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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admin 기자 입력 2013.05.14 22:25 수정 2013.05.14 10:25

↑↑ 황성창 시인
ⓒ N군위신문
오월 첫날 하늘이 잔뜩 찌푸렸다. 올봄에는 날씨가 유난히 변덕스럽다. 음력 3월3일 삼짇날이면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봄날이다. 봄비를 촉촉이 마신 줄기에 꽃잎이 피어나고 백곡이 윤택해 진다는 절기 곡우도 벌써 지나갔다. 봄날은 하루가 다르게 지나가고 있다.

봄이면 바람꽃, 조팝나무, 노란 수선화, 산철쭉 꽃잎에 윤기가 흐른다. 꽃가지엔 박새, 참새, 제비들 지저귀는 소리도 바쁘다. 매화나무 아래 개불알 풀꽃도 눈치껏 조곤거리고 있다. 꽃길 둥둥 떠다니는 사람들 바람 타는 꽃잎 같다. 사시장춘 봄날이면 좋겠다.

지난겨울 혹한에도 부릅뜬 씨눈들, 좁쌀만 하던 것이 싹을 틔워 녹두알만큼 크다 봉오리가 된 화사한 미소. 온몸으로 흔들어대든 꽃대가 꽃을 피운 봄꽃의 탄생, 대단하지 않는가. 사람들 다니는 도로 틈새를 비집고 올라와 세상을 구경하는 풀꽃, 언제 누구의 발에 밟혀 흔적 없이 죽을지도 모르는데 온힘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생명의 순수함, 오묘하다. 이름 없는 풀꽃도 자세히 볼수록 예쁘고 오래 살펴봐야 사랑스러움을 알게 된다. 겨울은 가고 봄이 온다는 믿음 하나로 버틴 새싹들의 용트림, 반갑고 고맙고 기특할 뿐이다.

봄은 열정이 출렁거리는 감정의 계절이다. 꽃잎 하나에도 불꽃 태우는 불그스레한 사랑이 있듯이 나도 잊고 있던 그리운 이들을 찾아 나서고 싶다. 브라보 같은 생각이 봄바람에 휘날린다.

세상은 온통 봄의 천국이다. 꽃들의 향기에 갈채를 보낸다. 도취하길 좋아하는 시인의 마음속엔 언어의 꽃, 백만 송이가 피어나는 축제의 계절이다.

시인들의 봄 축제에 시화전이랑 시낭송회가 줄을 잇는다. 산을 좋아하는 등산객들도 꽃망울 톡톡 터지는 소리에 탄성을 지르며 발걸음을 맞추어 걸을게다. 흐드러진 꽃 향에 취해, 청록색 물결에 반해 하루가 황홀한 맛이다. 봄은 생동감 넘치는 빛깔이다.

이런 봄을 온다고도 하고 간다고도 한다. 앞뒤가 모호한 게 봄이다. 봄은 손에 잡힐 듯한 아름다움이지만 움켜쥐면 사라져 버리는 환상이다. 봄은 땅에 닿지 않는 풍선 같은 것이다. 봄날이 오는 가 싶었는데 어김없이 올봄도 벌써 저만큼 가고 있다. 봄의 환희와 절망은 찬란한 슬픔이다.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꽃잎은 삶의 덧없음을 일깨워 준다. 봄은 이율배반이다. 봄은 순식간에 지나가는 세월이 되고 추억이 되고 과거가 된다. 그래서 봄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간다고 한다.

황성창(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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