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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행역시(倒行逆施)

admin 기자 입력 2013.08.27 17:35 수정 2013.08.27 05:35

춘추시대 때 초평왕(楚平王)은 무도하고 아첨하는 간신들을 총애하여 국정이 황폐했다. 또한 평왕은 자기의 며느리를 후궁으로 삼는 등 나라의 기강이 무너지니 법과 윤리, 도덕이 무색했다. 이때 태자 건거(建居)는 성부(城父)에서 병사들을 이끌고 외적의 침입을 막고 있었는데 평왕은 간신들의 참언을 믿고 태자가 모반할 것이라고 의심하여 태자의 스승인 오사(伍奢)를 불러다 고문했다.

그러자 오사가 평왕에게 말하기를 “대왕이 태자비를 거두어 들여 후궁으로 삼으신 것이 이미 사람의 도리를 어긴 것이거늘 이제 또 태자가 모반을 일으키려 한다 의심하십니까? 태자는 대왕의 골육지친인데 설마 간신들의 참언을 믿어 부자지간의 신의를 벌어지게 하시려 합니까?”

오사의 말을 들은 평왕은 부끄럽고 화가나 오사를 감옥에 가두었다. 평왕이 충신 오사를 멀리하자 간신들은 평소 자기들의 잘못을 평왕에게 간언하던 오사가 평왕의 노여움을 사 감옥에 갇힌 것을 기회로 그를 없애기 위해 모함했다.

“대왕에게 아룁니다. 오사에게는 오상(伍尙)과 오원(伍員)이라는 두 아들이 있는데 그들은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입니다. 만약에 그들이 부친 오사가 감옥에 갇혔다는 소식을 들으면 어찌 이를 좌시하겠습니까? 그들은 적국인 오나라로 가 후일 대왕의 큰 화근이 될 것입니다. 오사에게 두 아들을 도성으로 불러들이라는 편지를 쓰게 하면 아비를 사랑하는 그들은 반드시 부름에 응할 것입니다. 대왕께서 이 기회를 이용하여 그들을 참수하여 후환을 없애심이 좋을 듯 합니다.”

이 말을 들은 평왕은 크게 기뻐하며 오사에게 자식들을 불러들이는 편지를 쓰게 했다. 그러자 오사는 평왕에게 말하길 “장자 오상은 마음이 인자하고 후덕하여 신이 부른다면 혹 응하여 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둘째 오원은 기지가 영민하여 신이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을 아는데 어찌 죽음을 당하려고 오겠습니까?” “네 아들들이 오건 안 오건 간에 너는 일단 편지나 쓰면 된다.”

오사가 평왕의 명령으로 편지를 쓰자 평왕은 사자를 보내 편지를 전하게 했다. 사자는 오상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면서 말하길 “대왕께서 일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믿고 오해하여 부친을 감금했으나 대신들이 오사의 집안은 3대째 충신이거늘 마땅히 풀어주어야 한다고 상소했습니다. 그래서 대왕께서 잘못을 뉘우치시고 부친을 재상으로 모시고 오상님은 홍도(澒都)의 제후로, 오원님은 개(蓋)지방의 제후로 직인을 받아서 임지로 떠나셔야 합니다.”

오상은 그를 의심치 아니하고 편지를 가져가 동생 오원에게 보여주었다. 오원의 자(字)는 자서로 문무가 뛰어난 사람이라 산을 뽑고 솥을 들어 짊어질 만한 힘과 용기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부친의 편지를 한 번 읽어 보더니 편지 내용에 의심을 품고 형에게 말했다.

“평왕은 우리가 변방에 있기에 감히 부친을 해치지 모하여 우리 두 사람을 끌어들여 함께 죽이려는 의도가 분명합니다. 반드시 복수하고 말겠습니다. 만약 형님이 이를 정말이라고 믿으신다면 큰 오산입니다.” 오상은 사실이 그렇다 하여도 부친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면 부친과 함께 죽음을 당한다 하여도 후회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오원은 부친과 함께 죽음을 당하는 것은 무익한 일이라 여기고 부친을 위해서는 복수를 하는 것이 ‘효’라고 생각하여 각자의 뜻한 바에 따라 다른 길을 떠났다.

오상은 도성에 도착하자마자 부친 오사와 함께 저자에서 처형당하고 오원은 초의 적국인 오(吳)나라로 도망갔다. 이때 오나라에서는 좌공자(佐公子) 희광(姬光)이 왕위에 오르니 그가 바로 합려(闔閭)이다. 그후 초의 평왕이 죽고 그의 아들 진(軫)이 즉위하여 초소왕(楚昭王)이 되었다.

한편 오원은 부친과 형의 원수를 갚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가 평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이지 못하게 되자 식음을 전폐하고 밤낮으로 오왕에게 나아가 빨리 초를 치자고 청했다. 오왕은 그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오원은 오군을 이끌고 초를 처 수도 영성을 함락시켜 초소왕을 끌어냈다. 그리고 오원은 죽은 평왕의 무덤을 찾아 그 시체를 끌어내어 채찍으로 3백대를 때려 한을 풀었다.

이때 산중에 도망쳤던 오원의 옛 친구 신포서(申包胥)가 이 소식을 듣고는 탄식을 하며 사자를 보내어 오원에게 말했다.

“자네가 비록 부형의 복수를 위해서라고는 하나 평왕이 죽었으면 그것으로 끝내야 하지 그의 묘를 파헤쳐 시신에까지 욕을 보인다는 것은 좀 지나치건 아닌가?” 그러나 오원이 사자에게 말하길 “너는 신포서에게 전해라. 나는 도망가면서 날은 저물고 도중에 수없는 곤궁에 빠져 사람의 도리를 어기고 해서는 아니 될 짓을 많이 했다고.”

이 고사는 ‘사기’의 오자서열전(吳子胥列傳)에 기록되어 있다. 이로부터 사람들은 자기 멋대로 해서는 안될 일들을 하는 것을 도행역시(倒行逆施)라 하여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표현으로 쓰는 말은 거꾸로 행하고 거슬러서 시행함. 곧 도리에 순종하지 않고 일을 행하며 상도(常道)를 벗어나서 일을 억지로 함을 뜻하기도 한다.

글제공: (사)국민행동본부 부산광역시 사무처장 박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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