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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黑龍띠 해 임진년, 겨울편지

admin 기자 입력 2013.01.20 20:11 수정 2013.01.20 08:11

↑↑ 황성창 시인
ⓒ N군위신문
흑룡의 해 임진년은 역사적인 변수가 많았던 해다. 과거 1592년 임진년은 일본에 의한 침략행위로 임진왜란의 수난을 겪은 해다.

사자성어나 속담 속의 용은 전지전능한 최고 권력자인 왕을 상징한다. 영웅호걸, 성공한 사람을 비유한다. 즉 운증용변(雲蒸龍變)이라 물이 증발하여 구름이 되고 뱀이 변하여 용이 되어 하늘을 오른다는 말이다. 세상에서 능력을 축적하면서 승천(昇天)을 엿보다 하늘을 나는 용이 제왕(帝王)의 위치에 오른다. 대왕을 겨냥한 용꿈은 아무나 꾸는 것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1952년 흑룡띠 임진년에 출생하여 60년만인 2012년 임진년 흑룡띠 해에 구름을 타고 나타나 대권을 거머쥔 운명적 전설이다. 여성 대통령의 탄생, 역사적 의미가 크다. 신라 27대 선덕여왕 이래 1360여년만의 경사스러운 대 기록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1조의 헌법정신을 가장 잘 실현 할 제18대 대통령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2012. 12. 19일 선택한 국민은 현명했다. 상서(祥瑞)로운 국운, 세계를 향해 크게 소리 칠 대단한 일이다. 새 시대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날 임진년을 장식하는 대미(大尾), 하이라이트다.
올해 추위가 범상치 않다. 북쪽에서 계속 밀려오는 새파란 하늘, 하얀 겨울이다.

기상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 얼음이 대규모로 녹아내려 금년 겨울에는 한반도에 혹한이 일찍 닥칠 것이라고 기상 변화를 예측 전망했다. 얼음 칼 같은 겨울바람은 옷깃을 들치고 구석구석 찔러대며 파고든다. 평년보다 일찍 찾아 온 겨울 추위에 가로수 나뭇잎은 다 떨어지고 가지만 앙상한 잿빛나무, 추위 속에 맨발로 언 땅을 딛고 선 인고의 침묵이다. 벌거벗은 가지를 흔드는 바람소리는 처연(凄然)한 독백으로 들린다.

찬란했던 봄과 푸른 여름을 지나 풍성한 가을의 기억을 다 털어버리고 묵묵히 겨울을 이겨내는 나무의 모습에서 질긴 삶의 진리를 느낀다. 우중충한 겨울에도 새봄 새잎을 틔울 때까지 잠든 겨울동안 생명을 지킬 것이다. 시린 바람이 내 뺨을 후려쳐도 이 겨울이 그리 밉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세월과 거친 바람은 동행해야 할 소중한 운명이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몇 일전 이른 아침 시간 지하철 안의 일이다.
노약자석에 노숙자인 듯 오십대로 보이는 어느 젊은이가 지치고 허기진 모습으로 차창에다 멍하니 눈매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다른 승객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선가 보였다. 북적거리는 출근시간인데도 그의 옆 자리는 덩그렇게 두어 석 비어 있다. 뺀들뺀들하게 찌든 매무새에 놀라 외면해 버린 것 같다. 내가 그 빈자리에 앉아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겨울밤 노숙에 꽁꽁 언 몸을 녹일까하여 지하철 난방 훈기를 찾았으리라 짐작했다. 피골상접(皮骨相接)한 노숙자를 앞에 두고도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몰입하여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세상사 요지경이라 무관심이 삭막하다. 사람이 산다한들 백년을 못 채울 목숨인데 슬픈 현실, 가난이 죄다.

어느 날 번화가 밤길에서 구세군 사관들이 딸랑딸랑 손 종을 흔들며 모금하던 자선냄비가 문득 떠올랐다. 나는 지하철을 내릴 때 뜨끈뜨끈한 국밥이라도 먹으라는 마음으로 한 그릇 값의 돈을 주고 내렸다. 외롭고 힘들어하는 그 젊은 노숙자가 지금도 자꾸만 눈에 밟힌다. 그에게도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이 있을게다. 이별 아닌 생이별로. 그의 영혼을 위해 정호승 시인의 시구(詩句) 몇 절로 위로를 보낸다.

‘울지 마라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밤하늘의 별도 사랑하고, 슬픔도 사랑하고, 외로움도 사랑하면서 사는 게다. 가슴이 막히면 가슴이 막힌다고 가슴 치며 사는 것이 인생이다. 인생은 때론 비루하고 고통스러운 삶이 있어도 언젠가는 빛 볼 날 오지 않을까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며 굳게 사는 건 희망이 있어서다.
엊그제 거래하는 은행으로부터 새해 수첩을 받았다.

첫사랑의 설렘 같은 임진년 새해 아침이 어제만 같았는데 또 한 해가 저문다. 연말이면 동창회다, 향우회다, 문학회 등 송년회로 12월은 나날이 바쁜 달이다. 그 때마다 한 잔 두 잔 건배주로 마신 것이 곤드레만드레 숙성된 파김치다.

차가운 밤하늘엔 술에 취한 게걸음 비웃듯이 별들도 수군거리며 소금 빛을 뿌린다. 일 년 365일 해는 뜨고 져 숨 가쁘게 살았는데 사람들은 세월이 왜 이리 빨리 가느냐고 묻는다. 벌써 연말이 닥아 와 쌓이는 또 한 살의 나이에 한숨짓는 이도 많을 것이다. 불면(不眠)의 밤이면 육신을 뒤척이며 열심히, 후회 없이 살아 온 한 해가 아니던가. 저무는 흑룡의 해 임진년 소회(所懷)를 담아 12월 마지막 겨울편지를 띄운다.

황성창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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