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인물 독자마당

파경중원(破鏡重圓)

admin 기자 입력 2013.01.20 20:12 수정 2013.01.20 08:12

↑↑ 박종영 사무처장
ⓒ N군위신문
수문제(隋文帝)가 북주를 멸망시키고 북조(北朝)의 패권을 장악하고 있을 때 남조에서는 진숙보(陳叔寶)가 선제의 뒤를 이어 제위에 올랐다. 그가 바로 진후주(陳後主)다.

진후주는 주색(酒色)을 좋아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쾌락에 빠져 지내느라 백성들의 어려움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에 수문제는 천하를 통일하려는 야망을 달성하기 위해 진을 공격했다. 이 싸움에서 문제(文帝)가 군사상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하게 되자 진후주의 누이인 낙창공주(樂昌公主)와 그의 남편 서덕언(徐德言)은 이미 대세가 기울었음을 알았다.

그들은 진나라가 망한다면 그들 부부가 생이별 하게 되리라 생각했다. 한나라가 멸망하게 되면 그 나라의 왕족과 권신들은 승자의 전리품으로 전락하여 남자는 노복이 되고 재주와 미모가 뛰어난 여자는 권신의 애첩이 되게 마련이다.

서덕언은 공주의 재주와 미모가 뛰어나 나라가 망하면 반드시 새 조정의 권신의 차지가 될 것이라 생각했으며 불안한 미래 앞에서 낙창공주 부부는 서로 헤어져야 함을 몹시 슬퍼했다.
그렇지만 서덕언은 살아있다면 공주와 서로 합쳐질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믿고 하나의 거울을 두 조각으로 나눠 하나는 자신이, 다른 하나는 공주에게 간직하라고 주었다. 그것으로 다시 만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고 아울러 공주에게 매년 정월 보름에 그 깨진 거울을 시장에 내다 팔라고 했다.

그들의 예견대로 결국 진나라는 멸망하고 문제는 낙창공주를 양소(楊素)에게 하사했다. 재상 양소는 재색을 겸비하고 마음씨 착한 공주에게 반했다. 그리하여 낙창공주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부귀영화를 누리며 지냈으나 공주의 마음은 항상 서덕언을 그리워하며 늘 수심에 잠겨 있었다.

어느 날 세월이 흘러 이듬해 정월 보름이 다가오자 공주는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깨진 거울 반조각을 사람을 시켜 장에다 팔아오게 했다. 공주는 양소의 첩이 된 몸으로 비록 서덕언과는 다시 합쳐질 희망은 없으나 그의 생사라도 알 수 있을까 하여 초조하게 소식이 있기를 기다렸다.

한편 서덕언 또한 정월보름이 되자 시장을 돌아다니며 깨진 거울조각을 찾았다. 그러다 한 노인이 깨진 거울조각을 팔고 있는 것을 보았다. 서덕언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노인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보고 나서 공주가 재상 양소의 첩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에 그는 깨진 거울 위에 시 한수를 써서 공주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鏡與人俱去 鏡歸人不歸 無復姮娥影 空留明月輝’(거울과 사람이 함께 떠나 거울만 돌아오고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구나. 당신의 그림자는 없고 하늘에는 밝은 달만 빛나는구나)
노인은 거울을 가지고 돌아가서 공주에게 보여주었다. 공주는 거울을 보고 그 위에 쓰인 시를 읽고는 서덕언이 아직 살아있음을 기뻐하면서도 두 사람의 이별에 새삼 가슴이 아파 슬픔이 북받쳤다.

생사를 확인 못했을 때는 서로의 소식의 기다리는 희망으로 살아왔으나 이제는 갈수록 뼈에 사무치는 이별의 슬픔에 견디지 못한 공주는 식음을 전폐하고 자리에 눕고 말았다.
공주를 총애한 양소는 공주의 식음 전폐에 놀라 자초지종을 조사하여 공주와 서덕언의 애틋한 사랑을 알고 크게 감동했다. 그리하여 양소 자신도 공주를 사랑하지만 공주의 행복을 위해 서덕언을 찾아가 그들 부부가 재결합하도록 주선해 주었다.

“파경중원(破鏡重圓)”은 위 고사에서 유래한 것으로 오늘날 부부가 이별을 한 후에 만나는 것을 의미하며 이혼율이 급증하는 현대에 와서는 이혼했던 부부가 다시 재결합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도 쓰인다.

(사)국민행동본부 부산광역시 사무처장 박종영


저작권자 N군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