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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사람들

맛난 음식 사진

admin 기자 입력 2013.12.23 11:02 수정 2013.12.23 11:02

↑↑ 은영선 작가
ⓒ N군위신문
사진찍기가 취미인 아버지를 닮아서 나는 중·고교 시절 행사 때마다 사진을 찍었고 친구들 사이에 사진사로 불렸다.

대학 때는 서울 장충동 사진문화원에서 사진학 강의를 열심히 들었다. 대학원 시절 신구대학교 사진학과 홍순태 교수가 ‘후배님’으로 입학한 건 행운이었다. 홍 교수가 전수하는 사진학 핵심만으로도 감지덕지인데, 나이 어머니는 욕심을 부려 “교수님께 사진기를 사 달라 부탁드리자”고 했다.

어머니의 부탁을 전해들은 홍 교수는 웃으며 니콘 카메라를 사서 대학원으로 배달해주셨다. 소중한 사진기를 마련해 주려는 모정(母情)을 넉넉하게 이해해주신 거였다.
사진에 관한 유별난 추억만큼이나 보관하는 사진도 많은데 대부분은 고2때부터 문화재를 방문하여 찍은 사진들이다. 영암 월출산마애여래좌상(국보 제144호), 태종무열왕릉비(국보 제25호), 고달사지부도(국보 제4호) 등등.

지도책에 의지하여 오지에 처박힌 문화재를 찾아 헤매다 보면 체력은 바닥나기 일쑤였다. 그럴 때면 방문지역의 음식을 먹으며 기력을 되찾곤 했다. 어느 해부터인가 문화재 방문에서 입맛에 맞는 음식이 없으면 발길이 뜸해졌는데 아마도 늙어가는 증거일 테다.

전국을 떠돌 때마다 기력을 되찾아준 음식은 문화재 사진과 함께하며 내 곁을 지켰다. 얼마 전 비좁은 아파트를 탓하며 상당수의 보관품과 음식사진을 버렸다. 사진으로 찍었던 지역음식들의 추억과 함께 나열해 본다.

청기와식당(청도군)- 갖은 나물을 넣은 담백하고 고소한 육개장이 나에게 활력을 주었다. 주인장의 고운 며느리가 넉넉한 반찬 인심을 주어 위로가 되었다. 명함과 음식사진을 버려서 죄송합니다.

동해가마솥설렁탕(태백시)- 작년 여름 마을버스에서 운전자 과실로 급정거하여 내가 뒤로 발라당 넘어졌다. 한 달간 운신이 어려울 정도로 다쳐서 제대로 먹지 못한 상태로 찾았다. 24시간 끓인 시골설렁탕을 먹고 많이 회복되었다.

한정식 일미정(군위군)- 밑반찬들은 천연 숙성의 간장, 된장, 고추장으로 맛을 내는 건강밥상이다.

덕산바다횟집(삼척시)- 삼척경찰서의 김수환 서장님의 추천으로 방문하였다. 자연산 회가 새콤달콤한 육수와 더해져 탁월한 맛을 내는 물회는 사계절 식욕을 돋게 한다.

금봉이휴게소식당(제천시)- 정갈한 반찬가 고소한 밥맛을 보면 다른 음식은 말하면 잔소리다.

솔나무떡방앗간(정읍시)- 떡을 좋아하는 내게 전북과학대학교 김한수 교수가 사주셨다. 맛있다

지면이 모자라 내게 입맛을 찾아준 지역음식을 일일이 적지 못하지만 보관함에는 디지털 사진기로 찍은 추억의 음식사진들이 남아 있다.

2013년 끝자락에 문화재 명당에서 울릉도 오징어, 고성군 황태포, 송천떡, 봉평 메밀막걸리를 차려놓고 음식사진을 찍어 봐야겠다. 언젠가는 내가 찍은 음식사진이 <음식과 사람>표지로 장식될 거라는 건 과한 꿈일까?

※‘음식과 사람’: 한국외식업중앙회 잡지

은영선(‘가이공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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