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재원 의원(군위·의성·청송)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1780년 연암 박지원 선생의 연행길을 현재 시점에서 뒤따르면서 보고 들은 생생한 경험담을 정리한 ‘열하일기 답사기’를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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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군위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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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답사기를 쓰기 위해 지난 5년간 수시로 열하일기 현장인 단동, 심양, 산해관, 베이징, 열하(청도) 지역을 방문했다. 그리고 지난 가을 추석을 앞두고 연암이 거쳐 간 연행길 전구간을 답사했다. 3950km에 달하는 긴 거리였고, 직접 4000장의 사진을 찍어 기록을 남겼다.
지난 3일 김재원 의원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왜 열하일기였나’란 질문에 “처음 열하일기를 접했을 때 조선의 당시 상황이 지금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그리고 “당시 조선은 국제정세와 세상물정에 어둡고 공자님 말씀 같은 이념·이데올로기에만 사로잡힌 우물 안 개구리 신세였다”며 “이용후생(利用厚生, 기술을 활용해 생활을 이롭게 하고 생활을 윤택하게 한다) 이후 정덕(正德, 덕을 바르게 한다)이지만 이용후생은 사라지고 명분만을 중시하는 정덕만 남았다. 이는 실용은 없고 명분과 이데올로기에만 목을 매 정치하는 현재 상황과 묘하게 닮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열하일기’를 통해 권력투쟁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권력투쟁에 나선 사람들이 명분에 집착할 때 나라가 얼마나 피폐해지고 국민들의 삶이 힘들어지는지를 돌아보려 했다.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실질·실리를 통해 국민들의 삶에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외교관계에서도 실리를 따지지 못하면 나라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구한말 청나라와 일본, 서구열강 사이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결국 나라를 잃은 경험이 지금과 매우 유사하다고 제시했다.
김 의원은 2008년 7월 국회의원을 그만둔 후 중국 베이징대학교 국제관계학원으로 연수를 떠나 우연히 열하일기를 접했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이내 “동북아 세력판도를 형성한 세계의 제국 청 건륭제 시대를 똑바로 보지 못한 조선왕조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졌다”고 회고했다.
김 의원은 답사과정에서 늑대를 잡는 무서운 개인 짱아오(티베탄 마스티프)에게 공격당하는 아찔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또 촬영이 금지된 사찰과 묘당에서 중국어를 못 알아듣는 척 경고를 무시하고 사진을 찍다 카메라가 몰수될 뻔 한 일도 있었다.
김 의원은 지금껏 명나라와 만주의 국경이던 ‘산해관’편(29회)까지 연재를 마쳤다. 전체분량의 4분의 1 가량을 마친 셈이다. 연재를 마치는 시점에 책으로 발간할 계획이다. 중국에서도 출간 제안이 벌써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