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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늙은 나이에 성범죄라니

admin 기자 입력 2012.08.30 10:58 수정 2012.08.30 10:58

↑↑ 황성창 시인
ⓒ N군위신문
속담에 “문지방 넘을 힘만 있어도, 젓가락 들 힘만 있어도”라는 말이 있다. 노년의 성욕에 대한 탐욕과 집착을 나타내는 말이다.

지난해 전남 장흥에서 10여명의 노인들이 같은 마을의 장애여성을 줄줄이 성폭행한 사건이 터졌다. 노인들의 망령, 동네방네 우사다. 최근 통영에서는 육칠십대 노인들이 정신박약 여성을 수년간 성폭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인면수심이다. 부산에도 한 노인이 초등학생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죄로 구속되었다. 염치없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 뿐이랴 또 어떤 노인은 음란 동영상을 제작, 대량으로 유통시킨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늙은 나이에 성범죄라니 기가 막힌다. 요즘노인들 왜 이러시나 심각하다. 듣기만 해도 열불 터지는 소리다.

살만큼 산 노인이면 어디가 선(善)이고 무엇이 악(惡)인지를 알고도 남는 나이다. 나이 든 얼굴에는 무한한 책임을 져야한다. 눈썹은 먼 산처럼 뿌옇고 촉촉하던 입술은 윤기 없는 먹빛만 남았다. 살아 온 색깔이 눈빛 속에 다 잠겨 있어 감출 수가 없다. 늙음을 한탄할 일은 아니나 늙어서도 수치를 모른다면 탄식할 일이다.

그래서 노인은 늙어 처신하기가 어렵고 조심스러워 나이답게 살았는지 온전히 늙었는지 가끔씩 되돌아보게 된다.

성(性)은 경계나 제한이 없다. 남녀노소 구별 없이 자연스럽다. 옛말에 예순 나이면 순리에 따르고 일흔 살엔 법도를 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노년에 지나친 성욕으로 금기를 깨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나? 참으로 추하다. 야한 색에 넋을 잃으면 망신살이 닥친다. 부질없는 욕망으로 얼굴 붉히지 말아야 한다.

공자는 “노년에 혈기가 쇠약해지니 탐욕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노년에 성범죄자로 전락하면 인생 최악의 막장이다. 후회한들 소용 없고 숱한 세월을 살아 온 인생이 아깝다.

인간은 유식하지 않아도 상식으로 살면 지탄 받지 않는다. 도리대로 살면 잘 사는 것이다. 인간은 나이를 먹고 산다. 잘 못 먹으면 명예도, 자존심도 한 순간에 일생을 망친다. 인생 백년을 산다한들 이승에 잠시 머물다 갈 뿐이다. 그게 인간에게 주어진 평범한 운명이다.

노년기는 포기와 양보, 비움의 계절이다. 노인의 품격이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해보자. 사회가 노인들에게 바라는 것은 절제된 희끗한 지혜다. 뭘 더 바라겠나. 의학의 발달로 인간수명이 장수하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인생에 누구나 한두 번 비틀거리지 않고 올바르게 산다는 삶이 어디 쉽겠느냐마는 노년의 의지로 꿋꿋하게 지탱 하자.

나이 들면 어떤 것이 진정한 행복이고 사랑할 수 있는 잔잔한 가슴을 지금도 가졌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거창한 사회 활동이나 손 큰 봉사가 아니어도 좋다. 진심어린 손길이면 정을 느낀다. 친구가 가슴 먹먹히 외로워 할 때 우정도 사랑도 나누면서 세월을 보내는 것이다. 헛헛하지만 황혼에 인정이란 그런 것이다.

냉철한 이성으로 즐거운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결정력만 있으면 행복한 것 아닌가. 그게 행복한 노인이다.

사자가 굶어 죽을지언정 풀을 뜯어 먹지 않는다. 준치는 썩어도 준치다. 죽음 보다 강한 자존심 하나로 목을 쭉 빼 보는 지존이다. 하물며 산전수전 다 겪은 늙은이가 가야 할 길, 해야 할 일 모르겠나.

성(性)의 늪에 빠져 성범죄자로 낙인 찍혀 퇴짜 맞고 망신 사는 일은 말자. 초라하고 비굴한 모습에 늙음이 짓밟힌다. 이름 없는 들꽃들도 제철에 피고지다 까만 씨앗을 거둔다지 않던가!

부산 황성창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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