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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위기의 아버지, 탈출구는 없는가!

admin 기자 입력 2013.05.21 17:14 수정 2013.05.21 05:14

↑↑ 황성창 씨
ⓒ N군위신문
5월8일은 어버이 날이다. 사랑하는 가족들로부터 꽃망울 소복한 카네이션 화분을 선물 받았다. 꽃말도 고운“사랑, 존경, 건강을 빕니다”라는 붉은 카네이션을.

10여일이 지나자 꽃잎이 피고 시들어 지는 진리의 세계, 자연의 화엄(華嚴)을 보았다. 나이든 인생과 무엇이 다르랴. 빨강 꽃잎이 뽐내든 영화도, 천리향도, 아침 이슬 같은 순간이다. 인생도 나이 들고 세월이 차면 석양에 몸을 담근다. 시들어 가는 카네이션을 보면서 오늘을 힘겹게 버티고 서 있는 우리들 모습을 되돌아봤다.

몇 만 년 전, 유목시대에 이르기까지 남자는 가족을 부양하겠다고 사냥을 하며 광야를 누볐다. 수 천 년 이어진 가부장제, 권위의 상징 아버지 캐릭터를 지켰다. 그러던 사회가 천지개벽을 일궜다. 80년대 이후 가모장제로 전력이 급격히 교체되면서 아버지는 무능한 모습, 절망의 나락으로 추락했다.

요즘 드라마에 등장하는 아버지의 맹물 같은 묘사에 화가 난다. 해도 해도 너무 심해 드라마와 담을 쌓았다.

나이든 남편을 조롱하는 아내들의 농담이 화제에 오른 것도 몇 해 전 일이다. 남편을 삼식(三食)이라 불러대고 남편이 “부인 어디 가십니까?” 묻기만 해도 간 큰 남자라고 몰아붙인다. 이웃 일본에도 비슷하다. 늙은 남편을 “비오는 가을날 구두 굽에 달라붙은 낙엽”으로 비유한다.
아무튼 나이든 남편을 떨어지지 않으려고 딱 달라붙는, 귀찮은 존재로 여긴다는 뜻이다. 평등하고 다정해야 할 부부가 갑을(甲乙)관계 같은 불편한 현실 심기가 깜깜하다. 심지어 새로운 삼종지도(三從之道)가 생겼으니 옛날 봉건사회로 회귀하는 것도 아니고 디지털 시대에 사자성어가 웬 말인가.

“남자는 어릴 땐 엄마에게, 결혼하면 아내에게, 늙으면 시집간 딸에게 기댄다”는 신조어가 그럴싸하게 회자 되고 있다.

남자들 벼랑으로 끝내 밀어 붙일 건가. 늙어 가는 아버지의 종말사태 어찌해야 좋을 건지. 요즘 나이든 남자들 참 불쌍하다. 외로움 달래기가 쑥스럽지만 힘들 내자.

세월은 바람 같은 것, 깜짝할 사이에 청춘은 지나간다. 불꽃같던 인생도 나이 듦을 어쩌랴. 노인이 따로 있나 세월이 노인인데. 인생은 세월을 비겨갈 수 없는 선택된 운명의 동반자다. 나이 들면 내리막길을 품위 있게 천천히 내려가고 싶지만 그게 뜻대로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살면서 좋은 일만 어디 있겠나. 순간을 좋은 날, 좋은 일 만들면서 살아야지. 이제 삶을 좀 알만한 나이가 들었는데 인생을 즐겁고 새롭게 시작 할 수는 없을까.

방법은 있을 것 같다. 장수시대 황금빛 인생에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맞춤형 이모작(二毛作) 인생을 설계하는 것이다. 거창 한 게 아니다. 우선 가슴 두근거리는 만남을 기다리는 일을 만드는 것이다. 몇 날 밤을 손꼽아 만날 기다림이 있으면 세월은 살만한 것이다.

젊을 때 꿈으로 미뤄 뒀던 간절함을 지금도 이룰 수 있다는 야망에 몰두해 본다. 야심찬 도전으로 바쁘게 살다보면 세상은 바뀔 것이다.

인생은 결코 덤으로 사는 것은 아니다. 삶의 진정한 가치를 끊임없이 찾고 고민 하는 거다. 꿈 찬 야망과 도전을 누가 노추(老醜)라 비웃겠나.

황혼에 물든 인생이라 한물간 사람처럼 자학하지 말자. 늙는다는 것과 나이 듦을 지나치게 두려워도 말자. 노인네, 늙은이, 꼰대다 위축되지 말고 남자로, 어른답게 살면 되는 거다. 삶이란 덧없지만은 않다. 삶은 수많은 인연으로 짜여 진 세월이며 사랑으로 한 올 한 올 얽힌 사연은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일흔을 훌쩍 넘긴 가수 패티김을 봐라. 카리스마 넘치는 영원한 디바로 박수를 받고 있다. 여든을 넘어도 시인 고은(高銀)은 올해도 여전히 노벨문학상에 도전하고 있다. 여든 다섯에 방송인 송해는 전국노래자랑 마이크를 잡고 방방곳곳을 누빈다. 자신에 찬 그 얼굴 얼마나 멋져 보이나. 부럽지 않은가. 열정 없는 사람은 영혼에 주름만 만들 뿐이다. 희망은 원래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것, 우리도 찾고 만들면서 사는 거다.

나는 종교를 믿어 본 적이 없어 사후(死後) 환생(還生)을 알지 못한다. 살다보면 알 날이 있을지 모르지만 인생이란 인동초(忍冬草) 같은 치열한 생명이다.

더 늙기 전에 불안에서, 위기에서 탈출하자. 지나간 세월에 빛나는 기억들과 울렁이든 젊은 날의 소중한 가치를 찾는 세상만이 아름답다.

인생에 후회란 입으로 참아 말 할 수없는, 마음도 드러내지 못하는 안타까움, 슬퍼도 슬픔을 말하지 못하는 탄식을 말한다. 이 땅의 “노땅”들 세월이 가르쳐준 지혜로 후회 없이 살다 아웃 되는 것이다.

글제공: 황성창(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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