심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가족들의 반응은 영 시원찮다. ‘요즘은 그렇게 안 해요’, ‘그런 건 옛날이에요’라든가 ‘아버지는 몰라도 돼요’, ‘우리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아버지를 위하는 말인지 무시하는 말인지, 일견 가족의 주체에서 점점 멀어지는 아버지의 위상을 보며 울적한 마음으로 거울 앞에 비치는 자신과 마주해 보기도 한다.

이마에는 깊은 주름이 계곡 같고 윤기 없이 푸석하게 바란 모습이며 귀밑 흰머리가 엉성한 자신의 처지와 너무나 닮았다. 왜소하고 어깨가 축 처진 여윈 얼굴에서 가족으로부터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는 불안한 느낌을 받는다. 고독과 소외에서 탈출하지 않으면 안 될 아버지의 적절한 변화, 즉 마음을 한번 돌려보는 계기를 가져본다.

이제라도 지난날에 있었던 사소한 가족 사안이라도 독선적이고 일방적으로 혹은, 이기적으로 결정하던 것을 아버지의 권위라고 생각하는 낡은 관념을 포기하고, 가족 각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하며 공동 참여하는 낮은 자리로 내려와 앉아보는 의식의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아버지의 가슴을 빗장으로 굳게 닫아둔 채, 마음속에 비록 보석 같은 감성이 있다 할지라도 엄숙하고 준엄한 표정만이 아버지의 권위인양 생각하던 것을 이제부터는 버리고, 가족에게 고마운 것은 ‘고맙다’, 잘한 것은 ‘잘했다’고 칭찬하고 격려하는 열린 마음으로 가족에게 가까이 다가갈 때, 비로소 마음속 갈등과 고통, 시련을 어느 정도 해소가 될 것이라 믿는다.
위기를 맞이한 아버지의 자리를 스스로 새롭게 만들어 가는 지혜만이 가족으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참 아버지의 자리’가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황성창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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